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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메모를

안녕. 맨날 바쁜 척 하는 여자 에디터H다. 요즘 내가 지인들과 하는 대화의 80%는 이런 식이다. 실제 대화는 좀 더 경박하고...
안녕. 맨날 바쁜 척 하는 여자 에디터H다. 요즘 내가 지인들과 하는 대화의…

2017. 06. 12

안녕. 맨날 바쁜 척 하는 여자 에디터H다. 요즘 내가 지인들과 하는 대화의 80%는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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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화는 좀 더 경박하고 욕설이 난무하지만, 대체로 이 패턴이다. 바쁘다는 건 상대적인 개념이다. 나보다 더 바쁜 사람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천성이 게으른 에디터H에겐 매일이 고비인걸.

일을 시작하기 앞서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하는데 힘을 빼곤 한다. 학창시절부터 노트 필기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는 뭐든 정리하는 과정이 다 고통스럽다(실제로 모든 문서작업은 에디터M이 한다, 미안…). 하지만 요즘은 워낙 잡다한 업무가 많아서 쭉 정리해두지 않으면 한 두 가지씩 빼먹기 때문에 ‘Daily To do list’는 필수.

작년부터 온갖 앱을 다 써봤지만, 정착하지 못했다. 결국 노트에 직접 글씨를 써놓고 완료하면 짝대기를 쭉쭉 긋는 방식의 원시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버렸다. 이게 가장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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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태까지 중 가장 명료하고 단순한 메모 앱을 소개할 거다. 빠른 메모! 쉬운 메모! 리스트 형으로 각 잡고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즉각 즉각 적어버리는 메모! 지극히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완전 내 취향이다. 보자마자 바로 구입.

이름은 Blink. 딱히 리뷰할 게 없을 만큼 쉽다. 빈 영역을 아무 데나 누르면 바로 메모를 추가할 수 있다. 각각의 메모는 세로 리스트형으로 나열되는 게 아니라, 가운데 막대기를 하나 두고 끝없이 가로로 추가돼 줄바꿈 형태로 나열된다. 세로 리스트형보다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은 없지만, 그날 해야 할 일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지간히 할 일이 많지 않고서는 스크롤이 내려가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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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가 해야 할 일을 써넣어보았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해야 할 모든 일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기재했다. 이런 메모를 만들 때는 포인트가 있다. 거창한 일이 아니라, 몹시 잡스러운 일까지 구체적이고 집요하게 만들어야 놓치는 것이 없다는 사실.

마이크와 카메라를 챙겼으면 촬영 준비를 다 한 것 같지만, 배터리를 깜빡 잊고 충전하지 않았다면 돌로 맞아야 할 일인 것이다. 만땅으로 충전된 배터리와 함께 촬영장에 들어서도 SD 메모리를 잊었다면 그 역시 따귀를 내어줘야 할 일. 난 굉장히 덤벙거리는 성격이라 앞서 말한 모든 실수를 이미 범한 적이 있는데, 의식적으로 메모를 시작하면서 그런 일을 많이 줄였다. 해야 할 일의 메모 리스트를 만들 때는 스스로를 믿지 말자. 나를 의심해야 한다. 나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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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컬러로 중요도를 선택할 수 있다.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일단은 까만색이 보통. 파란색은 조금 더 중요. 빨간색은 안 하면 ㅈ… 되는 게 아니라 큰일 난다는 의미로 쓴다. 메모를 추가했을 땐 기본적으로 까만색이다. 해당 메모를 한번 탭하면 파란색이 되고, 두 번 탭하면 빨간색이 된다(빠르게 두번 탭하면 안된다). 컬러 별로 정렬되는 기능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그런 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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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컬러에 따라 반복 알림을 설정해둘 수 있다. 나는 중요도가 높은 빨간 메모만 하루에 한 번씩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놨다. 한 시간 단위나 하루 단위로 알림을 정할 수 있다. 한 시간 단위의 알림은 정말 목숨이 위급한 상태에서만 사용하도록 하자. 하루 종일 알림이 와서 스트레스받는다. 흑흑.

각각의 메모를 빠르게 두 번 탭하면 완료했다는 뜻이다. 이때는 하단에 회색 처리된 완료 메모 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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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된 메모는 설정 화면에서 한꺼번에 삭제하거나 메일로 내보낼 수 있다. 각각의 메모를 수정하고 싶다면 길게 탭하면 된다. 순서를 바꾸거나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이 앱에 있는 모든 기능을 다 설명한 것 같다. 워낙 단순하다. 꼼꼼하게 정리하길 좋아하는 분들에겐 지나치게 터프한(?) 인터페이스일지도 모르겠다. 에디터M은 고작 이걸 메모 앱이라고 부르는 거냐며 코웃음을 치더라. 하지만 나처럼 하루 종일 까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습관적으로 대충 메모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쓰기 쉬운 앱은 없을 것. 생각 나는 대로. 손 닿는 대로. 메모! 메모!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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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방법을 보고 나서 앱 아이콘을 보니 끝내주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리뷰를 끝냈으니 블링크 앱에서 메모 하나를 지우러 간다. 바삐 사는 우리 존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디에디트에는 이제 새로운 에디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잘 쓰고, 물욕 넘치고, 운전 잘 하시는 분?

Blink
Store – iOS
Point – 메모 고자를 위한 의식의 흐름 메모장
Price –  1달러
Size – 26.3MB
Download –  클릭!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