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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같은 변신, DJI OM4

DJI가 스마트폰 짐벌 오즈모 모바일4를 출시했다. 아니지, 아니지. OM4를 출시했다. 오엠4라고 읽으면 되려나. 기존에 큰 인기를 얻었던 ‘오즈모 모바일’ 라인을...
DJI가 스마트폰 짐벌 오즈모 모바일4를 출시했다. 아니지, 아니지. OM4를 출시했다. 오엠4라고 읽으면…

2020. 08. 27

DJI가 스마트폰 짐벌 오즈모 모바일4를 출시했다. 아니지, 아니지. OM4를 출시했다. 오엠4라고 읽으면 되려나. 기존에 큰 인기를 얻었던 ‘오즈모 모바일’ 라인을 리브랜딩해서 DJI OM4라는 간결한 명칭을 택한 것. DJI라는 핵심 브랜드를 더 강하게 밀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르게 생각하면 오즈모 모바일의 위기를 의식한 판단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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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혁신이었던 오즈모 모바일2]

오즈모 모바일의 첫 등장을 잊지 못한다. 세상에 저렇게 가볍고, 쓰기 쉬운 스마트폰 짐벌이라니! 타이밍 또한 적절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고도화되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영상에 취미를 들이던 시기였다. 마치 전문가가 찍은 뮤직비디오처럼 흔들림 없이 스무스한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출시하자마자 40만 원 가까운 금액을 주고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에는 비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짐벌이란 원래 고-급 장비이니까. 그리고 다음 해에 오즈모 모바일2가 출시됐다. 가격은 고작 17만 2,000원. 전작을 구입했던 입장에서는 뒤통수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이었다. 심지어 바디는 가벼워졌는데 배터리 시간은 3배나 늘어났다. DJI는 이 세상에 스마트폰 짐벌을 전파하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카메라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유행템처럼 오즈모 모바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한 차례 세상이 변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기본으로 지원하는 스테빌라이저 기능이 놀라울 만큼 좋아진 것이다. 별다른 장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도 높은 수준의 흔들림 보정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모바일 짐벌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OM4가 출시되었다고 했을 때, 의문이 앞섰다. 이제 와서 이런 게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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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퉁명스런 질문에 대한 DJI의 답변은 생각보다 근사하다. 일단 스마트폰 짐벌을 사용할 때 느끼는 가장 큰 번거로움을 일부 해소했다. 자석을 사용해서, 스마트폰을 탈부착을 간편하게 만든 것. 구성품에 ‘마그네틱 스마트폰 클램프’와 ‘마그네틱 링 홀더’가 하나씩 들어있는데, 둘 중에 하나를 스마트폰에 장착하면 자력을 이용해서 OM4에 쉽게 장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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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에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받을 일이 생긴다면 자석 부분을 떼내어 사용하고 다시 붙이면 그만이다. 자력이 얼마나 강할지가 관건이겠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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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런 새로운 탈부착 방식 덕분에 수평 조절이 거의 필요 없는 구조가 됐다. 필요할 때 ‘딱’ 붙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 기동력이 생긴 셈. 또,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기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며 필요한 순간에 즉시 활성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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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그 외의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작동 시간은 동일하게 최대 15시간, 충전 시간 역시 2시간 반으로 동일하다. 재밌는 사실은 DJI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소프트웨어라는 점이다. DJI Mimo 앱에서 지원하는 촬영 모드가 더 다양하고, 프로페셔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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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건 다이내믹줌. 실제로는 피사체로부터 멀어지고 있지만, 줌 기능을 사용해서 배경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드라마틱한 촬영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별도의 편집 과정 없이 영화 속에서 보던 효과를 흉내 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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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벌을 이용한 파노라마 기능도 아이디어가 재밌다. OM4가 자동으로 시점을 바꿔서 총 9장의 사진을 찍어 바로 합성해주는 3X3 파노라마나, 240° 파노라마의 초광각 결과물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사람 손으로 움직여가며 찍은 파노라마 사진에 비해 왜곡이 적고 깔끔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클론미’라는 기능도 도입했는데, 사람이나 특정 피사체를 다른 위치에 두고 찍은 뒤 합성하는 것. 똑같은 사람이 복제된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물론, 본래 다른 촬영 앱에도 있었던 기능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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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OM4의 조이스틱을 사용해 드라마틱한 회전 효과를 넣을 수 있는 스핀샷 기능이나 손동작을 인식해 촬영을 제어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 등이 적용됐다. DJI의 드론 앱에서도 빛을 발했던 노하우가 여기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액티브 트랙3.0의 자동 추적 성능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피사체를 구별해내는 정확도가 향상되었다고 한다.

신제품의 가격은 17만 9,000원. DJI는 이 제품을 만들면서 새로운 OM4가 누구에게 어필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제 각자가 가진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짐벌 성능을 제공하니까. 단순히 3축 짐벌 성능만 강조해서는 장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OM4는 더 간편한 결합 방식과 함께 훨씬 더 다양한 촬영 기능을 준비했다. 트렌디한 영상 효과를 촬영 과정에서 적용하고, 영화에서 보던 촬영 효과를 흉내 낼 수 있다. 이 기기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도 준비했다. 이제는 정말 ‘이만큼이나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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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