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M의 취향] 나를 당신의 거실에 초대해줄래요?

안녕, 오랜만에 [M의 취향]으로 돌아온 탕자 에디터M이다.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인 더콘란샵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나에게도 다 계획이...
안녕, 오랜만에 [M의 취향]으로 돌아온 탕자 에디터M이다.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인 더콘란샵이…

2020. 06. 08

안녕, 오랜만에 [M의 취향]으로 돌아온 탕자 에디터M이다.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인 더콘란샵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나에게도 다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세상은 너무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고 잠잠해진 줄 알았던 세상이 다시 요동치는 요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미루고 미루던 콘란샵에 갔다. 아, 물론 마스크는 당연히 하고.

iherb_DSC07787[콘란샵에서 제일 예쁜 것 중 하나는 바로 요 종이 쇼핑백이다]

그런데 여러분 콘란샵은 정말 위험한 곳이다. 특히 나처럼 요즘 인테리어에 미친 사람이라면 더더욱. 취향 좋은 사람의 집에 초대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수천만 원대의 소파부터 비싼 조명까지 보면 눈이 정수리까지 높아지고, 한없이 얇은 내 지갑을 한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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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거기서 산 제품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실 기사로 소개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구색을 갖췄겠지만, 정말 내가 필요한 것들만 샀기 때문에 두서도 없고 어떤 맥락도 없다. 꼬박 두시 간이 넘는 시간 동안 1,000평 정도 되는 1층과 2층 매장을 수건돌리기 하듯 뱅뱅 맴돌며 고심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계산하고 보니 20만 원이 훌쩍 넘게 나왔더라. 대체 어디서 이 돈을 썼는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모르고 나도 어리둥절이지만, 분명 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


[1] 
“쟁반이 이렇게 고울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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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브로 캠트레이 피치 M 2만 3,000원

나는 요즘 컬러감이 좋은 트레이에 푹 빠졌다. 이미 두 개나 가지고 있지만 콘란샵에 있길래 하나 더 샀다. 내가 산 건 너무 예쁜 핑크 컬러의 트레이. 에디터H의 말처럼 아크네 핑크 컬러가 정말 정말 예쁘다. 카페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쟁반이 많이 필요하냐고? 음 여기에 과일도 담고, 인센스 재가 지저분하게 떨어지지 않게도 하고 음… 또… 사실 그냥 컬러감이 있는 소품은 좋은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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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로의 캠트레이는 미국의 국민 쟁반 브랜드다. 가볍고 튼튼하기 때문에 미국 중고등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자주 목격된다. 호르몬이 왕성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지급된다는 게 바로 이 제품이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는 유리섬유다. 얼마 전 전종현 외고 필자가 설명했던 것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임스 부부가 처음 의자에 도입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는 그 섬유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로 가보자. 유리 섬유 특유의 마치 오래 써서 스크래치가 난 것 같은 미세한 결이 보이는데, 여기에 예쁜 컬러감이 더해져 빈티지한 매력이 있다.


[2]
“방구석 캠핑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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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킨토 알프레스코 포크 레드 4,000원

요즘 내가 또 킨토에 푹 빠져있다. 킨토 특유의 정갈하고 깨끗한 느낌이 참 좋더라구. 이번엔 알프레스코 포크를 샀다. 다홍빛이 참 고와서 이걸로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질 것 같더라고. 실제로 손에 쥐면 종이처럼 가벼운데, 대나무 섬유와 플라스틱을 합성한 소재로 만들어져서 그렇다. 포크의 끝이 좀 뭉툭한 편이라 참외나 수박처럼 큰 과일을 제외하면 ‘음식을 찍어서 입에 넣는다’라는 포크 본연의 기능은 좀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도 착하고 예쁘니까 이거론 과일만 먹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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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토는 라인이 다양해서 ‘이것도 킨토 거였어?’ 싶은 게 참 많다. 나는 킨토 세피아 유리컵을 하나 가지고 있고 최근엔 투 고 텀블러로 용량이 작은 텀블러도 최근에 하나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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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건 킨토 세피아 유리잔인데 원래 나무 소서랑 세트도 따로 구입해야 한다. 당시에는 사야 할 그릇이 너무 많아서 차마 소서까지는 구입하지 않았는데, 다이소에 갔다가 똑같이 생긴 소서를 발견하고 당장 샀다. 가격은 단돈 천 원. 개이득.


[3]
“좋은 커트러리란 이건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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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티폴 고아 블랙 디저트 스푼과 포크 각각 1만 원

재작년 포르투 한 달 살기를 할 때도 못 샀던 큐티폴을 내가 콘란샵에게 사게 될 줄이야. 포르투갈의 커트러리 브랜드 큐티폴이야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진열대에 가득 늘어선 커트러리 중에서도 큐티폴은 고전미와 우아함을 뽐내며 한 마리 백조처럼 우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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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사용해 보니 더 좋다. 모양도 그립감도 무게감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특히 스푼은 입에 넣었을 때 너무 커서 입이 불편하지도, 그렇다고 시원하게 국물 한 입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작지도 얕지도 않다. 그리고 얇은 양상추도 가차 없이 집어낼 정도로 끝이 뾰족한 것도 마음에 든다. 아 이래서 다들 큐티폴, 큐티폴 하는구나 싶다.


[4]
“올여름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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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픽션 상탈크림 100ml 12만 8,000원

브랜드나 가격대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내가 마음에 들면 산다가 내 기조인데, 향수만큼은 예외다. 향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예민한 소재를 다루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쌓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생긴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 그것도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샀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건 콘란샵에서 산 건 아니다. 호기심에 손목에 뿌리고 잊은 채로 집에 돌아가서 사 온 것들을 하나하나 뜯는데 어디선가 기분 좋은 향이 나는 것이다. 알고 보니 콘란샵에서 뿌린 논픽션 상탈크림의 향이었다. 당장 아이폰을 열어 구입했다. 올여름엔 한 그루 싱그러운 나무가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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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디크의 필로시코스를 한동안 썼었는데, 상탈 크림도 무화과의 향에 부드러운 나무의 향기가 밸런스가 좋다. 이솝의 테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친근하고 취향에 맞는 향이겠다.


[5]
“사치스러운 향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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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포테케 프라그란스 피그 2만 5,000원

향수가 내 몸에 입히는 향이라면, 인센스는 내 공간을 채우는 향이다. 그래서 인센스에 집착한다. 집에 들어갈 때 내가 좋아하는 향이 나를 반겨줬으면 해서. 이번에 산 인센스는 조금 비싸다. 25개가 들어 있는 한 통이 2만 5,000원이니까 하나 피울 때마다 천 원짜리 향기로운 지폐에 불을 태운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아포테케 프라그란스의 에센셜 오일 배합부터 박스 패키징까지 장인이 직접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보기 드문 브랜드다. 질 좋은 대나무에 강아지풀이나 핫도그처럼 반죽을 도톰하게 입혀냈는데, 사람이 해서 그런지 하나도 바르거나 똑같이 생긴 게 없다는 게 매력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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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여름 무화과 사랑은 계속된다. 일반적인 인센스에서 느껴지는 나무 타는 향이 거의 없이 무화과와 시트러스 그러면서도 은은한 달콤한 향이 나를 감싸는데. 아, 좋은 향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6]
“누가 성냥을 이 돈 주고 사냐구요? 네, 그게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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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치 라이트 하우스 1만 8,000원

인센스를 샀으니 여기에 불을 붙일 성냥도 사 봤다. 계획 없는 소비란 이렇듯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져서 위험하다. 개당 천 원짜리 향을 편의점에서 300원 주고 산 BIC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건 너무 무례한 일 아닌가. 지금 소개할 성냥은 오늘 내가 산 것들 중 가치 대비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인센스 보다 더). 고작 100개의 성냥이 들어 있는 한 박스를 1만 8,000원에 샀으니까. 불을 한 번 붙일 때마다 나는 180원을 공중에 날리는 셈이랄까. 아무래도 나는 돈을 태우는 데 소질이 있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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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건을 담을 때 나의 뇌는 이런 식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불을 붙일 생각도 딱히 없다(이미 집에 다른 성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건 철저하게 관상용이란 소리다. 1994년 시작된 아키비스트에서 제작된 성냥은 영국에서 왔다. 성냥을 보고 호기심에 한 발짝 다가온 디에디트 사무실 사람들이 가격을 듣곤 두 발자국쯤 물러났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흥.


[7]
“테이블 세팅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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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인 린넨 냅킨 씨썰 1만 5,000원

테이블 세팅의 완성은 키친 클로스다. 세상은 이 천의 목적성에 너무 야박하게 군다. 있으면 요모조모 쓸모가 참 많거든. 100% 고급 린넨 소재로 제작되어 통기성이 좋고 가벼우며 손에 착착 감긴다. 와인잔에 있는 물 얼룩을 지우는 데 리넨만한 게 없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국화인 엉겅퀴 꽃빛의 색도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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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건 콘란샵의 PB 브랜드라 가격이 합리적이다. 콘란샵에는 품질이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는 PB제품도 꽤 많다. 비율로 따지만 30% 정도는 되니까 요 파란 태그를 봤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장바구니에 담을 것을 추천한다.


[8]
“거기 등 긁어줄 사람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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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is Hantverk 핸들 샤워브러쉬3만 8,000원

혼자 사는 사람들의 괴로움이란, 등이 가려울 때 긁어줄 이가 없다는 것 아닐까. 아무리 등짝을 벽에 비벼대도 남이 긁어주는 것만 못하다. 양쪽 날개뼈 사이, 정말 손이 닿지 않는 지독한 사각지대가 가렵길래 샤워브러쉬를 사봤다. 이 샤워브러쉬로 말할 것 같으면 저 멀리 바다 건너 스웨덴에 사는 시각적으로 장애가 있는 장인들이 만들었다. 오일 마감된 말털은 튼튼하고 내구성과 탄성이 뛰어나서 샤워브러쉬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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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까슬까슬해서 물에 젖지 않은 맨살에 바디워시 없이 하면 당연한 말이지만 아프다. 하지만 아픔과 시원함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닌가(아닌가?). 직접 사용해보니 정말 시원하다. 물론 과도한 피부 자극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비누 거품을 낸 상태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9]
“왜 생활용품은 다 못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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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쉬 스펀지 5,900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쇼핑이 바로 ‘예쁜 생활용품’을 사는 일이다. 그리고 더 어려운 게 바로 ‘예쁜데 기능도 좋은 생활용품 사기’고. 예쁜 변기 청소용 솔, 튀지 않는 고무장갑 같은 건 보이면 일단 고민 없이 사야 한다. 그것도 여러 개로. 오늘 산 쇼핑 중 가장 실용적인 게 바로 이 피쉬 스펀지다. 때마침 집에 있는 설거지용 스펀지가 ‘아직 조금 더 쓸 수 있겠는데’와 ‘이제 곧 버려야겠다’의 사이에 있었거든. 귀여운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설거지를 하면 입구가 좁은 와인잔도 수월하게 닦을 수 있다.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