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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소주 그리고 샹그리아

요즘도 이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호프집마다 아주 수상한 주류 메뉴가 있었어요. ‘레몬소주’라는 거였는데, 생맥주 피쳐...
요즘도 이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호프집마다 아주…

2017. 06. 24

요즘도 이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호프집마다 아주 수상한 주류 메뉴가 있었어요. ‘레몬소주’라는 거였는데, 생맥주 피쳐 용기에 극소량의 소주를 담고 레몬 주스 따위를 섞어서 내주는 그런 메뉴였죠. 스무 살이 되자마자 가장 아끼는 옷을 챙겨입고 친구들과 호프집에 갔어요. 아, 어쩌면 열 아홉 살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비밀로 할까 봐요.

그 당시 저와 제 친구들의 입맛에 소주란 공업용 알코올과 다를 바가 없었죠. 쓰고, 또 썼어요. 어른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요. 소주가 달아지는 건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저희는 레몬 소주를 마셨습니다. 달콤하고 새콤하고, 맛있었죠. 술이란 이렇게 마시기 쉽고 즐거운 걸까? 앞으로의 우리 인생도 이렇겠지? 네, 물론 아니었습니다. 인생도 술도 씁쓸해요. 때로는 목구멍을 긁어 내릴 만큼 뜨겁고 독하죠. 원래 그런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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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부터 쓴 것부터 경험할 필욘 없죠. 소주는 레몬소주로 배웠구요, 와인은 샹그리아로 배웠어요.

샹그리아는 일종의 와인 칵테일이에요. 주로 레드와인을 이용해서 만들어요. 와인에 여러가지 과일과 설탕, 탄산수, 레몬주스 등을 넣어서 만들죠. 커다란 자(Jar)에 잔뜩 만들어서 하루 정도 숙성해두면 맛있어요. 달콤하고 시원해요. 다 마시고 나선 알코올을 잔뜩 머금은 과일을 건져내서 오물오물 씹는 재미가 있구요. 만들기 귀찮다면 그냥 사 먹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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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홈플러스에서 찾은 ‘샹그리아 수레오’라는 스페인산 와인이에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샹그리아에요. 마시면 적당히 달콤하고 여러가지 과일 향이 입에 맴돌아요. 계피향도 나구요. 목넘김은 부드럽지만 마지막엔 레드와인 특유의 적절한 떫은맛이 올라와요. 물론, 아주 은근한 수준이에요. 일반적인 샹그리아 보다는 독한 편이에요. 취향에 따라서는 여기에 탄산수와 과일을 조금 더 섞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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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도 정말 예쁘지 않나요. 저는 딸기와 함께 마셨어요. 제가 과일처럼 상큼해지는 느낌이었죠.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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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을 다 마시고 나면 투명한 보틀이 모습을 드러내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에요. 와인이 어색한 당신의 첫 번째 와인으로 추천해요. 아주 차갑게 마셔야 더 맛있어요.

처음엔 대형 마트에서만 팔았는데, 요즘엔 종종 맥주 리스트가 좋은 펍에도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달콤한 술이 당기거나, 샹그리아를 마시고 싶을 때 한 번 주문해보세요.

1Day1Sul(@1day1sul)님의 공유 게시물님,

수레오 샹그리아
Point
맥주만큼 캐주얼한 와인
With
베리류의 과일 안주
Nation
스페인
Style – 샹그리아
ABV – 5.4%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