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얼마 전 도쿄 비행기 표를 예매한 객원 필자 김고운이다. 여행 가기 전, 일본에 가서 구경하고 싶은 브랜드를 열심히 수집 중이다. 그중 가장 궁금한 브랜드는 바로 단톤. 그렇다. 오늘은 프랑스와 일본 사이의 감성을 지닌 브랜드 ‘단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벙벙하고 둥글둥글한 핏에서 풍기는 일본의 귀여움을 애정한다. 단톤에는 이 귀여움이 집약적으로 압축되어 있다. 그만큼 고유하고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단 말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이 아니라 이름만 들어서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아래 이미지 속 마름모꼴 로고를 보면?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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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태어난 건 프랑스, 꽃 피운 건 일본”
단톤의 역사엔 반전이 있다. 일본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탄생했다는 것. 약 90년 전으로 올라가 보자. 1935년 가브리엘 단톤은 그의 여동생이 설립한 M.T.C(Manufacture Textile du Centre)를 인수했다. 이때 브랜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DANTON으로 바꾸었다.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마름모 모양의 로고도 이때 만들었다. 단톤의 주력 제품은 노동자를 위한 전통적인 프렌치 워크웨어였는데, 주로 커버올이나 블루종, 팬츠 같은 워크웨어나 가드닝용 앞치마, 요리사나 레스토랑 스탭 전용 유니폼 등을 생산했다. 그런데 잠깐 프렌치 워크웨어가 뭐냐고?
프렌치 워크웨어는 프랑스의 산업혁명의 시기와 비슷하게 시작됐다. 19세기 말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기계를 사용하며 노동 현장 역시 급격하게 변했다. 이러한 변화로 튼튼한 작업복의 수요가 증가하였고 이에 발맞추어 등장한 것이 바로 프렌치 워크웨어다. 당시 쉽게 구할 수 있던 인디고 염료를 사용하여 푸른빛을 띠는 게 프렌치 워크웨어의 가장 큰 특징.
[파리 근교에 있던 단톤 생산 공장]
단톤하면 ‘프렌치 워크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그 이유는 한눈팔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단톤은 70년대부터 80년대에 파리의 공공기관 R.A.T.P.(Parisian metro)와 S.N.C.F(French Railways)에 작업복을 납품했다. 한국으로 치면 코레일에 납품한 셈인데, 해외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워크웨어가 아닌 다른 제품은 생산하지도 않았다. 참 우직한 브랜드다.
워크웨어 한 우물만 팠던 단톤의 장인 정신이 해외로 알려지게 된 데에는 일본의 Boy’s 덕이 크다. 워크웨어라는 장르가 한국에서 유행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장인의 나라가 아닌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브랜드를 찾고 있던 Boy’s에 단톤은 아주 적합한 브랜드였다.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일본에 단톤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에 맞게 디자인을 개편하기도 했는데, 이런 방식이 성공하여 단톤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부터는 기획, 디자인, 생산의 공정이 전부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유통까지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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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화려하지 않으며 귀여울 것”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단톤은 프랑스 워크웨어, 일본의 캐주얼 웨어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유니크한 브랜드가 되었다. 이게 단톤의 고유한 매력일 거다. ‘프랑스 워크웨어와 일본 캐주얼 웨어의 특징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의 대답은 라운드 카라, 색깔, 기능 세 가지.
먼저 라운드 카라. 숄 카라와 셔츠 카라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라운드 카라는 목에서 양옆으로 둥글게 퍼져 올라가는 형태로, 단톤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기존 프렌치 워크자켓의 카라를 변형하여 개발했다. 옷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카라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걸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유치원생이 입는 옷이 연상되기도 한다. 단톤 모든 제품이 라운드 카라는 아니지만 라운드 카라는 단연코 단톤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단톤의 매력은 카라에서 시작한다.
그다음은 색깔. 단톤의 옷은 화려하지 않다. 왼쪽 가슴에 로고만 살포시 박혀있을 뿐, 그 외 어떤 프린팅도 없다. 심지어 컬러도 다양하지 않다. 주로 사용하는 색은 남색, 하늘색, 흰색, 연한 회색.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색은 아니다. 존재감이 강하지 않은 컬러, 그게 바로 단톤의 장점이다. 단톤은 어느 환경에서도, 어느 옷과도 잘 어울린다. 함께 코디할 옷이 없어 택이 달린 채 옷장에 걸려있는 옷이 하나쯤 있지 않나? 단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특징은 단톤이 가지고 있는 워크웨어라는 정체성과도 잘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옷을 만드는 정신이 지금까지 잘 계승되고 있는 것이니까.
기능이 가장 최우선인 워크웨어로 브랜드를 시작하였으니 내구성이나 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단톤의 제품은 대체로 몸에 딱 붙기보다 넉넉한 핏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 수납이 중요한 워크웨어의 속성을 반영하여 셔츠에도 주머니가 있다. 입어보니 이게 상당히 유용하다. 외투를 안 입게 되면서 외투 주머니가 절실히 필요해지는 요즘, 단톤의 배려는 반갑다. 패셔니스타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지만 단톤이라면 패션과 편리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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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 item
“단톤에서 하나쯤 사고 싶다면?”
1. Women’s Moleskin French Coverall
먼저 프렌치 워크자켓. 인디고 컬러의 몰스킨 원단으로 제작되었다. 몰스킨은 튼튼하고 부드러워 노동자들에게 아주 적합한 원단이다. 이 때문에 많은 프렌치 워크웨어 브랜드들이 이 몰스킨 원단을 사용하여 작업복을 생산했다. 유럽의 중고 거래 사이트에 ‘빈티지 프렌치 워크자켓’이라고 검색하면 5~60년 된 몰스킨 프렌치 워크자켓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을 살펴보면 군데군데 얼룩이 생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질지언정 해지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mole(두더지) + skin(가죽)이라 이름이 지어졌을까. 거기에 인디고로 염색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입고 활동함에 따라 염료가 떨어져 나가서 자연스럽게 색이 빠지는데, 해당 제품은 워싱 가공이 되어 있어 한결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다. 가격은 43만 5,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2. Women’s Pullover Shirts Dress
프렌치 워크자켓이 프랑스 생산 시절 단톤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 체크 원피스는 일본으로 생산 공장을 옮긴 뒤의 매력을 보여준다. 허리 라인이 들어가 있지 않아 보기에도 여유로워 보이고 무엇보다 입었을 때 편안함을 준다. 체크 원단은 과거 요리사 유니폼을 생산할 때 요리 중에 옷에 얼룩이 묻어도 티가 나지 않도록 많이 사용되었던 원단이다.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다양한 오염을 조금은 가려 줄 거다. 수피마 코튼으로 제작되어 오랫동안 부드러움을 느끼며 착용할 수 있다. 가격은 29만 5,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3. 포켓터블 사코슈
&우먼즈 라운드 칼라 풀오버 셔츠
위의 두 제품이 단톤의 대표 제품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건 일본 여행 갔을 때 사기 좋은 아이템이다. 사코슈와 라운드 카라 셔츠. 사코슈는 나일론 소재의 가방인데 작고 가벼워 여행하거나 산책할 때 아주 유용하다. 코듀라 재질로 튼튼하고 시원한 건 덤. 단톤의 시그니처 라운드 카라 셔츠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오직 여성용 라운드 카라 셔츠만 입고가 되어 있어서 일본 여행에서 구매할 명분이 충분하다. 사코슈 가격은 10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여성용 라운드 카라 셔츠의 가격은 21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가격대를 보면 선뜻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편하게 입기 좋은 디자인에 기능성까지 갖춰 오래오래 입을 수 있을 수 있으니 하나쯤 사두면 좋지 않을까. 일상과 가까울수록 좋은 제품을 입어야 하니까. 단톤 쇼핑을 할 생각에 여행 날짜가 적힌 달력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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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