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V30의 진짜 얼굴

LG V30로 멋진 영상을 찍었다. 최근 진행한 가장 멋진 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촬영도 즐거웠고, 결과물이 너무 멋져서 서른 번쯤 돌려봤다. 지금도...
LG V30로 멋진 영상을 찍었다. 최근 진행한 가장 멋진 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촬영도…

2017. 10. 18

LG V30로 멋진 영상을 찍었다. 최근 진행한 가장 멋진 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촬영도 즐거웠고, 결과물이 너무 멋져서 서른 번쯤 돌려봤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다시 보고 있다. 내가 주연으로 나오는 게 민망하지만, 영화 같은 영상이다. 이 정도 말했으니 일단 무조건 영상부터 보시길.

자, 영상은 보셨는지. 장담컨대 내 말을 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면 감탄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맞다. 이걸 스마트폰 만으로 촬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v30_6

그리하여 이 글은 이 근사한 영상에 대한 촬영 후기이자, V30 리뷰다.

LG전자엔 상반기폰과 후반기폰이 있다. 상반기폰은 역사와 클래식의 G시리즈. 후반기폰은 모험과 덕심 가득한 V시리즈. 나는 엄연히 구분되는 두 제품의 캐릭터가 좋았다.

V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GEEK을 위한 폰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흥미로운 제품이었다. AOD(Always On Display, 이름 그대로 계속 켜져서 시간이나 날짜 등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유행도 전에 등장한 세컨드 디스플레이라든지, 집어던져도 무사한 밀스펙의 강인함이라든지. 마이너한 요소에 공을 쏟아붓는 미련함이 귀여웠다. 뭐랄까 장인정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v30_11

그런데 신제품인 V30은 누가 봐도 메이저다. 인디밴드가 갑자기 공중파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을 때의 기분이랄까? 분명 이게 나쁜 건 아닌데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투박함(터프함일지도)을 벗어던지고 놀라울 만큼 매끈해졌다. 솔직히 G시리즈에 대한 팀킬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유려한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론 올해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가장 예쁘다고 평가한다. 날씬한 측면이나 군더더기 없이 라운딩된 바디라인이 훌륭하다.

v30_19

특히 컬러가 예쁘다. 라벤더 바이올렛 컬러를 사용 중인데 사진을 백 장 찍으면 백 가지 컬러가 나오는 오묘한 광택이다. 사진발을 지독하게 안 받는데, 내 사진 실력이 문제라곤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보통 스마트폰에 잘 사용하지 않는 보랏빛 컬러를 입힌 아티스틱 함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가볍다. 다른 스마트폰과 번갈아 들어보면 목업처럼 느껴질 정도의 가벼움이다. 화면 크기는 6인치지만 무게는 158g. 참고로 5.5인치의 아이폰8 플러스는 202g이다. 끙.

v30_2

디스플레이 모서리의 라운딩 마감도 깔끔하다. G6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인데 훨씬 다듬고 나온 모습이다.

v30_3

세컨드 디스플레이가 없어진 것도 GEEK스러운 요소를 덜어내고 메이저의 길로 성큼 다가가는데 일조했다. 개인적으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플로팅 바라는 기능이 추가됐다. 화면 어느 구석에나 숨겨두었다가 즐겨찾기 아이콘을 꺼내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솔직히 세컨드 디스플레이보단 이게 유용하다. 다만, 설정의 자유도가 조금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빠른 연락처 기능을 바로가기 아이콘과 같은 줄에 놓고 싶은데… 안된다. 또르르.

얼굴인식, 음성인식, 지문인식 등 다양한 생체 인식을 지원한다. 그래도 지문 인식이 제일 빠르고 제일 편하니 지문을 쓰자.

v30_22

자, 카메라 환경의 변화에 대해 말해보자. 일단은 사진부터. LG전자의 듀얼 카메라는 계속해서 표준 화각과 초광각 카메라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이나 애플의 듀얼 카메라와는 다른 전략인데, 나는 양쪽 다 흥미롭다고 본다. 어쨌든 스마트폰 카메라가 가진 한계를 두 개의 렌즈로 극복하자는 의도니까. 렌즈 교체가 불가능한 폰카메라 환경에서 두 개의 화각을 터치 한 번으로 오갈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요소다. 여행지에서 풍경 사진이나 단체 사진을 담을 때, 광각 카메라를 한 번 써보면 “아, 쩌는구나”하고 바로 납득하게 될 것.

다만, 광각 카메라는 일반카메라에 비해 화질이 살짝 아쉽다는 점만 알아두시길. 게다가 V30의 표준 화각 카메라엔 크리스탈 클리어 렌즈가 적용됐다. 일반적인 스마트폰들은 여러 장의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는데, V30은 첫 번째 렌즈에 글래스 렌즈를 넣은 것. 글래스는 플라스틱 보다 빛 투과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선명한 촬영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이번 영상 촬영엔 일반카메라만 사용했다.

v30_10

LG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전문가 모드를 가장 공들여 만드는 제조사다. 이번엔 그래피 모드라는 기능을 넣었다. 일종의 치트키다. 전문가 모드의 설정값을 조작하기가 번거롭거나 어렵다면, 전문가가 미리 설정해둔 값을 훔쳐(?)쓸 수 있는 기능이다. 야경이나 풍경, 실내 사진 등 다양한 샘플 사진이 준비돼 있다. 불꽃놀이 사진도 있던데 얼마 전 있었던 여의도 불꽃놀이에 V30를 들고 가셨다면 유용했겠다. 물론 이 설정값이 절대적일 순 없다. 촬영 환경이 조금씩 다를 테니까. 원하는 샘플 샷을 고르면, 실제 촬영 환경에 따라 ISO나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라는 가이드가 나타난다. 전문가 모드를 제대로 쓰지 않는 사용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절충안을 마련한 것 같은 기능이라 흡족하다. 샘플샷은 추가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v30_8

V30로 하이퍼랩스 촬영도 시도해봤는데, 사진 촬영 화면에서 수평계와 안내선을 동시에 표시할 수 없다는 게 약간의 불편함으로 작용했다.

v30_17

아, 전면 카메라 이야기도 가볍게 짚고 넘어가겠다. 솔직히 후면 카메라의 놀라운 성능에 비해 전면 카메라 성능은 따라가지 못한다. 누군가 “V30 전면 카메라 어때?”라고 묻는다면,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다. 좋은 화질을 원한다면 별로라고 할 것이고, 예쁜 셀카를 원한다면 훌륭하다고 하겠다. 뭔가 구형 폰처럼 뭉개지는 느낌인데 이상하게 셀카가 잘 나온다. 그럼 됐지 뭐.

v30_12

이제 대망의 동영상 기능을 설명할 차례다. 솔직히 LG전자 보도자료만 보고선 V30 카메라 기능의 매력을 제대로 눈치채기 어렵다. 일상이 영화가 되는 시네 이펙트라느니, 시네 로그 형식이라느니. 난해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무슨.

그런데 직접 써보니 진짜 잘 만들었다. ‘뭘,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공들여 만든 기능이다. 여기서 V시리즈의 잃어버렸던 GEEK함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v30_7

일단 시네 이펙트 기능이다. 쉽게 말하자면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화면을 연출할 수 있는 ‘영상 필터’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서드 파티 앱에서도 충분히 되는 기능인데 이 까짓 게 뭐 별 거냐고? 스마트폰 영상에 필터 좀 입혀보신 분이라면 다음 말을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어떤 영상이든 ‘필터’를 입히고 나면 화질이 떨어진다. 실제와 다른 색감과 효과를 덧입히는 과정에서 디테일이 무너지고, 노출이 과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근데 V30의 시네 이펙트로 촬영한 영상은 화질 열화가 없다. 촬영 후에 PC 모니터로 옮겨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v30_panorama

효과는 총 15가지다. 로맨틱 코미디, 멜로, 미스터리, 느와르, 고전 영화 등이다. 이름처럼 장르별 영화 촬영에 사용하는 색감과 느낌을 표현해둔 필터다. 대체로 좀 과하다 싶은데, 각각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대부분 70% 강도 정도로 촬영하는 게 예쁘더라. 필터 효과와 함께 가장자리를 어둡게 만드는 비네트 효과도 원하는 강도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영상은 영화로 장르로 따지자면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였기 때문에(여자 셋이라 로맨틱은 없었지만), 로맨틱 코미디와 뷰티, 멜로 필터를 주로 사용했다. 덕분에 화면이 정말 예쁘게 나왔다.

20170926_141703

이건 우리 막내 에디터 생일 파티 때 시네 이펙트로 찍은 사진을 GIF로 만든 것. 우리 사이에선 즐거운 일이 있을 때의 움짤로 쓰고 있다. 이건 ‘멜로 모드’로 촬영했다. 칙칙한 사무실 풍경을 몽환적이고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

v30_13

이건 ‘로맨틱 필터’다. 오렌지빛을 아주 예쁘게 보정해주길래 선택했다. 피사체나 풍경에 따라 그때 그때 제일 예쁜 걸 선택하면 된다.

v30_9

우리가 영상을 찍던 날은 하늘이 새파랗고 예뻤다. 날씨 좋은 낮 시간에 야외에서 촬영할 땐 무조건 ‘풍경 필터’를 써보시길. 하늘이 더 새파랗게 표현돼서 드라마틱한 그림을 담을 수 있다.

V30_14

해질녘에 야외 촬영을 한다면 ‘뷰티 필터’를 추천한다. 일몰 타임랩스를 촬영하려고 동작대교에서 뛰어놀면서 시네마 비디오의 ‘뷰티’로 촬영했는데, 하늘 색감이 너무 예쁘게 나온다. 이 사진 역시 뷰티 필터로 촬영한 영상 일부를 캡처한 것.

V30_24

쓰다 보면 어떤 모드로 촬영하면 멋진 컷을 얻을 수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채도가 강한 사진 영상을 찍을 때는 ‘로맨틱 필터’가 어울리고, 석양을 촬영할 땐 ‘로맨틱 코미디’ ‘뷰티’ 모드를 추천한다. 쓸쓸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내고 싶다면 ‘역사적인’이나 ‘멜로’모드가 멋진 화면을 만들어준다. 평소보다 발랄하고 재치 있는 영상을 찍고 싶다면 ‘팝아트’ 모드도 좋다. 나는 팝아트 필터의 세기를 100%로 설정하고 비네트 효과까지 적용한 영상을 좋아한다. 꽤 멋있으니 한번 시도해보시길.

v30_21

또 하나 더 설명하고 싶은 건 로그(Log) 촬영의 개념이다. 사실 이번에 V30를 사용하며 처음 공부했다. 영상의 다이나믹 레인지값을 유지하면서 어두운 컬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계조를 최대한 확보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실제 촬영된 로그 파일 원본은 일반 촬영 본보다 물 빠진 색감으로 표현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사진 촬영의 RAW 파일과 비슷하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후편집이 용이하다.

우리도 일부는 시네 이펙트로 촬영하고, 일부는 로그 형식으로 촬영해서 후에 영화 느낌이 나는 필터로 색보정했다. 우리 편집자는 “폰카메라가 이렇게 나오다니 대박이네”라는 후기를 전했다. 대형 모니터로 확인해도 화질이 뛰어나다는 걸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물론 아쉬운 점에 대한 볼멘소리도 있었다. 시네 비디오로 필터를 입혀 영상을 촬영할 땐 전문가 모드에서 할 수 있는 설정값 조정이 전혀 먹히지 않아 아쉬웠다는 것.

v30_5

포인트 줌이라는 새로운 기능도 있었다. 영상 촬영 중 원하는 위치로 줌이 가능한 기능이다. 줌의 속도나 위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끊김 없이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UHD로 촬영한 뒤 후작업으로 줌인 효과를 넣는 걸 선호해서 많이 쓰진 않았다. 하지만 굳이 영상 편집까지 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은 쉽게 전문가처럼 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재밌는 요소다.

v30_23

이번 영상의 컨셉은, 모두가 출근한 평일 오후에 한적한 낮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세 여자의 일상이었다. 우린 정말 평일 낮에 만나 우리가 좋아하는 해방촌과 경리단길을 마구 누비고 다녔다. 카페엔 손님이 우리 밖에 없고, 맛집은 줄 서지 않아도 요리를 내준다. 이렇게 해피할 수가. 촬영은 언제나 힘든 작업이지만 이 날은 참 재밌었다. V30를 꺼내서 볼륨 다운 버튼을 가볍게 두번 클릭하면 바로 카메라 모드로 들어간다. 어떤 카메라도 따라갈 수 없는 뛰어난 기동성이다. 무거운 카메라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촬영하고 다니니 훨씬 수월하더라. 장비가 간편하면, 어느 장소에서나 쉽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커다란 카메라가 없으니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v30_25

물론, 더 멋진 영상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모바일용 짐벌과 스마트폰용 삼각대를 사용하긴 했다. 그래도 이 정도의 단출한 장비로 고가의 장비로 촬영한 것 같은 영상을 만들 수 있으니 행복할 따름. 포인트 뷰같은 기능을 잘 활용하면 다른 장비가 없어도 매끄럽게 줌인 되는 영상을 담을 수 있다.

V30로 수백 컷의 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알았다. V시리즈는 여전히 덕심 가득한 폰이구나. 겉모습은 매끈하고 깍쟁이처럼 다듬었지만, 속에는 여전히 모험을 꿈꾸는 괴짜의 면모가 있다.

v30_18

스마트폰으로도 영화 같은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우리의 평범하고 시시한 일상이, 이 손톱 만한 렌즈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연출되는 게 즐겁지 않은가. 혹시 아직도 디에디트의 V30 영상을 안 보셨다면, 이젠 정말 봐야 할 타이밍이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