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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를 들어라

아침에 눈을 뜨니 이상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날 과음한 샴페인 때문인가. 정신이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둥둥 떠다니는 느낌. 천장에 붙어있는 정신을...
아침에 눈을 뜨니 이상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날 과음한 샴페인 때문인가. 정신이…

2017. 05. 10

아침에 눈을 뜨니 이상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날 과음한 샴페인 때문인가. 정신이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둥둥 떠다니는 느낌. 천장에 붙어있는 정신을 겨우 붙잡아 손을 움직였다. 2017년 5월 10일. 새로운 날이 밝았다.

에디터H는 샴페인을 좋아한다. 일말의 틈만 보이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오늘 같은 날엔 샴페인인데, 우리 샴페인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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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어제 샴페인을 땄다. 정확히 무엇을 위한 축배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지난 10년간 정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척 연기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리고 천진하게 앞으로 모든 것이 좋아질거라 믿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샴페인은 그날과 꽤 잘 어울리는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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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샴페인은 모엣 샹동 임페리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샴페인이다. 펑. 펑. 2초마다 누군가는 어디선가 모엣 샹동을 터트리고 있다. 펑. 펑. 어쩌면 이렇게 인기가 있는데는 화려한 외모 덕도 좀 봤겠다. 머리엔 화려한 왕관을 쓰고, 목에는 단정한 리본을 달았으며, 가슴엔 새빨간 인장이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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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을 살 수도 있었다. 가격이 3분의 1도 안되니까.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샴페인) 지역에서 병속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만 샴페인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샴페인의 세계는 출신과 검증이 필요한 냉혹한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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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까바, 맛 좋은 화이트스파클링 와인 선택은 많다. 사람은 배신할지언정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입안을 살짝 간지럽히는 미세한 기포, 경박스럽지 않은 단맛과 입술을 부르는 산미. 샴페인은 샴페인이다.

코르크를 딸 때 울려퍼지는 청명한 소리, 황금색 액체에 쉬지 않고 승천하는 기포를 보는 재미까지 샴페인은 분명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는걸.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맛과 분위기에 취해 마시다 보면 쉽게 취한다. 알코올 도수 12도. 뿐만 아니라 샴페인은 숙취로도 악명이 높다.

자 그래서 우리는 어제 샴페인을 땄다. 기분 좋은 사치였다. 그래, 이 새로운 시작에 축배를 들자.

모엣 & 샹동 임페리얼
Point – 그곳이 파티인지 아닌지는 샴페인이 결정한다
With –  치킨(요즘 ‘치샴’이 대세다)
Nation – 프랑스 > 상퍄뉴
Style – 스파클링 와인
ABV – 12%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