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에 대한 영상을 찍은 적이 있다. 혹시 그 영상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가보시길. 디에디트 때가 묻기 전의 수줍고 날씬한 에디터H를 만나볼 수 있다. 업로드한지 한참 된 영상이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댓글이 달린다. 사람들이 그 만큼 아이패드의 활용법에 대해 궁금증과 의문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뜻일 터. 오늘은 간만에 그 내용을 업데이트해볼까 한다.
나는 아이패드의(정확히 말하면 아이패드 프로)의 잠재력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이폰보다는 넓고, 노트북보다는 가벼운 그 사용성에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문제는 이 매력을 부지런히 발굴하지 않으면 쓸모없이 먼지만 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마침 새학기가 아닌가. 오늘 테마는 “나 대학생때 이런 앱이 있었으면 학점이 그렇지 않았을텐데.”
Word, PowerPoint, Excel, OneDrive
사실 나는 Office 프로그램을 거의 쓰지 않는다. 워드 대신 페이지를 쓰고, 파워포인트 대신 키노트를, 엑셀 대신 넘버스를 쓴다. 하지만 세상엔 페이지를 쓰는 사람보다 워드를 쓰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앱을 설치해두는 게 좋다. 우리 회사의 문서 작업은 주로 똘똘한 에디터M이 도맡는다. 나는 입을 한참 털고 그녀가 정리해주길 기다리곤 한다. 근데 자꾸 공동 작업 기능으로 나를 초대해서 실시간으로 함께 일하자고 귀찮게 하더라. iOS용 Office 앱에도 공동 작업 같은 유용한 기능이 많이 추가됐다. 서로 다른 운영체제가 만나 대격돌 해야하는 팀플에 유용하겠다.
아이패드의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이용해 다른 Office 앱이나 원드라이브의 일부 내용을 드래그해 문서나 스프레드 시트에 추가할 수도 있다. PC에서 보거나 맥에서 보거나 아이패드에서 봐도 내용과 서식이 완벽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기기를 옮겨갈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을 일도 없겠다. 모든 편집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료 구독이 필요하다.
Ingage by Scrollmotion
너무나 쉽게 아름다운 프리젠테이션이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앱. 디자인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터치 인터페이스를 유려하게 활용해 전문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웹 링크로 공유할 수도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아이패드에서 드래그 앤 드롭을 사용해 사진, 동영상, 스케치, 웹 미디어까지 삽입할 수 있다. 두 장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겹쳐두고 터치 조작으로 전후 사진을 비교할 수 있는 기능도 유용하다.
다양한 ‘스토리라인’ 템플릿을 제공하기 때문에, 필요한 이미지나 텍스트를 채워 넣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상업용 브로슈어를 만들 수도 있다. 터치 몇 번으로 프로페셔널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 영상’을 한번 보시길. 무료 앱이지만 무제한으로 페이지를 생성하고 작업하기 위해서는 월간 14.99달러를 내고 구독해야 한다.
Kaleidoscope 2
이 앱을 쓰면 아이패드를 맥북처럼 활용할 수 있다. 보통 모바일 앱에서의 생산성을 가로막는 요소가 바로 한정된 멀티태스킹이다. 지금 나만 해도 맥북에서 텍스트 편집기와 수십 개의 웹페이지, 폴더를 띄워놓고 원하는 자료와 사진을 확인하며 글을 쓰고 있으니까.
Kaleidoscope2는 두 개의 창을 나란히 열어두고 문서나 이미지, 폴더를 비교하며 작업할 수 있다. 원본 텍스트를 두고 추가된 단어나 삭제된 문단을 확인하며 글을 쓸 수 있으며, 두 장의 이미지를 겹쳐두고 비교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한정된 화면 안에서 최대한 꼼꼼하게 작업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 멀티태스킹 모드에서는 다른 앱의 이미지나 파일을 간편하게 드래그 앤 드롭할 수 있다. 14일 동안 시험판을 무료로 쓸 수 있으며, 그 이후엔 19.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Zipped
iOS에서 ZIP 파일을 열어야 한다면 무조건 이 앱을 추천한다. 아이패드에서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이용해 여러 개의 파일을 Zipped 앱으로 드래그하면, 바로 ZIP 파일이 생성된다. 반대로 ZIP 파일을 드래그해서 넣으면 압축이 해제된다. 이보다 쉬울 수는 없다. 1.09달러 따위야!
Things 3 for iPad
혼자서 체계적인 척 하는 에디터M이 무려 8만 원어치나 구입한 작업 관리 앱 Things3다. 정말 잘 만든 앱인데 아이폰용과 맥용을 따로 구입해야함은 물론, 아이패드용은 또 따로 사야한다. 가격도 꽤 비싸다. 아이패드용만 21.99달러.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다양한 하위 계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할 일을 체계적으로 그룹화할 수 있다. 아이패드에 있는 다른 앱의 콘텐츠를 Things3 앱에 드래그해서 넣으면 해야 할 일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예를 들면 비행기 예약 같은 것들.
GoodNotes 4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펜슬까지 사용하고 있다면 더 없이 매력적인 앱이다. 아이디어 스케치나 노트 필기를 더 우아하게 작성할 수 있으며, PDF에 주석을 달거나 필기하는 작업을 아날로그 노트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최첨단 벡터 잉크 엔진을 도입해 직접 필기한 텍스트도 검색할 수 있다고. 아마 영어만 되겠지만. 아이클라우드 동기화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이의 문서 연동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가장 매력적인 건 현재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보다 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 파일을 열더라도, 픽셀의 깨짐이 없이 구현해주는 최신 디지털 잉크 기술을 채택했다고. 키보드 타이핑, 자동 도형 그리기, 다양한 종류의 종이 디자인, 메모장 재졍렬 등 기존 메모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작업이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 참고로 워드와 파워포인트 문서도 호환된다.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이용해 필기 메모를 다른 앱에 첨부할 수도 있다. 이보다 좋을 수가. 가격은 8.7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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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