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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한 잔 갈아 주세요, 나만의 윤식당

정신없이 살다보니 최근엔 TV 연예 프로그램과는 담 쌓고 살았다. 그러다 주말 사이 넋을 잃고 챙겨본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tvN에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최근엔 TV 연예 프로그램과는 담 쌓고 살았다. 그러다 주말 사이…

2017. 05. 19

정신없이 살다보니 최근엔 TV 연예 프로그램과는 담 쌓고 살았다. 그러다 주말 사이 넋을 잃고 챙겨본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tvN에서 방영한 ‘윤식당’.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섬에서 네 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케미는 ‘힐링’ 그 자체였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은 모두 여유롭고 행복해보였고,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남들은 윤식당표 ‘불고기 라이스’나 ‘불고기 누들’에 군침을 흘리더라. 실제로 우리 엄마만 해도 TV에 나온 것과 비슷한 레시피로 불고기 버거를 대량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침흘리며 본 장면은 따로 있었다. 이서진이 블렌더에 넣고 신선한 생과일을 갈아내는 장면 말이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을까, 하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 과일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생과일 주스엔 환장하는 편이다.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워서 잘 해먹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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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에 관심도 많은터라 이서진이 사용하는 블렌더도 눈여겨 봤다. 매번 얼음과 과일을 넣은 뒤 블렌더를 흔들어줘야만 제대로 갈리는 성능이 썩 성에 차지 않는다. 좀 더 좋은 블렌더를 썼으면 시원스럽게 잘 갈렸을텐데. 현지에서 공수한 것인지 올드한 디자인도 마땅찮고 말이다. 요즘엔 훨씬 좋은 제품도 많은데 말이지.

그래서 내친김에 블렌더 리뷰를 준비했다. 나처럼 윤식당을 애청하고 과일 주스에 도전하려는 분들을 위해 진짜 진짜 괜찮은 블렌더를 소개한다. 일렉트로룩스의 마스터피스 컬렉션 블렌더다. 세상에 수많은 블렌더가 있는데 그 중에 이 제품을 리뷰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레스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리저리 흔들어줘야 재료가 갈리는, 시한폭탄처럼 덜덜거리는 블렌더는 요리하는 사람을 진 빠지게 만든다. 신선한 과일을 ‘슉~’갈아서 상큼하게 마시고 싶은데, 만드는 과정이 그토록 안 상큼해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디자인도 한 몫했다. 일렉트로룩스가 밀고 있는 마스터피스 컬렉션 특유의 시크한 북유럽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말이다. 실제로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들이 다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라더라. 원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는데, 쓰면서 알아보자. 전문가들이 쓰는데는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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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보면 뭔가 기묘하다.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의 사탑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새다. 옆모습을 보면 용기가 기울어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로 기울어져 있다. 잘못된 게 아니다. 브랜드의 노하우가 축적된 파워틸트 기술이다.

10도 기울어진 디자인의 용기와 칼날은 중력의 힘을 받아 식재료에 회전력을 더해준다. 재료를 벨벳처럼 섬세한 텍스처로 빠르게 블렌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고작 10도의 기울어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게 재밌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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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칼날을 보자. 자세히 보면 칼날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분쇄 칼날과 C자형 칼날, 절삭 칼날로 이루어져서 다양한 식재료를 곱게 갈아준다. 얼음도 시원스럽게 갈아주고 말이다. 티타늄으로 코팅이 되어 상당히 견고한 편. 이 코팅 덕분인지 개인적으로는 세척이 쉬워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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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생과일 주스 제작에 들어가보자. 먼저 가장 기본적인 레시피! 윤식당에서도 제일 많이 팔리던 ‘파인애플 생과일 주스’다. 할 일은? 오직 하나다. 파인애플을 쑹덩 쑹덩 썰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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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가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의 조작부다. 버튼이 많아서 어려워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알기 쉬운 아이콘으로 표시돼 있다. 얼음을 갈 땐 첫 번째 ‘아이스 크러쉬’ 버튼을 잠시 누르면 된다. 나는 주로 ‘스무디’ 버튼으로 주스를 만들었다. 스피드 조절도 가능하며, 부스트 기능으로 강력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요리에 따라 4가지 프로그래밍 버튼 중 선택할 수 있는데, 각 버튼에는 용도에 맞는 분쇄 속도와 시간이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스무디를 만든다면, 한 번만 터치하면 적당한 시간과 강도로 스무디를 만들어준다.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동 시간을 한 눈에 확인할 수도 있다. 미래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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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하게 썰어도 전혀 문제 없다. 그냥 용기에 담기 좋을 정도의 사이즈로만 준비하면 된다. 대범한 사이즈로 썰어 넣은 파인애플과 얼음으로 용기를 절반 정도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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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곱게 갈린 과일 주스가 완성됐다. 용기 안에서 과일 입자가 곱게 갈리는 모습이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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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시간을 조절하면 과일 알갱이가 살아있는 느낌으로도 만들 수 있다. 나는 내 취향에 맞게 곱게 갈았다. 벨벳처럼 부드럽게 갈린 입자가 실키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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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얼음과 파인애플만 넣고 만든 생과일 주스다. 시럽을 넣어서 만들기도 하지만, 너무 달고 칼로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신선한 과일을 넣고 잘 갈아주면 단맛을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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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레시피에 돌입. 이번인 ‘믹스 주스’다. 이것도 윤식당 레시피인데, 사실 원래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흔한 조합이긴 하다. 바로 파인애플 더하기 바나나. 풍미와 텍스쳐가 다른 두 종류의 과일이 만나면 어떤 맛이 날까.

이번에도 커다랗게 썰었다. 바나나는 워낙 부드러운 과일이라 이렇게 잘 갈리는 블렌더에서는 통채로 넣어도 금세 스무디가 된다. 하지만 잔뜩 넣어야 되니 부피를 줄이기 위해 대충 썰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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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부스트 기능으로 빠르고 짧게 갈아줬다. 바나나를 넣고 함께 갈았더니 훨씬 크리미한 느낌이 난다. 텍스쳐가 조금 더 묵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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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식사대용으로 좋을 것 같은 음료다. 아침 챙겨먹기 귀찮을 때, 5분이면 뚝딱 만들 수 있으니 한 잔 마시고 집을 나서면 든든하겠다. 이날 사용한 바나나가 꽤 맛이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파인애플만 갈았을 때보다 당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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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티타늄 칼날의 성능을 체험해보고자, 얼음 반통을 넣고 갈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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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크러쉬 버튼을 누르니 칼날이 시원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제품은 하단이 용기를 단단하게 지지해 주기 때문에, 구형 블렌더처럼 손잡이를 잡거나 뚜껑을 눌러줄 필요가 없다. 강력하게 얼음을 분쇄하는 과정에서도 용기는 안정감 있게 고정돼 있다. 실제로 써보면 상당히 편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얼음이 아주 곱게 갈렸다. 제빙기도 아닌데 의외의 성능이다. 와우. 이 얼음으로 마가리타를 만들면 정말 시원하고 맛나겠다. 아, 오늘 컨셉은 건강이었는데 또 칵테일 생각이라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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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 레시피다. 토마토를 큼직하게 썰어주자. 귀찮다면 그냥 꼭지따고 반토막만 내서 용기에 넣어도 상관 없다. 어차피 잘 갈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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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먹는게 좋으니까, 이번에도 얼음을 잔뜩 넣었다. 이번엔 설탕이나 시럽을 첨가할까 고민 많이 했다. 토마토는 앞서 사용한 재료만큼 달지 않으니까, 달콤한 맛이 좀 아쉬울까봐. 하지만 설탕을 넣으면 비타민을 파괴한다는 에디터M의 만류에, 심플하게 얼음과 토마토만 넣고 갈아주는 걸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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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주스는 순식간에 완성됐다. 생 토마토만 넣었다면 이렇게 고운 핑크빛이 된다. 살굿빛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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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까지 잘 갈려서 입에 거슬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토마토 주스다.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맛있다.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난 맛이다. 직접 만들어 먹으니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겠다. 밖에서 먹는 생과일 주스에서 그렇게 단 맛이 강하게 나던 건 시럽을 어마어마하게 넣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단맛 가득한 토마토 주스를 사 먹었던 예전의 저를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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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먹고 싶었던 ‘윤식당 주스’를 따라하느라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만 선보였지만, 이 블렌더로 만들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감자나 당근을 완전히 곱게 갈아서 스프를 만들어도 좋고, 케일이나 샐러리를 갈아서 건강 주스를 만들어도 좋다. 뒤늦게 든 생각인데 윤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불고기 소스도 여기다 갈면 금세 만들 수 있겠다. 벌써 이것저것 해 먹어볼 궁리에 마음이 풍족해진다.

예전에 어느 방송에선가 이소라가 좋은 블렌더를 쓰는 게 자신에게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녀가 즐겨 먹는 건 아보카도를 넣은 건강식 스프였다.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식재료를 좋은 제품에 갈아서 먹는다는 얘기였다. 관리할 줄 아는 삶이 자신을 사랑하는 삶이라는 얘기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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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리뷰에서 언급하지만, 사소한 거라도 좋은 제품을 쓰는 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준다. 입 안에서 기분 좋게 씹히는 토마토 주스를 한 컵 비우고 나니 꽤 배가 불렀다. 진동 때문에 뚜껑을 짓누르면서 힘겹게 사용해야 하는 저가 블렌더였다면, 다시 사용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몇 번 쓰고 모터가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불쾌함도 없고 말이다.

좋은 제품은 쓰는 사람을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막 사온 과일을 무심하게 썰어서 툭툭 던져 넣고, 버튼을 가볍게 터치하면 완성되는 우아함. 그게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주방을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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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날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저 자태를 보라. 먹는 리뷰는 참 즐거워. 다음엔 뭘 갈아볼까?

제품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친절하게 링크를 준비했다. 여기를 클릭하시길.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