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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카페 3

미술관 갔다가 바로 카페로
미술관 갔다가 바로 카페로

2023. 08. 28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그림을 좋아하는 심재범이다. 코로나 시국 이후, 미술관에 더욱 자주 방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원계홍 작가의 회고전이 좋았다. 어렵게 화가로 생을 마감했던 작가의 슬픔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이 섬세하게 표현되는 느낌이랄까? 이번에는 미술관 옆 카페라는 주제로 미술관과 카페를 각각 세 군데씩 페어링했다.


[1]
성곡미술관 옆 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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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 미술 최고의 사건은 에드워드 호퍼 특별전보다 인기가 많았던 성곡미술관의 원계홍 특별전이다. 세잔을 연상시키는 독자적인 화풍의 원계홍 작가의 작품은 오래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2023년 뒤늦게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표작인 1970년도 골목 연작은 오늘날에도 공감이 되는 도시 골목의 애수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원계홍 작품전은 끝났지만, 성곡미술관은 한국에서 가장 큐레이션이 좋은 미술관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성곡미술관과 어울리는 카페로 자타가 공인하는 떡과 커피의 조합 자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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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는 어머니의 떡을 소개하는 스페셜티커피 로스터의 기행에서 시작했다. 스페셜티 커피회사에서 로스터로 일을 하던 조정재 씨는 어머니가 어렵게 만드는 떡을 소개하기 위해 주말 한정 팝업매장으로 자하룰 오픈했다. 서촌에서 시작한 자하는 코로나 기간 잠시 휴식기를 거쳐 2023년 성곡미술관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하의 위치는 성곡미술관에서 광화문역으로 내려가는 언덕길 건물 4층이다. 새로운 매장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사무실 건물 4층에 덩그러니 위치하고 있지만, 쾌적한 내부와 멋진 카페의 바이브가 미술관의 감동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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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의 추천 커피는 떡과 커피, 팥빙수, 약과 에스프레소 세트이다. 자하의 소박하지만, 특별한 떡과 커피의 조합은 금귤찹쌀떡과 과테말라 파카마라 브루잉 커피를 추천한다. 금귤 찹쌀떡은 제주에서 직접 공수한 금귤이 들어간 찹쌀떡으로 신선한 금귤정과와 자하에서 직접 생산한 찹쌀떡이 절묘하게 조화롭다. 파카마라 커피는 과테말라 엘모리또 농장의 파카마라 커피이다. 청사과와 같은 선명한 산미가 돋보이면서, 깔끔하고 우아한 피니시가 금귤찹쌀떡과 입체적으로 조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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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자하에서 여름 시즌 직접 조리한 팥빙수를 선보였는데, 우유 빙수와 얼음 빙수의 중간 느낌의 깔끔한 질감과 밀도 있는 팥이 아주 맛있게 어울린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팥빙수라고 자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과 에스프레소 세트는 강렬한 질감의 에스프레소와 진득한 약과가 어울려서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우아하고 정갈한 분위기와 함께 자하의 커피는 깔끔하고 명료하면서, 미묘하고 섬세하게, 개성이 잔뜩 포함되었다.


[2]
APMA 옆 트레버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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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사옥 지하에 위치한 APMA 미술관은 작품에 따라 섬세하게 변화하는 조명으로 미술작품의 감동을 더욱 배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22년 다양한 현대미술과 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교차 편집하면서 전시한 소장전이 인상적이었다. APMA 주변에는 최근 화제가 되는 용리단길의 쿼츠커피, 낙하산 커피가 있지만, (이전에 한 번씩 소개를 해서 생략하고) 이번에는 용산역 방향의 트래버틴 커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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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틴 커피는 폰트커피와 함께 용산역 골목길 부흥의 원조로 손꼽히는 매장이다. 트래버틴은 북유럽 특유의 청명한 라이트 로스팅, 라카브라 커피를 단독으로 수입하는 곳이다. 트레버틴의 위치는 용산역에서 드래곤 사우나 방향 우측 골목 끝부분이다. 용산 골목은 과거 삼겹살집, 우유 대리점과 같은 오래된 매장들이 있었지만, 트래버틴의 성공(?) 이후 유사한 매장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래된 기와집을 리모델링한 트레버틴은 과하지 않은 인테리어에 커피에 전념하는 분위기가 후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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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틴의 추천 커피는 기본 브루잉 커피와 새롭게 시작한 오틀리라테이다. 브루잉 커피는 브라질 올호스아구아 커피를 마셨다. 브라질 올호스 아구아 농장은 커피 뿐만 아니라 환경적 다양성을 위해 아보카도와 같은 농작물을 교차 재배해서 토양의 다양성을 지향했고, 생산량이 풍족한 카투아이 품종은 초콜릿과 토피 사탕을 연상시키는 풍부한 단맛을 표현하고, 특이하게 블랙체리와 같은 과일의 산미까지 복합적이다. 북유럽의 라이트 로스팅 커피 장인 라카브라는 브라질 올호스 아구아를 한국 트래버틴을 위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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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오틀리라테는 유가공 제품을 못 마시는 유당불내증과 비건 손님을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르완다 마헴베 커피의 홍삼 같은 진득한 단맛과 오틀리의 비건밀크, 적절한 가당이 어울려서 쫄깃한 질감과 단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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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배를 갈아서 토핑으로 만든 트래버틴의 배스콘이 정말 정말 맛있다.


[3]
국립현대미술관 옆 코튼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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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 한국 미술관 최고의 전시는 국립현대 미술관의 이건희 특별전이라고 생각한다. 이건희 전 회장 소장품 중 대표작을 선보인 첫 번째 전시는 당시 예약 대행까지 유행할 정도로 어려웠는데, 이중섭 화가의 작품들이 오랫동안 인기가 많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주변에는 블루보틀삼청, 프릳츠 원서와 같이 이미 널리 알려진 매장들이 많지만, 이번에는 인사동의 스페셜티커피 매장 코튼서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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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튼서울은 세루리안 인사에서 2023년 새롭게 리브랜딩 오픈한 인사동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위치는 안국역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인데, 찾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장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한옥과 멋진커피와 함께 외국인들이 많아서 깜짝 놀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코튼서울의 명칭은 우리가 입는 옷의 소재 중 가장 한국적인 면의 Cotton을 한국적으로 표현하여 Kotton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장 안정적인 시네소, 그라인더는 스페셜티커피의 맛을 강조하는 로버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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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추천 커피는 기본 에스프레소와 창작 메뉴. 기본 에스프레소는 폴리 블렌딩의 진득한 질감과 단맛의 여운이 좋다. 창작메뉴는 한국 전통 스위츠인 타래가 올라간 아인슈패너, 타래가 인기가 많다. 스페셜티 커피의 질감과 향미가 한국 전통의 타래의 비주얼과 단맛, 아인슈패너 크림까지 조합이 되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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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추천 메뉴는 녹차가 올라간 창작메뉴 카모다. 타래는 진한 아메리카노에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으로 맛을 낸 바닐라 크림 그리고 꿀타래가 올라가는 음료이며 섞지 않고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엔 크림의 당분이 기분을 좋게 하고 중반 이후로 아메리카노 비율이 높아지면서 깔끔하게 커피의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카모는 에스프레소와 바닐라 크림을 먼저 떠서 마시고, 견과류의 고소함을 즐긴 후 말차 소스와 우유를 함께 섞어 마시는 음료이다. 말차 특유의 쌉쌀함이 에스프레소와 잘 어울린다.

매장의 분위기는 한옥의 정취를 매우 아름답게 살렸으며, 서까래와 하늘이 한 번에 보이는 조망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특이하게 안국역 어니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정성 어린 커피와 섬세한 큐레이션, 한국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분위기, 다양한 창작메뉴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감동과 인사동의 바이브를 함께 즐길 수 있다.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