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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이상하지. 익숙한 것들은 불편하지 않다. 설령 돌아가는 길이라도 내가 아는 길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 “저기 다른...
이상하지. 익숙한 것들은 불편하지 않다. 설령 돌아가는 길이라도 내가 아는 길은 멀게…

2017. 04. 10

이상하지. 익숙한 것들은 불편하지 않다. 설령 돌아가는 길이라도 내가 아는 길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 “저기 다른 지름길이 있어”라고 말해준다면? 익숙한 길은 그때부터 불편해진다.

2012년 겨울 전까지, 불 꺼진 방에서 머리맡을 더듬어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손끝의 감에 의존해 충전 단자에 밀어 넣어보지만 열에 아홉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게 불편한 줄을 몰랐다. 그냥 방향만 바꿔서 다시 넣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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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의 출시와 함께 넓적한 30핀 커넥터가 내 인생에서 안녕을 고했다. 라이트닝과의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요렇게 넣어도 쏙, 저렇게 넣어도 쏙, 들어가는 자유로움은 이전까지의 삶이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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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뿐만이 아니다. 요즘 급부상 중인 USB-C 역시 양면 사용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 방향을 확인할 필요 없이 꽂아 넣으면 땡. 얼마나 좋아?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아직 확인을 요하는 단자들이 남아있다. 이를테면 라이트닝 저쪽 끝의 USB -A 커넥터라든지, 흔히 쓰는 마이크로 5핀 커넥터 같은 것들. 때가 어느 때인데 방향을 구분하라는건가! 내가 이미 얼마나 나태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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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 길었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별것도 아닌데 괜히, 엄청 신기한 제품. 클레버 타키온 양면 케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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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양면 다 사용할 수 있는 양방형 커넥터를 지원한다. 그것도 양쪽 다! 우연히 발견해 사용해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편하다. 평범한 USB 타입-A 커넥터는 앞뒤 구분이 확실하다. 단자를 살펴보면 한쪽은 막혀있고 한쪽은 뚫려있지 않은가. 근데 이걸 어떻게 양면으로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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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이렇게 만든다. USB-A 커넥터가 일반적인 애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원리를 잘 모르겠다고? 나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꽂아도, 뒤로 꽂아도 스무스하게 들어가서 전원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왜 모든 케이블을 진작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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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8 이전 세대의 갤럭시S 시리즈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는 마이크로 5핀 커넥터도 양면으로 만들었다. 앞뒤 구분 없이 대충 꽂아넣을 수 있다. 별 것도 아닌데 자꾸만 괜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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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유연한 케이블이지만 도톰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편. 중간에 케이블 고정 클립이 있어서 선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커넥터 종류는 3가지 이며 각각 30cm와 100cm 길이 중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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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양면 케이블은 애플 MFI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 애플기기와 안정적으로 호환된다. 30cm기준 1만 6,800원. 컬러는 그레이와 로즈 골드의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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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5핀 양면 케이블과 USB-C 양면 케이블은 퀄컴 퀵차지를 지원한다. 퀵차지 지원 스마트 기기로 충전할 때는 최대 12V의 전압으로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가격은 30cm 기준 각각 7,400원, 9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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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 넘 좋아! 모처럼 발견한 저렴한 신기방기아이템이라 소개한다. 이제 케이블 끝 더듬지 마시길. 불편한 줄 몰랐던 것들이 사실은 불편했다고, 내가 여러분께 속삭여드리고 있다. 뿜뿜.  구매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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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