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신세계로부터의 초대장

안녕. 디에디트의 외고 노예 김작가다. 오늘은 잡지를 리뷰하려고 한다. 사실 예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글이다. 몇 개월 전, 친형과 오랜만에 만날 일이 있었다(명절이었다). 그때...
안녕. 디에디트의 외고 노예 김작가다. 오늘은 잡지를 리뷰하려고 한다. 사실 예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2018. 04. 24

안녕. 디에디트의 외고 노예 김작가다. 오늘은 잡지를 리뷰하려고 한다. 사실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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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 , 형과 오랜만에 만날 일이 있었다(명절이었다). 그때 나는 컨셉진이라는 잡지를 읽고 있었고, 형은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잡지야. 재밌어.” 나도 형에게 물었다. 형은 무슨 잡지 좋아해?” 형은 좋아하는 잡지가 없다고 했다. 알고 있는 잡지도 <에스콰이어> <우먼센스> 말고는 없다고. 안타까웠다. 에스콰이어라니, 우먼센스라니! 물론 둘다 좋은 잡지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잡지의 세계도 넓다. 나는 우연히 만난 잡지 한 권에 생전 모르던 신세계가 열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추리고 추려서 다섯 권의 잡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어쩌면 당신이 몰랐을 그런.


1. 매거진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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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이나 연남동의 카페 투어를 좋아한다면 <매거진B> 번쯤은 봤을 모른다. 네이버 초록창을 디자인했다는 조수용 디자이너가 만든 <매거진B> 잡지의 생태계를 변화시켰다. 전까지 잡지는 소장하는 용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광고가 많았고, 과월호는 촌스러워 보였다. 반대로 <매거진B> 1 전에 출간한 잡지과 다음 달에 나올 잡지에 차이가 없을 만큼 깔끔한 레이아웃을 유지한다. <매거진B> 대해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매거진F> 배달의민족과 매거진B 함께 만들기 때문이다. 커버가 닮은 이유도 바로  이유.

<매거진F> 매호 하나의 식재료를 선정해 소개하는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다. <매거진B> B 브랜드의 약자라면, F 푸드를 뜻한다. 배달의민족이 푸드매거진이 아니라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이유는 잡지가 음식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음식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매거진F> 실린 콘텐츠의 제목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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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프리카공화국 솔트 오너 셰프 크랙 코맥의 와인과 소금 매칭
  • 미식가 4인이 말하는 자신만의 소금 사용법
  • 소금을 테마로 도쿄 레스토랑 셀살살레 오너 셰프 하마구치 마사히로
  • 저마다 고유한 색과 모양을 지난 소금에 대한 미학적 관점
  • 포틀랜드 제이콥슨 솔트 오너 제이콥슨에게 듣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로서의 소금

김봉진 대표는 잡지를 만들기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 소개나 맛집 소개였다.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나 맛집은 년이 지나면 달라져있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재료가 주제가 되었다.


2. 스트림(St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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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음식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 그다음으로 중요한 뭘까. 커피? ? 아니 아니. 음악이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음악 ‘요즘 뜨는 잡지’, ‘ 혼자만 아는 잡지라고 하면 보통 비연애 잡지 <계간 홀로>, 플러스 사이즈 잡지 <66100> 처럼 독립 출판물을 많이 떠올리더라. 근데 기업에서도 잡지를 만들고 있는 추세다. <매거진F>처럼 말이다<매거진F> 보다 먼저 잡지를 만든 기업 있었으니 (두구두구두구두구) 벅스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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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뮤직이 만드는 <스트림> 3개월마다 발행되는 음악잡지다. ‘Classy, Timeless & Professional Musicpedia’라는 슬로건 아래 소장 가치 높은 음악 전문 백과사전을 지향한다. 그런데 음악을 글로 설명한다는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다행히 <스트림>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잡지가 아니며, 음악과 뮤지션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윤미래&타이거JK, 김윤아, 윤상, 이루마 뮤지션을 다뤘고 최근에는 DJ, 힙합&알앤비 등으로 주제의 폭을 넓히고 있다.

주간지는 일주일 안에 읽지 못하면 소장가치가 떨어지곤 하는데, <스트림> 그렇지 않다. 힙합과 알앤비의 역사를 심도 깊게 정리하는데, 3개월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도 가치 있을 이야기다.


3. 프리즘오브(PRISM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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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잡지에도 전성기가 있었다. <필름2.0>, <씨네21>, <무비위크> 모두 함께 팔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잡지는 폐간되고, <씨네21> 살아남았. 지금 소개하려는 <프리즘오브> 영화잡지지만, <씨네21>과는 전혀 다른 컨셉이. 위에서 소개한 <매거진F>, <스트림>처럼 호에 하나의 주제를 정해 깊게 얘기하는 컨셉이다.

<프리즘오브> 편의 영화에 대해 깊게 이야기한다. 하나만 파는 거다. 지금까지 다룬 주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터널 선샤인>, <화양연화>, <마미>, <Her>, <다크나이트>, <아가씨>,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있었고, 최근에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주제로 텀블벅에서 후원받았다. 창간호 역시 텀블벅으로 시작했는데  소개글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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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번이고 보고 싶은 영화가 편쯤은 있습니다. 영화라는 예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신나게 떠드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쏟아지는 영화들 속에서 권에 작품씩, 아끼고 아끼던 작품들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영화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들은 이렇게 잡지까지 만들어 이야기하는 것일까. 내가 감히 영화의 매력을 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프리즘오브>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있을 같다. 이것도 소개 글에서 가져왔다. 프리즘이 하나의 빛을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으로 비추어 보여주듯 하나의 영화가 다양한 시선에서 재해석됐을 어떤 색으로 비춰지는지 담고자 합니다.”


4. 어반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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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코너를 구경하다 보니 유독 여행잡지가 많다는 알게 되었다. 이유가 뭘까. 잡지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으로 만드는 거니, 그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 아닐까. 많고 많은 여행잡지 중에서 <어반리브>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반리브> 책을 읽고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세요!” “오사카에서는 여기서 저녁을 먹고 택시로 10 이동한 뒤에 일출을 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잡지 이름처럼 도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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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리브> 호마다 도시를 선정해 도시의 삶을 경험하는 여행잡지가 컨셉이다.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활에 자극과 영감을 주는 여행의 방식을 제안하는 잡지의 기획 의도다. 4 홍콩 편을 보면 홍콩의 건축가, 디자이너, 출판사 대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홍콩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변화를 묻는다. 물론, 여행잡지에는 항상 빠지지 않는 카페나 식당, 편집샵 들릴 만한 곳도 추천하지만, 홍콩에 머물며 직접 취재한 에디터들의 추천이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지금까지 교토&오사카, 방콕, 도쿄, 홍콩을 다뤘다. <어반리브> 권을 읽으면 그곳에 가지 않아도 직접 여행을 다녀 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여행잡지는 여행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여행 가는 대신 읽는 잡지가 아닐까 싶었다.


5. 베어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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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잡지 <베어 매거진> 소개할 때가 되었다. <베어 매거진>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잡지다. 호에는 주제가 있고 해당 주제와 관련된 사람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창간호 주제는 커피였고,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부부, 제주도에 카페를 차린 바리스타, 커피머신을 만드는 사람, 커피나무 농부. 대부분의 기사가 인터뷰이기 때문에 읽는 부담이 없고,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읽힌다. 지금까지 다뤘던 주제는 , , , , 과자, , 식물이었고, 이번에 출간한 10호는 특별하게기억 주제로 선정했다.

그동안 <베어 매거진>에서 인터뷰했던 사람들이 예상 가능한 큐레이션이었다면기억으로 묶인 인터뷰이들은, 그렇지. 직업은 기억을 다루는 직업일 있겠구나싶었다. 멸종 동물을 디자인으로 남기는 성실화랑, 흑백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연희동사진관,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윤동주문학관의 최정남 해설사. 모두 기억을 다루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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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히 <베어 매거진> 좋아하는 이유는행복한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워라밸(work-and-life balace)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퇴근을 일찍 해봤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업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면 인생의 절반을 우울하게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베어 매거진>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래 나도 행복한 일을 하는 거야!’하고 괜히 용기가 생기곤 한다. 기분이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잠깐이나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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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잡지가 많은데, 어쩌면 또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다(계속 디에디트 원고 노예를 한다면 말이다). 그땐 영화, 음악처럼 대중적인 취향이 아니라 특별한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을 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잡지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잡지가 사람의 취향을 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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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그리고 이번 리뷰 촬영은 홍은동에 있는카페 빈공간이라는 멋진 카페에서 진행했다.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 군데군데 분위기가 달라서 촬영하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과 알바생이 모두 배우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연극무대를 카페의 컨셉으로 했다고 한다. 전시도 하고 뮤직비디오도 촬영하는 공간을 아인슈페너 하나 주문하고 빌렸다는 것에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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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