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구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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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가가 말해주는 노트북 구매 가이드

신학기 노트북이 고민이라고요?
신학기 노트북이 고민이라고요?

2024. 02. 06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디에디트의 에디터M이 갑자기 신학기에 어울릴 노트북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합니다. 노트북 구매 가이드는 10년 전에도 만들었던 콘텐츠인데,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인지 오랜만에 닥친 주제에 혼란스럽습니다. 노트북의 유행도 달라지고 선택의 기준도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의외로 쫄깃한 이야깃거리가 떠오릅니다.

사실 제품 몇 가지를 꺼내 놓고 ‘이걸 사라’고 하는 걸 기대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그게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노트북을 비롯해서 모든 소비의 핵심은 ‘스스로의 결정이 맞느냐’에 있고, 그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요즘의 흐름일 겁니다. 내 결정이 틀리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인데, 사실 조금 틀려도 괜찮습니다. 크고 작은 과정의 성공과 실패가 점점 더 커질 우리의 소비의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니까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면 안 돼요

그래서 이번에는 주제를 살짝 비틀어서 마음에 쏙 드는 노트북을 스스로 고르고, 그에 만족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합리화’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미련 없이 제품을 선택하고 잘 쓰는 데에 있습니다.


[1]
’집에 같이 가자~’ 속삭이는 제품을 골라요

노트북을 고르는 출발점은 딱 정해져 있습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거죠. ‘노트북 뭐 사면 좋아?’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뭐 사고 싶은데?’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관심을 두고 있는 제품들을 주르륵 읊습니다. 갖고 싶은 건 있는데 그게 괜찮은지 확인받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죠. 애초 노트북을 사려고 마음먹은 이유도 자극이 있었기 때문일 테고요.

명분은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한 마디로 합리화합니다. ‘잘 쓰면 그게 뭐든, 얼마짜리든 좋은 물건이다’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성능 좋고 예쁜 제품인데 사 두기만 하고 생각했던 목적대로 잘 쓰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쓸모없는 물건이 되는 것이죠.

Apple MacBook Air

노트북을 고르는 선택 기준은 의외로 단순한데, 화면 크기와 프로세서 성능 정도만 보면 됩니다. 게이밍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두께와 무게를 조금 내려놓는 대신 그래픽 프로세서가 기준이 되겠지요. 이런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오래전 세대 제품이 아닌가 정도만 따지면 됩니다.

마음속에 맥북을 두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동안 윈도우만 써 왔는데 맥북을 쓸 수 있을지 걱정이 제일 크겠죠. 저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들은 맥에서 거의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당장은 게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적응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사실 맥에 대한 갈등은 사서 써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걱정이 되면 M1 칩이 달린 맥북 에어를 중고로 구해서 써보세요. 그 적응 과정 역시 크게 아프지 않은, 중요한 경험이 될 겁니다.

결론은 눈에 들어온 제품이 있고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면 마음 편하게 결정해도 됩니다. 애정이 담긴 제품이어야 손이 많이 가고, 그게 결국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내니까요.

*크기와 무게 고르기
일반적으로 휴대의 목적이라면 13인치, 책상에 두고 쓰려면 15인치를 고르는 게 무난합니다. 하지만 꼭 정답은 아닙니다. 요즘은 화면이 커진다고 해서 무게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휴대용으로 15인치까지 백팩이나 따로 가방에 넣어 다닌다면 1.5kg 정도까지는 휴대용으로도 나쁘지 않아요. 게다가 요즘 노트북은 배터리로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어댑터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그만큼 무게가 빠진다고 보면 돼요. 오히려 더 가벼운 노트북 가방이나 파우치를 알아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2]
’좋은 걸 사서 오래 쓸 거다’,
땡! 너무 비싼 건 사지 마세요

그렇다고 300만 원이 넘는 맥북 프로 16인치를 덜컥 사는 건 그리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새해를 맞아 유튜브를 시작해 보겠다고 장비를 알아보다가 ‘편집에는 이 정도는 필요하지!’라고 알아보다가 워크스테이션급의 노트북을 고르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스마트폰으로 찍는 간단한 영상을 편집하는 데에는 사실 요즘 나오는 거의 어떤 노트북을 구입해도 문제없이 편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성능 제품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크고 무거운 제품을 사서 잘 안 쓰게 되면 결국 원래의 목적에도 시들해지게 되니까요.

글을 쓰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을 고르세요. 아니, 노트북이 아니라 키보드가 달린 태블릿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이것도 굳이 비싼 제품을 고를 이유가 없지요. 가볍고 키보드가 편한 걸 고르면 됩니다.

가장 큰 실수가 ‘오래 쓸 거니까 당장 좋은 걸 사야지!’라는 결심인데, 컴퓨터는 오래 쓰지 않아도 됩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면 안 돼요. 3년에서 길어도 5년 안에는 바꾸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는 미래를 보는 성능보다는 당장 충분한 성능에 만족하고 비싸지 않은 제품을 고른 뒤 아낀 돈으로 다음 업그레이드 주기를 줄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3년 뒤면 중급형 제품들이 지금 가장 빠른 성능의 노트북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어줄 테니까요.

무엇보다 노트북을 너무 애지중지하기보다는 고장나도 아쉽지 않을 만큼 독하게 굴리는 걸 목표로 해 봅시다. 노트북을 살 때 다들 뭔가 큰 포부를 갖고 있잖아요. 그걸 이루려면 흔히 ‘전투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부담 없이 쓰고 가치를 뽑아내는 게 크죠. 저도 노트북을 살 때 가장 큰 명분으로 ‘이걸로 글을 더 많이 써서 꼭 본전을 빨리 뽑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능으로 노트북을 고르는 기준은 CPU에 있지요. 인텔과 AMD는 모두 중급 프로세서를 두고 있습니다. 인텔은 코어 i5, 라이젠도 5시리즈를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이 정도면 못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가격적으로도 큰 부담은 없을 겁니다. 물론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면 인텔의 코어 i7이나 i9, AMD의 라이젠7, 9 등의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건 게이밍이나 복잡한 동영상 편집 등 특정 목적이 아니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이지요. 다만 프로세서의 세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텔은 14세대, AMD는 8000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무조건 최신의 제품을 살 필요는 없지만 너무 예전 제품은 고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기대하는 잘 빠진 노트북이라면 2024년 초 기준으로 인텔은 12, 13세대, AMD는 6000, 7000 시리즈의 중간급을 고르면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딱 3년 쓴 다음 다시 이야기해요.


[3]
브랜드는 신경 쓰지 말아요

‘에이수스나 MSI 노트북을 사고 싶은데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산 제품이 아니어서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브랜드가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죠.

ASUS Zenbook

오래전 노트북 고르는 방법을 소개할 때는 이 브랜드가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예전에는 노트북은 비싼 제품이고, 사람들이 갖는 거의 유일한 개인용 컴퓨터였습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뿐 아니라 재산의 의미도 있었지요.

고장은 거의 재난에 가까웠습니다. 생각보다 노트북이 고장나고 망가지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대응은 제조사, 유통사에만 기댈 수 있으니 믿을 수 있는 회사 제품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고장에 대한 우려도 고급 브랜드는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제조사, 브랜드는 신뢰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직접 설계하고, 직접 만든다는 것을 광고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상당히 많은 노트북이 중국 제조사를 통해 OEM, ODM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노트북의 설계가 정형화되어 있고, 기술력도 다 높아지면서 고장의 우려가 줄어들었습니다. 케이스는 더 단단해졌고, 가장 잦은 고장을 일으키던 하드디스크도 SSD로 바뀌었습니다.

집어던지는 정도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 고장을 걱정할 일은 분명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외산 브랜드들도 대체로 서비스 시스템을 잘 갖춰두어서 만약의 사태에도 대응이 이전처럼 까다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트북 가격대가 넓어지면서 50만 원 내외의 저가 제품 시장에도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뛰어들기 때문에 이전처럼 가격 중심의 낯선 저가 브랜드도 사라졌지요. 거의 모든 제조사가 40만 원짜리부터 400만 원짜리 노트북을 내놓습니다.

설계에 대한 기술력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조사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이미 PC는 각 부품에 대한 모듈 구조가 확실해졌고, 같은 칩을 쓰면 대부분 성능이 거의 비슷합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렇지 않았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이제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마음에 들어온 노트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라’는 결론과도 맞물립니다. 마음을 믿으세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노트북을 사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할 거예요. 애플의 맥북도 마찬가지이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쓰기에 말썽 없도록 기본 설정들과 소프트웨어가 갖춰져 있고, 말썽이 생겼을 때도 대응하기 쉬워요. 하지만 HP나 델, 레노버는 글로벌로 업무용 노트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제품으로는 에이수스나 MSI 등의 대만 브랜드도 충분히 좋습니다. 게이밍 노트북을 본다면 같은 가격대에 더 성능 높은 부품을 넣은 대만 브랜드가 좋고, 업무나 글 쓰기 용도처럼 신뢰도가 중요하다면 조금 더 비싼 브랜드를 고르는 게 나을 수 있지만 사실 브랜드보다는 디자인과 무게, 그리고 키보드가 마음에 든다면 브랜드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4]
윈도우는 공짜가 아니에요

오히려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운영체제입니다. 요즘 윈도우 노트북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윈도우 운영체제를 빼고 팝니다. 제품 정보에 ‘프리 도스(Free DOS)’ 같은 표현이 적혀 있는 제품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도스 운영체제나 혹은 리눅스 운영체제를 쓸 일은 별로 없잖아요?

그렇다고 꼭 윈도우가 깔려 나오는 제품만 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조금 번거롭지만 윈도우를 구입하는 일도, 새 노트북에 윈도우11를 새로 까는 것도 이제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직접 하기 어렵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이런 제품을 구입하면 결국 윈도우를 따로 사고 직접 깔아 써야 합니다. 윈도우는 거의 20만 원을 줘야 하니 제품을 고를 때 비슷한 조건에 윈도우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제품을 고르는 게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잘 살펴야 하죠. 이미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긴 하겠지만 새로 제품을 살 때는 전체 비용을 흔드는 가격 꼼수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가격적으로도 직접 윈도우를 구입하는 것보다 제조사들이 노트북에 묶어 파는 윈도우를 묶어서 사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윈도우를 적절한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윈도우 구입 할 때 참고할 사항
윈도우를 구입하려고 보면 FPP와 ESD 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FPP는 디스크나 USB 메모리처럼 실물 패키지가 있는 제품을 말하고, ESD는 시리얼 키와 라이선스만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윈도우 설치 파일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려받아서 USB 메모리에 담으면 다르지 않습니다. 윈도우 11 홈은 20만 원 정도, 윈도우 11 프로는 32만 원 정도 하는데 실제 쇼핑몰에서 구입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비싸지만 한 번 구입해 두면 다음에 PC를 구입할 때 라이선스를 옮겨서 쓸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윈도우를 이 PC에만 쓰고 다른 컴퓨터로 옮기지 않을 계획이라면 조금 저렴한 DSP 버전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노트북을 살 때 윈도우를 다시 사야 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수도 있어요.


[5]
잘 쓰는 게 남는 것, 가치를 사는 거예요

‘곧 다음 세대가 나올 텐데 기다렸다가 살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정말 다음 달에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면 서둘러서 지금 살 수 있는 제품을 사세요. 지금 나오는 제품과 다음 세대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컴퓨터가 답답해서 생산성을 해치는데 지금 당장 느끼지도 못할 성능 차이를 기다리느라 받는 스트레스도 비용입니다.

저는 일에 쓰고, 창의성을 표현하는 용도의 컴퓨팅 기기들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느리고 생각처럼 안 움직여주는 컴퓨터 앞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생각을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잃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 다음 세대 제품이 탐난다면 몇십만 원 정도의 비용을 손해보더라도 그때 바꾸세요.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사이에 나와 내 노트북이 해낼 일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선택에 후회가 남지는 않을 거예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끌고 왔지만 핵심은 노트북 고르는 데에 너무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정리하자면 딱 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과감하게 결정하고, 그 뒤로는 노트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쓰면 그게 가장 좋은 제품입니다. 모든 일에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노트북은 미래를 보지 마세요. 언제든 또 적절한 기기로 바꾸면 되니 너무 많은 걱정과 불편을 생각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기기에 돈을 내지만,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회를 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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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