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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남자에게 바치는 연서

Dear, Kim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 디에디트의 슬로건이다. 맨 처음 디에디트를 만들면서 우리의 독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Dear, Kim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 디에디트의 슬로건이다. 맨 처음 디에디트를 만들면서…

2017. 05. 18

Dear, Kim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 디에디트의 슬로건이다. 맨 처음 디에디트를 만들면서 우리의 독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적이 있다. 디에디트의 대부분의 독자는 남자다(현재까지 대충 7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우리의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왜 누가 무슨 이유로 내가 만든 소담한 공간을 찾고 글자를 곱씹으며 머물게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그렇게 이어진 나의 생각의 결론은 이거다. 난 아마도 가상의 연인에게 연애편지를 쓰고 있었던 아닐까. 나의 기사는 어떤 사람에게 쓰는 연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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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인물이지만, 내 편지가 닿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그림은 있다. 고집이 아니라 소신을. 자신이 원하는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 최신 유행을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오래된 것의 의미를 결코 가벼이 넘기지 않는 사람. 진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믿지만 그것이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변명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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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때,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브랜드를 소개한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도 그렇다. 혹시 아직 스킨 로션을 때마다 망설이고 있는 당신을 위해 DTRT를 소개한다. ‘Do The Right Thing’ 옳은 일을 하자. 대체 옳은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 사회에서 산다는 건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는 일이다. 이런 시대에 ‘옳은 일’이라는 것처럼 모호하고 애매한 개념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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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RT는 단순히 화장품에서 머물지 않고 남자들이 옳은 일을 있도록 하는 문화에 집중한다. 스스로를 ‘컬처 코스메틱’ 브랜드라 규정하고 제품 뿐만 아니라 피규어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장려하면서, 남자의 소신과 문화를 지원하고 있다. 불필요한 성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삶의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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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피부관리를 위한 방식은 여자들과 완전히 다르다. 성급한 일반화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살펴본 바로는 그렇다. 여자들은 얼굴에 무언가를 발랐을 땐, 그것이 티가 나는 것을 선호한다. 크림을 발랐을 땐, 얼굴이 찹쌀떡처럼 쫀쫀해지길 바라고,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얼굴의 톤과 잡티가 보정되어 계란처럼 매끈한 얼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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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전에 네가 바른 화장품을 네 피부가 모르게 하라’

하지만, 남자들은 이와는 딴판이다. 바른 바르지 않은 듯. 그것이 BB크림이든, 로션이든, 선크림이든 간에 얼굴에 무언가를 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한다. 이를 영민하게 읽은 DTRT는 전혀 바른 나지 않는 자외선 차단제 블럭 아웃(BLOCK OUT)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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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도 발라보고, 주변 남사친에게도 발라보게 했다. 첫 느낌은 산뜻한 향기다. 위에서 말했듯이 텍스처는 피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그 자리에는 은은한 향기만 남는다. DTRT의 시그니처 향기인 ‘블랙 시프레’는 아주 오묘한 향이다. 블랙페퍼, 넛맥을 시작으로 오키드 파출리를 스쳐가다가 머스크, 샌달우드, 앰버 진지한 남자의 향기를 남기는데 뭐랄까, 남성적이면서도 섬세한 향을 풍긴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했을 가장 먼저 나온 반응도 향에 대한 호감부터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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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텍스처에 대해 이야기해 해보자. 어디에나 들어가는 크지 않은 사이즈의 제품을 들고 흔들어 좁은 입구를 통해 짜내면 무겁지 않은 묽은 제형의 액체가 흘러나온다. 흰색이긴 하지만, 손가락으로 번만 문지르면, 크림처럼 보이던 텍스처가 로션처럼 흩어진다. 피부 표면의 온도가 조금 내려가고, 살이 훤히 비춘다. 손가락을 조금 움직여 펴바르면, 금세 스며드는 것을 확인 있다. 무더운 여름, 선크림을 바르고 땀을 흘렸을 콩국수 국물처럼 하얀 육수를 뚝뚝 흘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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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감도 산뜻하다. 피부에 바른 후, 2초 정도 스며들기를 기다리면, 피부가 보들보들 해진다. 달걀 같은 얼굴을 상상하며, 계란 위에 발라봤다. 기름진 느낌이 아니라 피부에 녹아들듯이 달라붙는다. 미미한 광을 제외하면, 바른 건지 쉽게 구별할 없을 정도로 파우더리한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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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기능을 빼놓을 없지. 얼마 재미있는 기사를 적이 있다. 남자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가장 처음 접하는 때가 바로 군대라는 거다. 땡볕에서 모진 훈련을 받는 대한민국의 국군, 해군, 공군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피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외선 차단 지수다. BLOCK OUT은 SPF50+ / PA++++ 로 항상 태양에 노출되어 있는 남자의 피부를 철벽 방어해준다. 이 정도면 현재 우리나라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자외선 차단 지수다. 잦은 야외 활동으로 강력한 자외선 차단 효과를 원하는 모든 남자들을 위한 자외선 차단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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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을 소개하면서 두서없이 한국 남자로 사는 것이란 주제까지 넘실넘실 흘러갔던 나의 리뷰는 여기까지.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여름입니다. 여름엔 선크림이 필수예요. 한 망가진 피부는 아주아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되돌리기 힘들어요. 선크림 챙겨 바르세요. 두 바르세요.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