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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초보 M, 출사가는 날

오늘은 디에디트의 첫 DSLR 리뷰를 준비했다. 주인공은 캐논의 따끈따끈한 신제품 800D. 때마침 벚꽃이가 절정이었다. 꽃은 거울 속에 있다며, 봄놀이에 무심했던...
오늘은 디에디트의 첫 DSLR 리뷰를 준비했다. 주인공은 캐논의 따끈따끈한 신제품 800D. 때마침…

2017. 04. 25

오늘은 디에디트의 첫 DSLR 리뷰를 준비했다. 주인공은 캐논의 따끈따끈한 신제품 800D. 때마침 벚꽃이가 절정이었다. 꽃은 거울 속에 있다며, 봄놀이에 무심했던 디에디트의 두 여자가 카메라를 들고 꽃놀이를 다녀왔다.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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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계 자체를 좋아하는지라 카메라에 관심은 많지만, 정작 내가 쓸땐 간편하고 사용환경이 직관적인 제품을 선호한다. 업무용으로 캐논 5D 라인업을 오래 사용했지만, 내겐 과한 제품이었다. 좋은 카메라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편하게 들고 다니기엔 무겁고, 때론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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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카메라 리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800D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명쾌하게 해결돼 있었기 때문. 바디는 가볍고 AF은 겁나게 빠르다. 이거면 됐다. 부담없이 들고다니고, 아무때나 전원을 켜서, 빠릿하게 초점을 잡고 찍을 수 있다면 내겐 최고의 카메라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평일 낮의 북촌한옥마을과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왠지 내게서 전문가의 향기가 난다. 한 손으로 무심히 DSLR을 움켜진 내 모습에서 사진 잘 찍을 것 같은 냄새가 풍긴다. 괜히 그렇다. 그런데 에디터M이 자꾸만 카메라를 빼앗아 간다. 본인이 직접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떼를 쓴다. 이건 비밀인데 AF가 오토포커스라는 것도 몰랐던 쌩초보다.

“내가 생각보다 사진을 잘 찍는다니까?”

아무튼 그러해서 오늘 리뷰 사진의 절반 이상은 에디터M이 촬영했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딱 맞는 ‘피실험자(?)’일지도 모른다. 800D는 캐논 라인업 중에서 보급기에 속한다. 굳이 따지자면 DSLR 입문자를 위한 모델이니 초보가 셔터를 누르기에 완벽한 카메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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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사진부터 보자. 800D는 AF가 정말 정말 빠르다. 흔들릴 틈이 없이 초점을 잡아내고, 내가 원하는 포인트에 정교하게 집중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물론 동영상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빠르다. 캐논이라는 브랜드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전부 깨부술 정도의 반응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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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3개월 되었다는 저 멍뭉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지 실제로 보지 않은 분들은 모른다. 혈기왕성한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 경쟁하듯 잔디밭을 질주하는데, 눈으로 쫓기도 힘들 만큼 몸이 날래더라. 강력한 도전 의식을 느낀 에디터M이 연사 모드로(설정은 내가 해줬음) 셔터를 눌렀다. 피사체들은 순식간에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흔들린 것 같은데? 쳇. 역시, 이건 무리인가?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초점이 맞았다. 이 움직임을 포착하다니. 벌써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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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가지 사이로 정오의 해가 쨍하게 쏟아진다. 바람이 불어서 가지가 춤추듯 흔들리고 있었는데, 찰나의 순간에 내가 원하는 부분만 초점을 잡아낸다. 사진 속의 목련은 바람따윈 모르는 것처럼, 아름다운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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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보니 색감은 물론이고 해상력도 만족스럽다. 아, 이건 내가 찍었다.

에디터M의 감성사진이다. 어디서 어깨너머로 본 건 있는 모양이다. 어디서 본 것 같긴하지만, 꽤 멋진 느낌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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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에디터M이 찍었다. 난 M이 찍은 사진 중에 이게 제일 좋다. 컬러의 강렬한 대비가 사진을 마치 그림처럼 보이게 한다. 캐논은 ‘하늘 색깔’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잡아낸다. 사진 찍으러 나갔던 날, 유난히 하늘이 예뻤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물감을 풀어놓은 듯 어여쁜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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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보면 꽃잎이 만져질 것만 같다.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던 적목련이 지금은 이미 다 시들었다. 봄은 참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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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색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 더. 어쩜 저렇게 파란빛이 담겼을까. 꼭 필터 입힌 사진처럼 묘한 매력이 있는 색감이다. 목련 사진과는 다른 날 촬영한 건데 이때도 날씨가 아름답다. 사진 요정이 우리를 축복한 것처럼 출사 나가는 날마다 하늘이 찢어지게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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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에디터M의 작품세계 중 하나다. 그녀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첫째도 아웃포커싱, 둘째도 아웃포커싱이다. 촬영 때마다 “배경을 날려줘~ 날려서 찍어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얕은 심도로 찍은 사진을 최고로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피규어 사진은 성공적인 작품인 셈이다.

사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아웃포커싱이 아니라 앵글이다. 엄청난 로우앵글인데, 에디터M이 잔디밭에 포복하고 찍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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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가 후면, 전면, 수평으로 자유롭게 각도를 바꿀 수 있는 회전형이라 카메라를 낮게 들고 촬영할 때나, 높게 들고 촬영할 때 액정을 확인하기 편하다. 구도의 제약 없이 편안한 자세로 촬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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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인사동 뒷골목에서 5,000원 짜리 반지를 고르고 있는 에디터M의 모습을 몰래 찍은 컷. 아스팔트 위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액정을 회전시켜 구도를 확인한 뒤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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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뷰 상태에서도 AF가 굉장히 빠르다. 초점 영역이 넓고 촘촘하다는 것도 특징. 터치 LCD를 사용해 초점을 잡을 때는 원하는 피사체를 톡, 건드려주면 빠르게 반응한다. 피사체가 화면 모서리에 위치해도 문제 없이 초점을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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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떡꼬치를 잡고, 한 손으로 DSLR 셔터를 눌러 담아낸 감성 먹방샷.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한 손으로 조작하긴 힘들다. 빨리 찍고 빨리 끝내야 한다. 빠른 AF가 도움이 됐다. 떡고치 맛은 어땠냐고? 어릴 때 먹던 그 맛. 뚝뚝 떨어지는 고추장 소스를 입에 묻히며 치열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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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이 스스로 본인의 ‘베스트 컷’으로 찍은 스니커즈 사진이다. 이때는 해지기 직전이라 촬영을 끝내고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사실 이때가 사진찍기엔 최고의 시간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겠지. 황금빛 노을에 뭔가 영감을 받았는지 맥주 반 캔을 마시고 취기가 오른 에디터M이 갑자기 카메라를 들었다. 태양빛이 부드러워지는 시간이라 운동화 끈의 느낌까지 손에 잡힐 듯 표현됐다. 아, 참고로 신발은 에디터M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을 찍을 땐 맨발 투혼을 벌였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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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잡고 사진만 찍으러 다닌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린 주로 리뷰 사진만 찍다보니 피사체가 특정 제품인 경우가 많은데, 카메라 리뷰 덕분에 원하는 사진을 마음껏 찍고 다녔다. 서울 곳곳을 걸어다니며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감탄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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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리뷰랍시고 사진을 찍어 소개하고 있지만, 사진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치만 이건 초보자를 위한 카메라. 카메라 조작에 서툰 사람도 얼마든지 멋진 사진을 쉽게 찍어낼 수 있는 좋은 물건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빠르고 간편하게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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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할까. 지금 당장 첫 DSLR을 구입해야 한다면 800D 이상의 대안은 없을 것 같다. 보급기라는 설명만으로 표현하기엔 반칙 같은 카메라다. 쓰다보면 이 가격에 뭘 이런 걸 다?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빡세게 만들었다. 팀킬 걱정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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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난감 같은 셔터음이나 다소 플랫하게 표현되는 풍경사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급기 바디로서는 오버스펙이 분명하지만, 찍다보면 또 다른 갈증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러니 캐논 보급기로 입문한 사람들이 점점 모델 자리수를 줄여가는 거겠지.

에디터M이 본인이 찍은 사진을 보며 셀프 감탄을 한다. “나 막 찍었는데 이 정도야”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면서. 사실 저건 분명한 팩트다. 멋모르고 막 찍었는데 잘 나오는 카메라다. 카메라 설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빠른 반응, 유연한 사용성. 초보자를 위한 치트키나 다름 없다. 그래서 M이 계속 갖고 싶다고 조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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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덕분에 봄날씨를 만끽했다. 마지막 사진도 꽃. 이제는 다음 봄까지 만날 수 없는 벚꽃의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해두자.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