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전종현의 LUXURY] 분위기 싹쓰리하는 테이블 조명

안녕. 디자인·건축 글을 쓰는 전종현이야. 이번에는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전능하신 에디터H님께서 “조명을 쓰라” 골라주셨어. 이런. 내가 숨겨놓았던 카드였는데 벌써 들키다니,...
안녕. 디자인·건축 글을 쓰는 전종현이야. 이번에는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전능하신 에디터H님께서 “조명을…

2020. 07. 28

안녕. 디자인·건축 글을 쓰는 전종현이야. 이번에는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전능하신 에디터H님께서 “조명을 쓰라” 골라주셨어. 이런. 내가 숨겨놓았던 카드였는데 벌써 들키다니, 분하다…

그래서 요번 글에서는 제약 상황을 많이 두기로 했어. 조명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것부터, 벽에 붙이는 거, 혼자 길게 서 있는 거 등등 큼지막하게 종류를 나눠도 다양하거든. 그래서 가장 작고 간편한 테이블 조명을 골라봤어. 데스크 조명이라고도 부르는데 협탁용이냐 책상용이냐 그 미묘한 차이를 살피기보단 그냥 어디엔가 올려두는 작은 조명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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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금까지 소개한 리빙 관련 제품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걸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까 큰 문제가 있더라고. 바로 물건 지를 돈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래서 좋은 브랜드에서 스타 디자이너가 참여한 제품인데 우리가 돈을 모으면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조명을 골라봤지. 그리고 너무 옛날 것만 다루면 요즘 ‘갬성’에 안 맞으니까 2015년 이후 출시된 소확행 테이블 조명 중에 새끈한 것들을 낙점했어.

예산 100만 원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1개는 사고, 2개 혹은 3개까지 살 수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착한 조명들을 알려드리니 열심히 돈 모아서 우리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보는 거야. (내 생일은 10월 5일, 듣고 있나 디에디트!) 대신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을 판매처로 추천했으니 참고해 줘. 소개 순서는 출시연도를 따를게. 낮은 가격순으로 하면 글 읽다가 이탈률이 한없이 높아질 것 같아서. 하하.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1]

세리나 테이블 조명
Serena Table lamp

theedit_0©Flos
  • 브랜드 : 플로스 Flos
  • 디자인 :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
  • 출시연도 : 2015
  • 판매처 : TRDST 👉 shop.trd.st
  • 가격 : 74만 5,000원(배송비 10만 원 별도)

지금 소개하는 세리나 테이블 조명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물건이야. 슈퍼 브랜드와 슈퍼 디자이너가 만나서 내뿜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감성으로 무장했거든. 먼저 브랜드를 볼까. 플로스는 아르테미데Artemide, 포스카리니Foscarini, 폰타나 아르테Fontana Arte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조명 브랜드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플로스가 최고라고 생각해. 왜냐면 플로스처럼 부유한 아카이브를 갖춘 브랜드가 컨템퍼러리한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동시대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거든. 그래서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고전이 되는 경우가 무수히 많아.

theedit_01이건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와 플로스가 협업한 IC Lights의 일부. 수많은 짝퉁을 양산한 주인공이지.©Studio Michael Anastassiade

디자이너는 또 어떻고.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리빙 디자이너 중 한 명이야. 특히 여성으로서는 세계 원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우르퀴올라는 스페인 출신이지만 이탈리아 디자인의 중심에서 세례를 받은 성골 중에 성골이야. 그가 공부한 밀라노 공과 대학(Politecnico di Milano)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총본산이고, 그곳에서 졸업논문을 봐준 은사가 바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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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에 들어간 첫 직장이 카스틸리오니만큼 존경받는 원로 디자이너인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의 사무실이었고, 이후 2001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세울 때까지 디자인 헤드로 일했던 곳이 이탈리아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의 사무실이었어. 그리고 이후 20년은 정말 날아다녔어. 너무 많아서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작업들, 각종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2015년부터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시나의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야.

theedit_02우아한 조명의 대명사인 ‘아르코 플로어 조명(Arco Floor lamp)’이 바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작업이라는 사실! 이것도 플로스에서 생산 중이야.©Flos

이런 플로스와 우르퀴올라가 협업한 작업이 바로 세리나 테이블 조명이야. 우르퀴올라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서 제품을 만들기로 유명한데 이 세리나는 잎사귀에서 영감받은 유연한 곡선과 조형미가 돋보이지. 특히 이 작업은 외형뿐 아니라 발광 원리도 독특해. 원통형 기둥에 부착한 광원에서 나오는 빛이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다란 곡선형 디퓨저에 반사되어 간접광으로 주변을 밝히는 구조야. 알루미늄 디퓨저 끝에 달린 잎꼭지 부분을 위아래로 조절하면서 빛의 세기와 범위를 조절하지. 잎사귀를 닮은 뒷모습을 보면 하나의 온전한 오브제 같은 느낌이 들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이고, 은은하게 퍼지는 빛도 무드등으로 아주 그만이지.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다운 제품이야.

theedit_05theedit_03세리나 테이블 조명©Flos

[2]

멜트 테이블 라이트 쿠퍼
Melt Table Light Copper

theedit_l00©Tom Dixon
  • 브랜드 :톰 딕슨 Tom Dixon
  • 디자인 : 프론트 Front
  • 출시연도 :  2016
  • 판매처  : TRDST 👉 shop.trd.st
  • 가격 : 86만 9,000원(배송비 9만 원 별도)

이번에 소개할 ‘멜트 테이블 조명’은 영국의 리빙 브랜드 톰 딕슨의 대표 조명 중 하나인 ‘멜트 패밀리’의 일부야. 톰 딕슨이란 브랜드는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톰 딕슨의 이름에서 따온 터라 브랜드를 이해하려면 톰 딕슨이란 인물부터 먼저 파고들어야 해. 디자이너 톰 딕슨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은 바로 ‘디자인을 배우지 않은 디자이너’야. 그는 젊었을 적에 오토바이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밴드 베이시스트였어. 하지만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밴드 활동을 접어야 했지. 그리고 선택한 게 오토바이 튜닝이었는데 이것저것 만들고 고치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금속으로 여러 가지 소품을 만들어 팔다 생각지도 못하게 디자이너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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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큰 무대 데뷔작인 ‘S 의자’(1987)는 지금 봐도 굉장히 파격적이야. 마치 동물의 척추처럼 유연하게 S자로 쇠 파이프를 굽힌 다음 그 주변을 짚과 비슷한 골풀로 계속 직조하면서 자연에서 갑자기 출현한 느낌의 의자를 선보였거든. 물론 골풀 직조는 자기가 하는 게 아니라 이탈리아 장인이 대신해 주는 건데 생각만 해도 노동 집약적이지. 데뷔작은 이렇지만, 오토바이 고치던 톰 딕슨의 취향 때문인지 브랜드의 시그니처 재료는 금속이야. 특히 황동(brass)과 적동(cooper)를 이용해 금속 특유의 정밀하고 화려한 맛을 내면서도 부드러운 감성을 녹여 날카롭지 않고 시적인 느낌의 작업은 참 좋아.

theedit_l01theedit_l02(차례대로) 톰 딕슨의 조명 패밀리 ‘컷Cut’과 ‘글로브Globe’ ©Tom Dixon 

톰 딕슨이란 브랜드에서 멜트 조명은 무척 예외적인 작업이야. 히트작 대부분이 톰 딕슨의 디자인이지만 멜트 조명은 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프론트와 함께 컬래버레이션한 작업이거든. 프론트도 리빙 디자인 계에서는 굉장히 인지도 있는 그룹인데 특히 그들을 스타로 만든 건 바로 ‘애니멀 띵Animal Thing’이야.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리빙 브랜드 모오이Moooi에서 출시했지. 이는 모오이의 공동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네덜란드 슈퍼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때문이지.

프론트를 유심히 지켜보던 반더스는 “우리 할머니도 좋아할 만한 조명을 만들어달라”는 밑도 끝도 없는 제안을 했는데 그에 대한 프론트의 응답이 바로 애니멀 띵이거든. 말, 토끼, 돼지 등 여러 동물의 모습을 실제와 비슷하게 정밀하게 구현한 뒤에 말과 토끼 머리에는 조명을, 돼지 등에는 철판을 붙였어.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모습에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어. 아, 그리고 보니 유아인 씨 작업실에도 돼지 테이블이 있던 거 같더라. 작은 꼬마 검정 돼지가 실사판으로 있어서 단번에 눈에 들어와.

theedit_l03theedit_l04theedit_l05Animal Thing ©Front

암튼 금속을 사랑하는 톰 딕슨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프론트가 머리 맞대고 만든 멜트 조명은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 버전이 있는데 유리는 정말 유리 장인이 입으로 불어서 만들고, 폴리카보네이트는 액화된 재료로 형상을 구축한 후 천천히 식히는 과정을 거쳐서 완성해. 우리 생각엔 유리가 간지일 것 같지만 예상외로 실제 불을 켜면 조명 효과는 폴리카보네이트가 훨씬 매혹적이라고 하더라. 아마 폴리카보네이트의 투명도가 훨씬 좋아서 빛이 잘 퍼지는 덕분인 것 같아. 게다가 폴리카보네이트 버전의 가격이 훨씬 싸니 우리 입장에서는 일타쌍피땡큐지.

멜트 조명은 내부를 구성하는 재질이 여러 가지지만 쿠퍼가 제일 인기가 좋아. 내부를 보면 꼭 용암이 흐르는 장면을 포착한 듯한 자연의 신비로움과 우연이 응집되어 무척이나 아름다워. 처음에는 팬던트 조명을 출시했지만 인기가 많아서 테이블 조명도 만든 덕분에 우리 품 안에 들어올 수 있게 됐지. 사진만 봐도 느낌이 딱 올 거야. 요놈은 물건이구나, 하나만 있어도 주변 분위기 다 잡아먹는군, 하고 말이야.

theedit_l06멜트 패밀리©Tom Dixon

[3]

랜턴
Lantern

theedit_li00©Kartell
  • 브랜드 : 카르텔 Kartell
  • 디자인 : 파비오 노벰브레 Fabio Novembre
  • 출시연도 : 2016
  • 판매처 : TRDST 👉 shop.trd.st
  • 가격 : 28만 4,000원(배송비 6만 원 별도)

자, 가격이 앞의 두 개보다 갑자기 확 떨어졌지. 이건 100% 카르텔이란 브랜드의 역량이야. 카르텔은 1949년 플라스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회사로 시작했어. 곧 주방용품에 플라스틱을 적용시켜 보수적인 주방에 총천연색을 가져왔고 가구로 넘어와서 1964년 최초의 플라스틱 가구라는 진기록을 세웠지. 특유의 기술력과 상상력으로 최초라는 단어를 밥 먹듯 수집하는 곳이야.

플라스틱 하면 우리는 싸구려를 생각하겠지만 플라스틱도 기술에 따라 굉장히 격차가 큰 부문이거든. 사출을 통해 찍어내는 거라 카피 제품이 너무나도 흔할 수밖에 없지만 전문 디자이너들은 딱 안다고 하더라고. 카르텔과 카르텔 아닌 제품을. 카르텔의 플라스틱은 10년이 가도 멀쩡할 만큼 강도가 남다르고 세밀한 공정을 거쳐 후처리가 완벽해. 그래서 호화로운 재료를 쓰지 않지만 명품 브랜드로 인식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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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결은 앞서 말한 기술력과 수많은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오리지널 디자인의 확보야. 좋은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이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기업 철학이라서 가격도 합리적이고 디자인도 끝내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글로벌 스타 디자이너의 원조 격인 필립 스탁Philippe Starck과의 협업인데 무려 30여 년간 계속 함께 일하고 있어. 1997년 선보인 최초의 투명 의자인 ‘라 마리La Marie’와 이 기술력으로 프랑스 루이 15세 시대의 고풍스러운 의자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만든 ‘루이 고스트Louis Ghost’가 공전의 히트를 친 스테디셀러야. 이제는 매년 색과 형태를 바꿔가며 ‘고스트Ghost’ 시리즈를 내고 있지.

theedit_li02theedit_li01필립 스탁과 카르텔이 협업한 최고의 히트작 ‘고스트’ 시리즈©Kartell

랜턴을 디자인한 파비오 노벰브레는 현재 제일 잘나가는 이탈리안 디자이너 중 한 명이야. ‘얼굴 의자’로 불리는 ‘니모Nemo’ 의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남자와 여자 나체의 뒷모습을 의자에 담은 ‘힘&허Him & Her’ 의자는 굉장히 육감적이지. AC 밀란의 본사를 만든 건축가이기도 하고 현재 밀라노에 위치한 디자인 전문 대학원인 ‘도무스 아카데미Domus Academy’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어. 굉장히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데 랜턴 또한 카르텔과의 협업 속에서 나온 몇 개의 결과물 중 일부야.

fe29a299theedit_li03일명 ‘얼굴 의자’라 불리며 큰 반향을 얻은 ‘니모’ 의자©Fabio Novembre Studi

랜턴이라는 이름처럼 이 제품은 정말 생김새가 옛날에 쓰던 랜턴을 꼭 닮았어. 랜턴을 디자인한 파비오 노벰브레의 말이 기억에 남아. 고대인들은 랜턴에 의지한 채 어두운 밤을 돌아다니며 길을 개척하던 사람들이잖아. 그래서 카르텔의 랜턴 조명이 삶에서 잠시 길을 잃은 자신에게 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더 화려하게 빛을 산란시키는 장치를 둘 수도 있지만 조용하게 뿜으며 고요히 암막을 걷어내는 느낌이야. 색깔이 여러 가지니 결국 심리를 조절하는 무드등으로 딱 맞겠지. 게다가 이건 유선등이 아니라 무선등이거든.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들고 다니거나 배치할 수 있어. 저 멀리 이 랜턴이 빛을 발하면 마치 등대를 보는 뱃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theedit_li07theedit_li05©Kartell

[4]

얀지 테이블 조명
Yanzi Table lamp

theedit_li00-1©Artemide
  • 브랜드 : 아르테미데 Artemide
  • 디자인 : 네리&후 Neri & Hu
  • 출시연도 :  2017
  • 판매처 : 콜렉션비 👉 collectionb.cc
  • 가격 : <61만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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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edit_li00-2©Artemide
  • 브랜드  아르테미데 Artemide
  • 디자인  네리&후 Neri & Hu
  • 출시연도  2017
  • 판매처  챕터원 👉 chapterone.kr
  • 가격  31만 원

이번 주인공은 한 회사에서 출시한 동일 디자이너의 조명 두 개야. 원래 하나만 하려고 했는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제품들이라 함께 처리해보고 싶었어. 게다가 가격도 꽤 차이가 나서 취향 별로 고를 수 있게 모두 소개하면 어떨까 싶었거든.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 흑흑.

자, 브랜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조명 브랜드인 아르테미데야. ‘인간을 위한 빛(The human light)’이 회사의 철학인, 플로스와 함께 내가 무척 좋아하는 브랜드지. 여기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아카이브가 한가득이면서 동시대의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해서 좋은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어. 대표작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 많아. 우리가 아는 멋진 이탈리안 조명 중 상당수는 아르테미데와 플로스가 생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궁금하면 두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쫙 살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아이쇼핑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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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중국계 건축가 부부인 네리&후야. 린든 네리Lyndon Neri가 남편, 로사나 후Rossana Hu가 부인인데 네리는 하버드대학에서, 후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2004년 상하이에 ‘네리&후 디자인 앤드 리서치 오피스Neri & Hu Design and Research Office’를 설립했어. 지금은 영국에 지사를 운영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건축, 인테리어, 가구, 조명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지. 아마 현재 가장 바쁜 스타 디자이너 부부로 손꼽힐 거야.

개인적으로 굉장한 팬인데 그 이유는 뭘 만들어도 자신들의 색깔이 진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야. 특히 이들처럼 중국의 장대함과 느긋함, 그리고 섬세함이 공존하는 동양적인 정취를 작업에 가득 담으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특성을 놓치지 않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디자이너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해. 아마 스튜디오 이름처럼 디자인과 리서치를 동일하게 중시하는 그들의 학구적인 성향 때문 아닐까 싶어. 아, 우리나라에도 이들이 만든 건물이 있어. 도산공원에 있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인데 안 가본 사람은 꼭 가봐.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추천 또 추천!

theedit_li01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Amorepacific Corporation

암튼 이들이 2017년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때 아르테미데와 발표한 협업품이 바로 얀지야. 얀지는 중국어로 燕子, 곧 제비를 뜻해. 생김새를 보면 나뭇가지를 잡고 동그란 머리와 늘씬한 꼬리를 자랑하는 한 마리의 귀여운 새가 연상되지 않아? 원래는 얀지 라이트Yanzi Light라고 새들이 긴 철골 곳곳에 앉아있고, 새장에 들어가 있는 여러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얀지 테이블 조명은 그런 풍경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개체라고 볼 수 있어. 정말 귀엽고 위트 넘치면서도 인공적인 느낌이 과하지 않고 생명력이 감싸는 기분이라서 지저귀는 새의 평화로운 일상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theedit_li03©Artemide

하나 더 소개할 제품은 바로 nh1217이야. 얀지 라이트가 큰 관심을 받은 후 연말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서 얀지의 DNA를 이어받아 출시한 제품인데 클립처럼 생긴 고리와 둥근 조명, 딱 이 두 가지로 이루어진 단순한 디자인이야. 하지만 쓸모 만점인 만능 조명이랄까. 고리를 따라 조명이 움직이는데 무게 중심이 정확해지는 정중앙에 놓으면 바닥에 딱 세워지고, 다른 부분으로 이동하면 조명이 바닥에 기대면서 닿는 모습이 돼. 게다가 손으로 잡으면 대롱대롱 거리지. 이 상태로 어디엔가 걸어놓으면 플로어 조명 역할도 할 수 있는 아주 똑똑한 멀티쟁이야. 무엇보다 아르테미데와 네리&후가 만나 탄생한 조명치고는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 보급형 명품이랄까. 아, 갖고 싶다…

theedit_li04nh1217©Artemide

  • 이것만은 놓칠 수 없다!!

앞에서 소개한 조명들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를 충족하고 있어. 조명을 제대로 만드는 명품 브랜드와 현재 활동하는 스타 디자이너의 합작품으로 그 조형미가 뛰어나고 가격은 1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 그런데 꼭 명품 브랜드만 쓰라는 법은 없잖아. 요즘 제일 잘나가는 디자이너가 만든 완전 귀요미 조명인데 가격이 너무 착해서 소개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말하니 이해해 줘!!


[5]

세타고 JH27
Setago JH27

theedit_li00©&tradition
  • 브랜드 : 앤트래디션 &tradition
  • 디자인 : 하이메 아욘 Jaime Hayon
  • 출시연도 : 2019
  • 판매처 : 콜렉션비 👉 collectionb.cc
  • 가격  : 16만 원

앤트래디션은 헤이Hay, 노만 코펜하겐Normann Copenhagen과 더불어 요즘 큰 사랑을 받는 젊은 덴마크 리빙 브랜드의 기수야. 2010년 생겼으니 이제 10년 채웠지.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1950~60년 대 활동하던 덴마크 디자이너의 작업도 함께 다룬다는 점이 흥미를 끌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특히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이 디자인한 조명들에 군침이 돌 거야. 플라워팟Flowerpot, 토판Topan 조명인데 지금 봐도 너무도 세련된 마스터피스야.

theedit_li01라워팟 테이블 조명과 팬던트 조명©&tradition
theedit_li02토판 팬던트 조명©&tradition

각설하고, 앤트래디션이 작년에 하이메 아욘이랑 협업하면서 아주 앙증맞은 테이블 조명을 내놓았거든. 하이메 아욘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하지 않을게. 작년 대림미술관에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Jaime Hayon: Serious Fun)≫이란 개인전을 열었으니 조금만 찾아보면 관련 정보가 넘쳐흐를 거야. 그가 만든 조명 이름은 세타고인데 이름에 생김새와 기능이 딱 담겨있어.

세타seta는 스페인어로 버섯을 뜻하거든. 이 뜻을 알고 세타고를 보면 버섯밖에 생각이 안 날걸. 위에 갓 부분 끝이 살짝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디테일이 참 매력적인 조명이고 색깔의 조합 또한 아주 좋지. 그럼 세타고 중에 ‘고’는 뭘까. 말 그대로 영어 ‘go’를 붙인 건데, 무선 충전이 가능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LED 조명이거든. 결국 언제 어디서나 빛을 발하는 버섯 조명인 셈이지.

theedit_li04theedit_li03세타고 JH27©&tradition

치킨 먹고 싶을 때마다 참아서 10번 채우면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귀요미 조명 가질 수 있으니까 다이어트도 하고 조명도 갖는 일타쌍피의 마법이 이런 걸까!! 아…근데 난 아마 안 될 거야…지금 교촌 오리지널이 머리 속을 휘젓고 있어…그럼 이상으로 오늘의 조명 소개는 끝!

About Author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디자인, 건축,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한다.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손기술로 먹고산다'는 사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