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울집 개 눈 감아, 럭셔리 도그하우스 하울팟

이미 세 마리의 노견으로 북적이는 우리 집에 얼마 전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몇 주 전부터 우리집 현관앞을 서성이던 길냥이가 아직...
이미 세 마리의 노견으로 북적이는 우리 집에 얼마 전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2016. 07. 06

이미 세 마리의 노견으로 북적이는 우리 집에 얼마 전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몇 주 전부터 우리집 현관앞을 서성이던 길냥이가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자신의 새끼 두 마리를 버리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

“2마리 아깽이의  엄마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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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코숏 라떼 / 지역: 아현동 일대

고양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래 두고 본 건 처음이었다. 아직 제 몸도 못 가누는 아깽이 주제에 움직임은 낭창낭창 했고, 분홍빛의 젤리는 말랑말랑, 그리고 교태 어린 목소리는 또 어떤가. 엄마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집사로 눌러 앉을 뻔했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은 다행스럽게도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좋은 주인에게 떠나갔다.

요즘 내 주변에서 이상하리만큼 사람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기는 라면으로 오늘 한 끼를 때울지언정 자기 새끼를 위해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기농 사료를 주문하는 그들. 동물 농장과 인생극장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것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이 기사를 바친다.


“개집도 북유럽감성, 하울팟(HOWL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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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동물을 키우는 집의 취약점은 바로 인테리어다. 아무리 열심히 집을 북유럽 감성으로 채우면 뭐 하나, 유아용 매트와 강아지 배변판은 인테리어 종결자인 것을. 아이는 모르겠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

하울팟은 심플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개집도 북유럽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이제 겨우 일 년이 조금 넘은 하울팟은 삼성전자에서 가전제품 디자인을 하던 두 청년이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만든 브랜드다. 어째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며 호기를 부린 이 청년들이 남 같지가 않다.

마이 테리토리(MY TERRI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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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마약방석, 마이 테리토리를 소개한다. 개나 고양이가 아무리 격렬하게 구르고 물어뜯어도 끄떡없는 견고한 철제 프레임에 쿠션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간단하니 안정감은 높아진다. 솜과 커버는 3개로 분리되어 오염될 때마다 쉽게 세탁할 수 있다.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커버는 몇 번이고 빨아도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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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격이다. 328,000원이란 만만치 않은 가격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후기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딱 그대로 크기만 뻥튀기해서 ‘인간용’으로 출시해달라, 커버를 세탁해두니 남편이 여기 누워 일어날 생각을 안 하더라는 등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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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인 헤븐. 주인이 출근해도 난 내 자리를 지킨다.

해먹(HAMM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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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 생에 아주 많은 덕을 쌓아 다음 생에 원하는 것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난 고민 없이 부잣집 개로 태어날거다. 패리스 힐튼 급의 부자가 좋겠어. 가끔 주인 손에 안겨 패션쇼 프런트로에도 앉고, 개껌이나 잘근잘근 씹으면서 살아야지.

개팔자가 상팔자다. 나도 한 번인가 밖에 누워보지 못한 해먹이건만, 동물을 위한 해먹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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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테리토리와 동일하게 철제 프레임 위에 견고한 천을 더 견고한 지퍼로 고정하는 방식이라 조금 무게가 있는 동물이 올라가도(사람은 제외) 힘을 받아 적당히 늘어진다. 넌 참 편해 보이는 구나… 부럽다. 가격은 149,000원.

배드말론 라비올리(RAVI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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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판만 소개하면 아쉬우니까 다른 개집도 슬쩍 숟가락을 얹어보자. 바로 말론샵이다. 하울팟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초심플 북유럽 스타일을 대표한다면, 말론샵은 개집에 약간의 위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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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말론의 라비올리는 이름처럼 이태리식 만두, 라비올리를 쏙 닮았다. 얇은 패브릭이 아니라 단단하지만 유연한 펠트를 사용했고, 와이어 로프로 테두리를 시침질하듯 고정해서 모양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가격은 1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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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마무리하려고보니 지금 딱딱한 집에 누워있을 우리 노견들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아가들아 좀 만 기다려. 언니가 돈 많이 벌어서 꼭 하울팟이나, 배드말론 집 사줄게.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