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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의 연금술사

작년에 갤럭시 노트7 사태가 났을 때, 우리나라의 최고 기업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모름지기 삼성과 애플, 설리...
작년에 갤럭시 노트7 사태가 났을 때, 우리나라의 최고 기업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2017. 07. 03

작년에 갤럭시 노트7 사태가 났을 때, 우리나라의 최고 기업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모름지기 삼성과 애플, 설리 걱정은 하는 게 아닌 법. 삼성전자는 폰만 파는 회사가 아닌 걸. 반도체의 산을 쌓아가며 주가는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주 박력 넘치게. 2분기 실적도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이 얼마 버는지에 대한 얘기는 어째서 항상 이렇게 귀가 솔깃한 것인지. 몰라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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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갤럭시 노트7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작년에는 왕래가 없던 친구들에게 뜬금없는 연락이 잦았다(사실은 세 번 정도다). 질문은 다 비슷했다.

“나 갤럭시 노트7 반납해야 하는데, 뭐 사지?”
“갤노트7 많이 위험해? ㅠㅠ”
“갤노트7이랑 제일 비슷한 폰이 뭐야?”

그렇다. 갤럭시 노트7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굳이 터지지 않더라도 ‘폭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명기 중의 명기였다. 일부 사용자는 터지든가 말든가 나는 갤노트7을 반납할 수 없다며 끈질기게 버티기도 했다. 폭발하지 않는 안전한 스마트폰 조차 얻기 힘든 충성도였다.

그래서인지 갤럭시 노트7 리퍼폰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판매 중단된 갤럭시 노트7의 멀쩡한 부품까지 버릴 이유는 없으니, ‘재활용 제품’이 나오리라는 기대에서 였다. 사용자들이 갤럭시 노트7 리퍼폰에 바라는 건 한 가지였다. 최고 성능의 그 제품을 ‘헐값’에 사고 싶다는 것. 왜냐면 이미 ‘판매 중단’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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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간절히 기다리던 갤럭시 노트FE가 등장했다. FE가 무슨 뜻이냐고? 이 부분이 걸작이다. Fan Edition. 노트 시리즈의 팬을 위해 준비한 ‘팬 서비스’ 차원의 제품이라는 뜻일까? 멋진 명분이다. 나는 처음에 강철(FE) 멘탈이라는 뜻인줄…. 심지어 한정판이다. 40만대만 판매 된다고.

갤럭시 노트FE는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을 활용해 만들었다. 자원 낭비를 최소화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오히려 RE라는 이름은 어땠을까. Recycle Edition.

뒷면에는 Fan Edition이라는 로고가 각인돼 있으며, 4,096단계 필압의 S펜을 지원한다. 홍채인식, 지문인식,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하며 빅스비의 일부 기능도 적용됐다. 배터리 용량은 3,200mAh. 배터리 안정성 검사를 거듭, 거듭, 거듭하였다고 하니 믿어보자. 솔직히 이번에도 터지면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철저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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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는 블랙 오닉스, 블루 코랄, 골드 플래티넘, 실버 티타늄의 4가지. 모두 아름답다.

제일 중요한 건 가격이겠지. 69만 9,600원. 여기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갈린다. 일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이 가격에 살 수 있으니 반갑다고 깃발을 흔든다. 하지만 더러는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팬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70만 원에 출시한 사실에 거품을 물더라.

솔직히 말해서 제품 자체로만 본다면 69만 원대의 가격은 결코 비싸지 않다. 하지만 마케팅에는 ‘정서’라는 게 있는 법. 사용자들은 버려진 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팬심’으로 버텨왔다. 지금의 출고가는 이 팬심을 채워주는 가격일까?

이제 곧 갤럭시 노트8이 나올 것이다. 보나마나 엄청난 제품이겠지. 30만 원쯤 저렴한 FE를 냉큼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끙끙.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