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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은 왜 그렇게 비싼가

안녕. 난 디에디트의 ‘떠나지 못한 자’이며 디에디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원고를 쓰고 있는 객원필자 기즈모다. 오늘은 신제품 얘기는 아니다....
안녕. 난 디에디트의 ‘떠나지 못한 자’이며 디에디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원고를…

2019. 10. 31

안녕. 디에디트의떠나지 못한 이며 디에디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원고를 쓰고 있는 객원필자 기즈모다. 오늘은 신제품 얘기는 아니다. 다이슨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번에 디에디트 부탁으로 다이슨 신제품 행사를 취재해 기사를 썼다. 다행히 기사가 맘에 들었다며 다이슨의 전화를 받고 기뻐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비행기 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내가 비행기라니. 그것도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싱가포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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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싱가포르에 이유는 다이슨의 초청 때문이다. 다이슨은 영국 기업이지만 많은 인력이 싱가포르에 있다. 게다가 다이슨은 올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그래서 이제는 싱가포르 회사가 됐다. 브렉시트에 다이슨시트라니. 영국은 튀어 나가기를 좋아하는 민족 같다. 하지만 진짜 목적지는 싱가포르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다이슨 개발센터다. 싱가포르에서 껌을 씹기도 전에 버스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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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은 기술 기업을 표방한다. 그런데 다이슨이 주로 만드는 제품들은 하이테크 제품이 아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인공지능 스피커 등이 하이테크 제품이라면 다이슨이 만드는 청소기,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고데기 등은 로우테크 제품에 가깝다. 의문은 다이슨이 이런 로우테크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5 파운드( 3 7440억원) 투자하고 있는지와 돈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다이슨은 그리 간단한 제품을 만들면서 제품 가격은 왜 그렇게 비싼지다. 다이슨 개발센터가 해답을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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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이슨 말레이시아 개발 센터에 도착해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3 5 제곱미터의 공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평수로 환산하면 1만평이 넘는다. 1만평의 공간은 생산 공장이 아니다. 다이슨 제품 재고를 쌓아 놓는 공간도 아니다. 순수하게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공간이다. 넓은 공간에 1,000명에 가까운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내부는 온통 테스트 공간과 다양한 실험실로 가득 있었다. 자연과 바다, 비키니와 수영복으로 가득 시칠리아는 완전 다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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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부에 들어가면 우선 넓은 카페가 보인다. ‘해리어 카페라고 하는데 다이슨의 엔지니어들이 밥도 먹고 담소도 나누고 협업도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간 사이에는 갑자기 엔진 같은 조형물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해리어 제트기 엔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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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어 제트기는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수직 이착륙 전투기다. 영국이 만든 전투기로 엔지니어링의 상징 중에 하나다. 밥을 먹다가 엔진을 보고 영감을 얻으라고 전시해 놨다고 한다. 공대 출신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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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지나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신뢰도 테스트 공간이다. 많은 다이슨 제품을 계속해서 청소시키고 떨어뜨리고 집어 던진다. 낙하 테스트는 본체 아니라 제품 포장 상태에서도 진행한다. 운송 중에 파손될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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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제품 패키지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2 km 이동하는 실험도 한다고 한다. 이런 실험을 하냐고 물으니 제품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고장 있는 환경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란다. 2 km 거리라면 유럽횡단이 가능한 거리다. 쇼핑하고 돌아오기엔 너무 거리다. 트렁크에 실은 다이슨이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가 먼저 퍼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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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간도 비슷한 곳이다. 기계 테스트(Mechanical Testing) 랩이다. 최대 10 이상 사용하는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며 내구성을 테스트한다. 높은 기온이나 습도, 충격, 반복 작업 다양한 테스트 환경을 거친다고 한다. 특히 완성품 뿐만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 부품단위로 모두 테스트하기 때문에 결점이나 약점을 찾아내 보완하기에 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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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랩은 사방 벽이 강철로 이뤄진 방이다. 안에서 다이슨 제품의 전자파 방출을 체크하고 다른 제품에 영향을 주는 양을 측정한다고 한다. 외부 벽이 강철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공간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나 현대인들을 가둬 놓으면 견딜 공간이다. 나도 견딜 같아 빨리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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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랩(Acoustics Lab) 소음을 측정해 개선시키는 실험실이다. 실험실 전체가 흡음재로 덮여 있어 소음을 거의 완전히 제거한다. 여기서 10여개의 마이크와 탐침 등을 통해 제품 작동시 발생하는 소음을 체크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소음을 최소화시키는 연구를 한다고 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테스트 큐브에 들어서니 담배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일부러 담배 연기를 발생시켜 연기로 가득 채운 후에 암모니아, 아세트 알데히드 같은 물질을 얼마나 제거하는지 테스트하는 실험실이다. 애연가 기자들은 즐거운 얼굴로 실험실을 즐겼지만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다른 기자들은 코를 막으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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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실험실을 열거하니 슬슬 지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이 공기 청정기의 공기 정화능력을 실험할 때면 ‘CARD 테스트 실시한다. 3.2 x 3.7 x 2.4m 12m2 정도의 작은 공간에 천장형 선풍기를 돌린다. 그리고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센서 하나로 변화되는 미세먼지양을 측정한다. 그런데 정도 공간은 대부분 아파트의 작은 크기 정도다. 게다가 일반 가정에는 천장형 선풍기를 돌리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중에 나온 공기청정기를 구입해도 성능이 기대에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이슨은 폴라(POLAR) 실험실이라는 자체 규격을 마련했다. 크기는 6 x 4.5 x 3m이고, 면적은 27m2 일반 가정의 거실 정도 크기다. 천장형 선풍기도 작동하지 않는다. 다이슨의 제품들은 모두 폴라 실험실의 공간에서 테스트하기 때문에 일반 공기청정기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튜닝된다. 따라서 제품 테스트 기준이 엄격하고 결과적으로 실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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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도 유속 측정 실험실, 공기 여과 분리 시스템 다양한 테스트랩을 방문했다. 넓은 공간이 온통 집어 던지고 부서지고 작동하는 소음으로 가득 있었다. 기계들의 비명이 들리는 했다. 갈매기가 울어대고 파도가 넘실대며 연인들이 속삭이는 시칠리아와는 완전 다른 소리로 가득 있다.

다이슨 말레이시아 개발 센터에 와서 다이슨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렸다. 다이슨은 내구성에 대해 비판을 받은 적도 있고 A/S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이야기가 잠잠해지고 있다. 이런 테스트 실험실에서 끊임없는 테스트로 내구성을 높이고 있고 A/S 문제 역시 다이슨이 직접 맡으면서 월등히 향상되고 있다.

사실 다이슨은 항상 실패하는 기업이다. 수천 실패해서 제품을 만들고 문제점을 발견하려고 애를 쓴다. 그냥 3D 모델링으로 대체해도 되는 것을 일일이 시제품을 만들고 실제 사용상의 문제점을 파악하려 애쓴다. 저런 것까지 테스트할까 의문이 드는 부분까지 테스트하며 완성도를 높여간다. 따라서 다이슨이 벌어들이는 많은 돈은 제품 개발과 테스트에 다시 투입된다. 로우테크 기술이지만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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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련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있다. 다이슨은 제조에 있어 스타트업에 가깝다. 25년의 역사지만 처음 10년은 거의 유선청소기만 만들던 아주 작은 회사였다. 반면 다이슨의 경쟁사라고 있는 일렉트로룩스, 후버, 필립스 등은 엄청난 규모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역시 세계적 기업에 50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이런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이슨은 저런 오래된 제조업체에 비해 아키텍처와 엔지니어링, 매뉴팩처링 노하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실패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해 내며 개선하는 미련한 작업을 계속하며 이런 격차를 이겨내고 있다. 그래서 다이슨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문제점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다이슨의 신제품은 항상 우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안되는 제조사 중에 하나다. 엔지니어링의 감동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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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유튜브 '기즈모' 운영자. 오디오 애호가이자 테크 리뷰어. 15년간 리뷰를 하다보니 리뷰를 싫어하는 성격이 됐다. 빛, 물을 싫어하고 12시 이후에 음식을 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