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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가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진짜 이유

망 중립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망 중립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2023. 12. 08

결국 망 중립성 문제가 터졌습니다. 트위치가 2024년 2월 27일부로 한국 시장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국내 스트리머들은 트위치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없고, 시청자들도 더 이상 스트리머들을 지원하는 유료 상품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돈이 오갈 수 없다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국내에는 트위치 기반의 영상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곳에서는 트위치 서비스가 그대로 지속되기 때문에 아마도 해외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만 비즈니스를 내려놓는다는 정도로 보면 됩니다.

이유는 명료합니다. 망 사용료 때문입니다. 트위치는 12월 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합니다. 이튿날인 6일, 댄 클랜시 트위치 CEO가 직접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데이터 트래픽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며, 차별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터넷 생태계 운영 규범을 말합니다. 통신사가 망에 흐르는 합법적인 트래픽을 임의로 차단하거나, 특정 트래픽의 전송 속도를 얼마간 제한하거나, 우선 처리하는 등의 차별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수수료는 뭘까요? 바로 망 사용료입니다. 국내에서는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 사업자는 기본 네트워크 이용료 외에 망 사용 수수료를 따로 냅니다. 네이버가 약 700억 원, 카카오가 300억 원 대의 망 수수료를 낸다고 전해졌는데 다른 기업들도 이에 준하는 망 사용료를 통신사들에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트위치도 적지 않은 비용을 통신사들에게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꽤 오랫동안 국내 인터넷 세계를 뜨겁게 달궈 온 이슈입니다. 인터넷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는 만큼 책임지고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당장 이 문제에 가장 앞에 서 있는 기업은 넷플릭스입니다. 아예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규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네요.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SK브로드밴드와 치열하게 다툼을 이어 왔습니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망에 일으키는 트래픽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국내에 직접 서버를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넷플릭스 영상의 소스는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데이터센터에서 해저망을 타고 넘어옵니다.

초기에는 아예 모든 트래픽이 국제망을 타고 오다 보니 국내 통신사들이 일본의 네트워크 서비스들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국내에서 데이터를 요청하고, 그 데이터를 보내주는 쪽이 받는 네트워크에 돈을 달라는 것이지요. 이 비용은 점점 늘어났을 뿐 아니라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망의 대역폭에 한계가 옵니다.

기간망을 맡고 있는 KT는 그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고,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의 가능성을 보고 일찍부터 기술적인 협력을 시작합니다. 국내에 캐시 서버를 두는 것으로 국가간 네트워크 비용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을 합니다. ‘우리가 트래픽 비용을 내고 망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넷플릭스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망 투자 비용을 부담하라는 답을 냈습니다. 그 안에는 그 동안 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해외 기업들 모두가 돈을 내라는 속내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두 기업의 첨예한 대결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인 논리는 통신사가 깔아 놓은 네트워크 위에 공짜로 올라타서 막대한 돈을 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을 찌르기 딱 좋은 공격입니다. 국내 사업자가 수십년간 피땀 흘려서 구축하고 국내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으로 유지하는 네트워크에 해외 기업이 공짜로 올라타서 해외로 막대한 돈을 벌어가고 있다는 프레임이지요.

넷플릭스를 비롯한 서비스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넷플릭스도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고 정당하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를 보려면 인터넷으로 넷플릭스의 서버에 접속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로컬 기기로 복사해 가는 겁니다. 서버를 열어놓고 달라는대로 주는데 그 트래픽에 따라서 별도의 사용료를 또 내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다른 통신사들도 SK브로드밴드와 기본적인 입장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은 다퉈볼 부분이 많고,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망 중립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선뜻 날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당장 통신사들의 부담은 국내에서 일어나는 트래픽보다 해외망에 있었고, 넷플릭스는 기술로 이 문제를 풀기로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캐시 서버를 두는 것이지요.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라는 기술로 콘텐츠를 국내의 임시 서버에 보관해 둡니다. 네트워크가 한가한 시간 대에 콘텐츠를 미리 캐시해 두고, 일본 데이터센터에서 한 번만 가져오면 국내의 수천만 가입자에게 곧바로 스트리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속도와 화질도 훨씬 좋아집니다. 예전에는 넷플릭스를 보면 처음에는 해상도가 낮고 화면이 깨지다가 점차 화질이 좋아지던 것이 바로 해외망에서 직접 영상을 받아오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오픈 커넥트 서버를 도입하면서 그 문제는 싹 해결됐지요. 사실상 가장 큰 화두였던 통신사들의 해외망 부담도 크게 줄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구글도 ‘구글 글로벌 캐시’라고 부르는 캐시 서버로 유튜브의 트래픽 문제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꼭 국내 이용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만든 콘텐츠가 해외에 서비스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국가의 캐시 서버를 이용합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지하는 인터넷 트래픽 부담은 상당하지만 사실상 국가를 오가는 트래픽 부담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툼은 기술을 떠나 국가적 자존심 문제로 번졌고,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대형 콘텐트 공급자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를 중심으로 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결국 망 사용료를 법제화하고, 모든 인터넷 사업체가 통신사에게 별도의 트래픽 비용을 내라고 규정하는 거죠.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은 이 과정에서 나오게 됩니다.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고 있지만 규제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 동안 이 망 사용료는 ‘이중 과세’라는 지적도 있었고 단가도 정확히 공개되지 않던 사실상 비공식적인 비용이었는데 이 참에 사실상 공식화를 앞둔 셈입니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단계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막 사업을 시작한 디즈니는 망 사용료를 계약했고, 트위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트위치는 국내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게임 뿐 아니라 일상의 스트리머들도 트위치에 자리를 잡고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럴수록 망사용료는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트위치는 지난해부터 ‘앓는 소리’를 했습니다. 2022년 8월에는 1080p 이상의 화질로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서로 트래픽을 공유하는 P2P 기능을 쓰도록 했습니다. 토렌트 같은 그리드 네트워크를 통해서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9월 들어 국내에서는 영상의 최대 화질이 720p로 제한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2022년 12월 13일, 트위치는 영상 다시보기 기능을 중단했습니다. 720p 해상도의 실시간 방송만 남은 반쪽짜리 서비스가 된 것이지요. 트래픽과 망 사용료 문제가 해결이 되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는 했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았던 듯 합니다.

망 사용료에 대한 국내 여론 역시 어느 정도 팽팽하게 갈려온 것이 사실인데, 이 때를 계기로 여론이 크게 뒤집힙니다. 망 사용료 부담이 결국 이용자들에게 불편으로 다가온 셈이니 말이지요. ‘내 돈 내고 기가비트 인터넷을 쓰는데 왜 멀쩡히 있는 콘텐트를 쓰지 못하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습니다. 구글도 2022년 망 이용자들과 함께 망 사용료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그 이후로 한동안 이 문제는 잠잠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24년 2월 트위치는 국내 시장을 떠나게 됩니다. 규제가 애매하져 있는 동안에도 망 사용료는 꼬박꼬박 청구가 되면서 부담이 커진 듯 합니다. 정확하게 공개된 수치는 없지만 수 백억원 대 망 사용료를 내야 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댄 클랜시 CEO도 우리나라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보면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네트워크는 설치 만큼이나 관리에도 큰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고 지속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하니 말이지요. 하지만 인터넷의 기본적인 약속은 원하는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데에 있습니다. 이번 트위치 철수는 그 신뢰를 네트워크 자체가 깨뜨렸다는 의미로 통합니다. 그 약속이 지켜지는 안에서 협상이 이어졌어야 한다고 봅니다.

통신사들도 망 접속료와 망 사용료로 나누어 부당하다는 인식을 주는 것보다 적절한 계약 체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전히 우리는 트위치가 통신사에 얼마를 부담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트위치는 ‘10배’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트위치의 철수로 많은 이용자들이 충격을 받았고, 그 이유는 옳고 그름을 떠나 지난해처럼 통신사로 향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트위치의 스트리머들과 이용자들은 해외로 향할지도 모릅니다. 트위치가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하면 더 이상 망 사용료를 낼 이유도 없고, 통신사도 국내에서 돈을 받을 주체도 사라지니 P2P나 720P 해상도 제한 등 지금까지 트위치가 노력해 왔던 일들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용자들은 미국, 혹은 다른 나라의 트위치를 이용하면 되고, 스트리머들도 다른 나라에서 수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란물이나 범죄와 관련된 서비스가 아니니 통신사들이 트위치의 트래픽을 막기 어렵고, 서비스는 정상화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결국 망 사용료의 쟁점은 ‘과도하다’라는 프레임으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망 사용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사실이기도 합니다. 대형 기업 뿐 아니라 인터넷에 정보를 제공하는 모두가 이 망 사용료에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 일로 분위기가 흉흉하다보니 앞으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과 별도로 망 사용료 명목의 수수료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트위치처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존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누구나 어디에 있는 정보든 똑같이 접근할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기본 조건이 만족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서비스는 위축될테고 통신 서비스도 의미를 잃게 될 지 모를 일입니다. 뭐든 지나치면 말썽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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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