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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뜨는 SNS, 라켓 앱 리뷰

위젯에서 만나는 20명의 친구들.
위젯에서 만나는 20명의 친구들.

2024. 04. 18

에디터 기은이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값진 건 ‘사람’이다. 사람을 통해 정보 얻고 물건 얻고 원동력까지 얻는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광고 회사 다니는 친구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새로운 소셜 앱 서비스 라켓(locket)을 써보자 제안했다. 그러니까 그게 벌써 23년 9월.

locket

어땠냐고? 결과적으로 나와 친구들은 몇 달간 즐겁게 쓰다 라켓의 존재를 까먹었다. 그렇게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던 서비스였는데 24년 4월의 어느 날, 앱스토어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 그래? 그럼 다시 써봐야지. 나는 냉큼 복귀했다. 

라켓은 참 단순하다. 친구를 초대하고 때때로 사진을 올린다. 그럼 내 스마트폰 배경화면 위젯에, 내 친구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위젯에 서로의 사진이 뜨는 게 큰 구조다. 

낯선 이 앱을 궁금해할 여러분을 위해 똑같이 라켓이 처음인 친구를 초대해 체험시켜 봤다.

계정을 만들고 연락처를 연동하거나 초대 링크를 공유하면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 자, 그럼 이후부터 무얼 하느냐? 심심할 때 사진 찍어 올리고 친구가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면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 친구가 뭐 올린 거 없나? 구경 가면 된다.

위젯에서 만나는 20명의 친구들.

미리 찍어둔 내 앨범 속 사진은 올릴 수 없다. 카메라 버튼을 실시간으로 눌러 담은 사진만이 가능하다. 

2021년 “새로 나온 차세대 앱이야!”라며 수군거렸던 소셜 앱 ‘Poparazzi’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나는 업로드 불가하고 내 친구가 나를 찍어 태그 하면 내 피드에 노출되는 게 메인 기능이었다. 셀카를 직접 올려 내 얼굴을 자랑하는 낫 쿨한 태도 없이 내 인기를 자랑할 수 있어 한때 인싸들에게 인기였다. 

2022년, “새로 나온 차세대 앱이야!”라며 수군거렸던 ‘Bereal’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한 번 알람이 오면 2분 안으로 즉시 카메라를 켜 내 솔직한 근황을 친구에게 알릴 수 있는 앱이다. 후면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 둘 다 찍히는지라 꾸밈없는 진솔함이 메인. 

2022년에 탄생한 라켓에서 이 둘의 향기가 난다. 사실 비슷한 기능이 믹싱된 앱 서비스가 너무도 많이 탄생해 누가 먼저라 하기 어렵다.

사진과 함께 다양한 상태 메시지도 작성할 수 있다. 개중 음악은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 중에 골라 삽입할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유저는 조금 슬프겠다. 나는 다행히 애플 뮤직을 구독하고 있었기에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를 추가했다.

(왼쪽)친구의 스마트폰 화면

그렇게 내가 찍은 사진을 올리면 이렇게 된다. 내 친구들의 스마트폰 위젯에 내 얼굴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그럼 내 친구들이 날 보러 오는 것이다. 이모티콘을 눌러 반응해 주거나 메시지를 보내 대화하면 된다. 

고요해 보이는 숲 사진과 함께 조성진의 연주 음악을 넣은 내 친구. 셀카와 아이돌 음악을 넣었던 나와 참 대비되는 취향이다. 

그렇지만 뭐든 눈에 보인다면 대화할 계기가 되지. 이참에 친구에게 말 한마디 더 건넨다. 이 앱은 그러니까 이런 맛이다. 이걸 즐길 줄 모른다면 즐길 게 없는 셈. 

친구는 최대 20명까지만 맺을 수 있다. 친구가 2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도, 넘는 사람도 슬퍼지는 제약. 프라이빗하게 ‘우리끼리’ 즐기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서비스들을 쓰며 느낀 소셜 피로도를 없애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 행동과 반응이 투명하게 노출되어 생겨난 이 소셜 피로도를 피하고, ‘프라이빗’이란 결속력을 부여해 새로운 고객을 잡고 싶었던 듯하다. 세상의 흐름은 정반합으로 돌아가니까, 이 기능으로 보아 지금은 소셜 앱 서비스 사이 ‘반’이 유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은 ‘합’.

마지막으로 라켓에는 주거니 받거니 한 친구들의 사진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어주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라켓 기능의 끝. 크게 대단한 뭔가가 있진 않다. 

이런 라켓이 최근 한국의 20대 초반에게 인기라고. 왜? 추측해 보건대 너무 많은 세대가 몰려 있는 플랫폼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싫은 사람과 억지로 소셜 관계 맺는 게 피로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엄마 아빠가 함께 공존하는 곳에선 친구와 있을 때처럼 행동하기 어렵고 신경 쓰이는 부분도 생긴다. 또는 어떤 친구와는 더 가까워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라켓은 이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친구를 20명 이하로만 받아야 하는 장치가 이 앱의 룰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가려 받을 수 있거든. 이 당위성이 핵심이다. 누군가를 내가 의도해서 배제한다는 죄책감이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 구조라 신경 쓸 것이 별로 없기 때문.

최근의 소셜미디어들은 ‘내가 싫은 사람과는 안 마주치고 싶지만 새로운 사람은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또 내가 선택한 사람들에게만 노출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이 생각과 태도가 남에게 티 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까지.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 노출 기능, ‘스토리 안 보기’ 기능이 다 여기서 기반했다.  

소셜미디어들은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만족시킴과 함께 그들의 인간관계가 최소한 겉으로라도 해쳐지지 않게 해야 하는 딜레마 미션을 가지고 있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소셜 사회 구축하기 말이다. 

내 폰에서 점점 과거로 사라지고 있는 소셜 앱들

라켓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자, 그래서 과연 라켓이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 같냐 누가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내 생각이니 이 친구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길.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살다 보니 영원한 인간관계는 없는듯하다. 어제 친했던 사람이 내일 멀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폐쇄적인 앱 서비스에 미래가 있으려면 프라이빗이 지속되더라도 계속해서 사람이 유입되고 바뀔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 멀어졌다면 나는 이 앱을 자연스럽게 안 보게 될 것이기 때문. 그게 어떤 장치냐 물으신다면 그건 나도 모른다. 나는 그냥 에디터이므로. 물론 아마 알아차리지 못한 수많은 이유로 멀어질 것 같기도 하다. 현대인은 신경 쓸 것이 많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거나 정말 재밌지 않으면 손이 안 가지. 23년 9월부터 라켓을 몇 주간 즐겼음에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과거가 있기에 이건 확실하다.

요즘은 앱스토어 1위를 찍어도 세상이 모른다. 라켓 : “저 24년 4월 1주차에 한국 앱스토어에서 소셜 카테고리 앱 1위 했다니까요? 왜 몰라주세요.” 세상이 넓은 것도 한몫하겠다만 살면서 접하는 정보가 너무 많은 탓에 뭔가를 알리기란 참 쉽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정말 큰 변화, 우리가 쓰는 하드웨어의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오래도록 왕좌를 꿰차긴 힘들다. 예를 들어 애플 비전이 전 국민에게 씌워지면 그때 거기서 쓰이는 앱이 세상을 평정할 거란 상상을 하고 있지. 자, 혹시나 2025년에 “새로 나온 차세대 앱이야!”라며 수군거리는 앱이 탄생하면 그때 또 리뷰 들고 오겠다. 안녕!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