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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냥 흑맥주가 좋아

디에디트의 두 여자가 또 술을 마셨다. 장소는 압구정 메이드. 촉촉한 시간이었다. 아기 주먹만한 미트볼을 양볼 가득 우겨넣으면, 짭짤한 육즙이 이...
디에디트의 두 여자가 또 술을 마셨다. 장소는 압구정 메이드. 촉촉한 시간이었다. 아기…

2017. 04. 24

디에디트의 두 여자가 또 술을 마셨다. 장소는 압구정 메이드. 촉촉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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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주먹만한 미트볼을 양볼 가득 우겨넣으면, 짭짤한 육즙이 이 사이로 줄줄 새나오는(이케아의 미트볼과 비교하면 나 많이 섭하다) 미트볼 파스타. 아름다운 노른자가 터져나오는 에그베네딕트와, 치즈와 밥을 섞어 튀겨낸 아란치니까지. 모두 하나같이 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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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1 레스토랑 오너들이 뜻을 모아 화끈한 기획을 했다. 대표 메뉴를 반값으로 할인해서 먹고 마실 수 있다. 이곳(https://www.navi-guinness.com/)에서 쿠폰 번호를 받고 전화 예약만 하면 끝. 이 모든 기회는 5월 2일(화)까지만 열려있다. 초조하다. 우리에게 남은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은 짧고 가야할 곳은 많으니 친절하게 딱 10개만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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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Add: 신사동 579-6
Tel: 02-517-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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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음식의 고유한 결이 존재한다. 미국 음식은 꽉 찬 맛이다. 그게 양이든 맛이든. 역삼역 근처에 위치한 스터번은 NYC에서 만난 세 친구가 차린 아메리칸 비스트로다. 어두운 실내,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낮은 조도의 조명, 무거운 접시까지. 모든 디테일은 레스토랑의 이름처럼 고집스럽게(stubborn) 말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정통 비스트로를 하겠노라’고. 터프하게 나오는 스테이크도 물론 좋지만 진한 맛의 파스타도 놓치지 말자. 

스터번
Add: 역삼동 647-2 지하1층
Tel: 070-8828-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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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조용히 강한 맛집이 많다. 어니스트도 그렇다. 햄버거가 아니라, 케이크를 팔 것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 옆 사람이 먹는 요리를 곁눈질 하지 않도록 널찍한 테이블 공간. 시원하게 탁 트인 천장까지. 어니스트 버거에서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 햄버거는 칼로 잘라먹으면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힘들다. 두 손으로 쥐고 육즙을 뚝뚝 떨어뜨리며 먹어야한다. 어니스트 버거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는 대신 신선한 재료에 집중했다. 부드러운 빵, 촉촉한 패티 그리고 아삭한 양배추가 입안에서 춤 추는 것을 느끼다보면 아, 햄버거가 얼마나 완벽한 음식인지 깨닫게 된다. 

어니스트 버거 & 펍
Add: 반포4동 551-47
Tel: 02-537-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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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레스토랑 류니크가 가격과 가오를 내려두고 노멀바이 류니크라는 이름으로 가지를 쳤다. 다행히 류태환 셰프의 감각은 그대로다. 알지 못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세로수길 골목 2층에 위치한 이곳은 테이블 5개가 전부인 아담한 공간이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손질을 기다리는 재료들이 그대로 보이는 오픈 키친 구조를 보면 이곳이 어떤 요리를 선보이는지 대충 감이 온다. 따듯하고 바삭한 빵과 레몬 제스트를 넣은 상큼한 버터를 맛보면 입맛이 돌면서 혀근육이 움찔거린다. 회색과 노란색의 인테리어는 가볍지 않고 상큼한 포인트가 된다. 노멀바이류니크의 음식은 매일매일 가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노멀바이류니끄
Add: 신사동 520-8
Tel: 02-6405-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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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람들이 있으면 10가지 입맛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지금 가장 핫한 음식은 분명히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더, 더 새로운 것을 찾기 마련이니까. 지금 가장 뜨는 건 당연 동남아 요리다. 덥고 습한 기후의 비옥한 토양에서는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많은 섬나라는 풍부한 해산물 요리를 만들어냈다. 더위 때문에 없어진 입맛을 되돌리기 위한 화려한 시즈닝은 덤이다. 팬아시아는 다양한 동남아의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내는 곳이다. 이곳에 국경은 없다. 싱가포르의 스파이시 칠리크랩, 베트남의 스프링롤 등 가장 맛있는 동남아 요리를 앉은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팬아시아 가로수점
Add: 신사동 546-23
Tel: 02-541-7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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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와 우리나라는 참 많이 닮았다. 그것이 아픈 역사 때문인지, 아니면 유독 마시고 노는 걸 좋아하는 한과 흥의 민족이라서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곳은 언제나 흥겹다는 거다. 가슴팍까지 오는 높은 바와 의자 어두컴컴한 실내. 나무와 술이 섞인 묘한 향기가 나기 시작하면 아, 내가 아이리시 펍에 왔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아이리시 펍에서 선보이기엔 좀 생뚱맞은 메뉴긴 하지만, 독일의 족발인 학센은 더블린 테라스의 시그니처 메뉴다. 뭐, 국적이 어디면 어떤가. 어차피 다 유럽 문화권인데. 자정이면 비틀거리는 손으로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강남역, 더블린 테라스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나를 취하게 한다.

더블린 테라스
Add: 역삼동 635-6 태리빌딩 1층
Tel: 02-555-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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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피맥(피자+맥주)’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이태원의 브릭스 조인트 피자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시끌시끌한 분위기는 일주일 중 어느 날에 가도 불금스럽다. 매콤한 스파이시 페퍼로니는 이곳의 술이 술술 들어가게 하는 마성의 메뉴. 사실 피자는 어려우면서도 쉬운 메뉴다. 피자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세 가지. 간이 잘 된 씹는 맛이 있는 도우와 적당한 산도와 감칠맛의 토마토 소스 그리고 좋은 치즈만 있다면 피자는 기본적으로 맛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서울에서 맛있는 피자를 파는 곳은 생각보다 적다. 브릭스 피자 조인트는 좋은 소금을 넣은 반죽을 삼 일간 숙성 후, 좋은 소스를 얹은 후 벽돌로 만든 오븐에서 구워낸다. 전세계 음식이 모두 모여있는 이태원에서 각종 이국적인 음식에 질렸을 때, 익숙한 기름진 음식을 맛있게 즐기고 싶을 땐, 브릭스 피자 조인트를 찾는다.

브릭스 피자 조인트
Add: 서울시 이태원동 124-9
Tel: 070-4457-6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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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부터 바비큐 집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바비큐는 원래 사람만한 그릴에 숯을 피워 가족이나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는 잔치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바비큐는 한 단계 진화했다. 요즘 바비큐는 훈연기에 10시간 이상 천천히 훈연한 고기를 트레이 위에 코울슬로와 번과 함께 푸짐하게 대접한다. 눈앞에서 단백질이 익으면서 나는 향기와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대신, 레스토랑에서는 부드럽고 깔끔하게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빅보이 바비큐는 미국보다 더 미국같은 정통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어느 주말 솜씨좋은 미국 친구네 초대받아 한끼 거하게 얻어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덩치 큰 어른 팔뚝보다 양이 많은 립은 한 번 먹으면 체면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두 손을 쪽쪽 빨며 먹을 수 밖에.

빅보이 바비큐
Add: 이태원동 124-9 2층
Tel: 02-794-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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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서촌에 자리 잡은 소담한 레스토랑 친친 원 테이블. 규모는 작지만, 엄청나게 긴 테이블 위에는 탐스러운 생화가 장식되어있다. 매일매일 바뀌는 생화는 친친 원 테이블의 이재훈 셰프가 손님에게 건네는 인사이자 마음이다. 이재훈 셰프는 벌써 서촌에서만 4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서촌의 큰손이다. 친친 원 테이블의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훌륭한 가격의 알찬 구성의 평일 런치 코스는 요즘 날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다. 창이 크고, 생화가 올라간 긴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고 있으면, 꼭 흥겨운 피로연에 초대받은 것처럼 입과 가슴이 흥겹다.

친친 원 테이블
Add: 누상동 29-3
Tel: 02-737-0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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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델루뽀의 요리는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선물상자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맛이 어떻게 치고 들어올지 도무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재훈 셰프가 미술, 영화, 만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감을 받아 메뉴를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흔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서촌에서 한옥을 개조해 이탈리안을 팔겠다는 개념도 이제훈 세프가 시작이다. 한옥, 메뉴와 테이블 세팅이 자칫 촌스러운듯 보일 수 있지만, 막상 들어가면 정감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카프레제와 스테이크 등 기본적인 메뉴를 많은 멋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요리해낸다.

까델루뽀
Add: 효자동 39-1
Tel: 02-73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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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