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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봇의 하루

우리 아빠는 정말이지 부지런한 사람이다. 어떻게 우리 아빠에게서 나처럼 게으른 딸이 나왔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빠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면...
우리 아빠는 정말이지 부지런한 사람이다. 어떻게 우리 아빠에게서 나처럼 게으른 딸이 나왔는지는…

2017. 04. 24

우리 아빠는 정말이지 부지런한 사람이다. 어떻게 우리 아빠에게서 나처럼 게으른 딸이 나왔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빠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면 시작된다. 숭늉처럼 연하게 탄 모닝 커피를 마시며 외신부터 시작해 전 세계 뉴스를 훑는 게 첫 일과다. 아빠가 거의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것이 있다. 한 시간 반의 운동, 한 잔의 소맥 그리고 청소. 앞의 두 가지는 가뭄에 콩 나듯 거르는 일이 있지만, 청소는 절대 거르지 않는다. 40평의 우리 집을 매일 쓸고, 닦고, 환기한다. 핸디형 청소기는 효자손보다 자연스러운 기본 장착 아이템이다.

아빠의 깔끔한 청소벽에도 장애물은 있다. 바로 나, 과년한 딸아이의 방. 수많은 택배박스로 가득한 그곳은 클린함을 모토로 살아가는 아빠에게는 던전이나 다름없다. 뭘 버리고 뭘 두어야 할지 판단할 수 없으며, 매일 치워도 먼지와 머리카락이 샘솟는 장소다. 아빤 내 방을 들여다 볼 때마다 네가 내 딸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빠, 미안해. 난 앞으로도 청소 잘하는 딸이 될 것 같진 않아. 그래서 리뷰를 준비했어. 비싸고 강려크한 삼성 파워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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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봇 청소기가 배달오던 날 기사 아저씨랑 아빠의 대화가 얼마나 정답던지. 아빠는 이게 그렇게 좋은 거라구요? 하고 되물었고, 기사 아저씨가 설명해주는 기능을 하나 하나 가슴에 아로 새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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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슬롯을 벽에 붙여두고 전원만 연결하면 끝. 간단하다. 그날부터 우리집엔 애완 로봇이 생겼다. 아빠는 아침마다 온 방의 문을 열어놓고, 강아지 산책 시키듯 로봇 청소기를 돌렸다. 때때로 청소기와 대화도 한다. “그래, 얌마, 알았다, 잘했어.”라고 대화하는 목소리는 짐짓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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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럽다. 청소의 세계는 잘 모르지만 가전 제품엔 빠삭한 나다. 몇 년전에 각 제조사의 로봇 청소기를 모아놓고 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성능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한 두가지 아쉬운 점이 보였다. 근데 이 제품은 로봇 청소기의 단점으로 꼽히는 요소를 대부분 극복한 것 같다. 각각의 위기 상황별로 살펴보자.


1. 머리카락에서 자유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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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로봇 청소기의 자동 청소 버튼을 처음 누르며 이렇게 말했다. “머리카락만 제대로 치워주면 딱 좋겠다” 모든 청소러버들이 가장 질색하는 것. 체모의 흔적. 아무리 빨아당기고 쓸어담아도 한쪽 구석에서 자라나듯 다시 나타나는 머리카락의 존재. 심지어 빗자루에도 휘어감기고 청소기 브러시에도 엉켜붙기 때문에 퇴치(?)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우리 집에서 머리카락이 제일 많이 흩어져 있는 곳에 청소기를 투척해보았다. 어디냐고? 내 방…. 위웅위웅~ 부지런히 방 구석구석을 쏘다닌다. 방바닥이 매끈해졌다. 청소기를 뒤집어 바닥 브러시를 확인해봤는데, 머리카락이 엉킨 흔적도 거의 없다. 브러시도 굉장히 큰 편이라 걱정했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브러시에 큰 먼지나 머리카락이 엉켰을 때, 브러시 안쪽에 숨은 커터가 이걸 잘게 잘라준다고. 청소기 브러시에 이렇게 많은 고민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 이 상태로 잘게 자른 머리카락을 흡입하기 때문에 엉킴 현상이 현저히 적다.


2. 어두운 곳으로 영차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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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장점은 기존 제품보다 굉장히 슬림해졌다는 것. 로봇 청소기에게 흡입력 만큼 중요한 게 높이다. 키가 크면 곤란하다.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아지니까. 내 옷장 밑이 워낙 좁아서 들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오랫동안 청소의 혜택을 받지 못한 미지의 땅에는 도톰한(?) 먼지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파워봇이 옷장 밑에 들어가서 한참을 굴러다닌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빨아들일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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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밑에도 문제 없이 들어가고, 서랍장 밑에도 쑥 들어간다. 이 정도면 내 방에선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셈이다. 만족스럽다. 이상할 정도로 가구 밑으로 들어가기를 즐기는 로봇이다. 자동 청소를 돌려놓고 어디갔나 살펴보면 영차 영차 어두운 곳을 청소하고 있다. 아, 참고로 파워봇의 높이는 97mm.


3. 모서리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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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로봇 청소기를 테스트하면서 모서리에 먼지를 배치해놓고 청소기를 돌렸다. 결과는 처참했다. 바닥 청소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동그란 로봇 청소기에게 모서리는 머나먼 사각지대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여전히 로봇 청소기를 신용할 수 없었다. 빨래로 치면 군데 군데 묻은 얼룩만 미리 손질해두는 ‘애벌빨래’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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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내 방을 언급하게 되는데, 청소기에게 워낙 좋은 테스트배드다. 갖은 짐이 매일 들어왔다 사라지고, 물건이 많으며, 먼지가 많고, 그 방에 사는 사람이 게으르다. 호호. 아무튼 파워봇으로 자동 청소를 걸어두고 내 방을 빠져나갈 때 까지 기다렸다. 기분 탓인지 내 방에 유난히 오래 머무른다. 모서리를 손으로 쓱, 쓸어보니 먼지가 없다. 어찌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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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씬한 로봇 청소기가 벽에 닿는 순간을 유심히 살펴봤다. 벽에 닿으면 갈고리 같은 셔터를 꺼내든다. 셔터로 브러시가 닿지 않는 모서리 끝의 먼지를 긁어오는 방식이다. 와, 이런 걸 어떻게 만들지? 내가 쓰는 물건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정말 청소 잘한다. 아빠와 둘이 신비로운 모서리 청소의 현장을 지켜보며 연신 “기똥차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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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청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지 덧붙이다면, 구형 로봇청소기들은 일단 벽에 부딪히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하긴 하는데 어쨌든 이쪽 벽부터 저쪽 벽까지를 제대로 가늠하기 위해서는 한번 가볍게 “꿍”하고 부딪혀야 했다. 그런데 파워봇은 몸빵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가끔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벽에 부딪히기 전에 미리 구조를 파악하고 바퀴를 돌린다. 상단에 달린 카메라로 집안의 구조를 영리하게 파악하고 빠진 곳 없이 꼼꼼하게 청소해주는 원리다.


4. 나 쉬운 로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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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거창한 모터 기술이나 성능에 비해 사용 환경이 쉽고 깔끔했다는 사실. 자동 청소 버튼을 누르면 청소를 시작하고, 한번 더 누르면 멈춘다. 버튼 조작부가 아주 단순하게 설계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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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조작하는 과정도 쉽고, 리모컨 버튼 배열도 쉽고 명쾌하다. 흡입 세기도 바로 바로 조절할 수 있는데, 정음 모드의 경우 밤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소음이 적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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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구조의 먼지통은 한 눈에 먼지양을 파악할 수 있다. 분리와 청소도 쉬운 편. 에디터M이 촬영과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온 가짜 먼지를 빨아들이게 해 보았다. 진짜 먼지와 머리카락도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지만, 여러분의 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주황색이라 채썬 당근 같지만 두꺼운 종이를 오린 것이다. 생각보다 종이가 너무 두껍고 입자가 커서 제대로 빨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몇 바퀴 뺑뺑이를 돌렸더니 하나도 남지 않고 전부 빨아들였다. 먼지통에 수북하게 쌓인 주황색 종이 쓰레기가 보이시는지. 먼지통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쉽게 분리할 수 있다. 가볍게 털어내거나 물로 세척해도 문제 없다.


5. 안뇽하새오 파워봇이애오

리모컨 포인터로 지저분한 부위를 비추면 청소기가 졸졸 따라오는 포인트 클리닝 기능도 재밌다. 빨간 포인터를 따라서 분주하게 바퀴를 굴려 따라온다. 생각보다 민첩하다. 재밌어서 멍멍이 훈련시키듯 빙글 빙글  같은 자리를 돌게 장난도 쳐봤다. 이럴 땐 로봇 청소기가 정말 강아지같다. 내가 부르면 왈왈 짖으며 달려오는 것 같아서 귀엽더라.

그래서 영상도 찍어놨으니 참고하시길. 짱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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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바닥 청소를 할 때보다 카펫 위를 청소할 때 모터음이 더 거세지길래 찾아봤더니, 실제로 ‘바닥 자동감지’ 청소 기능이 있더라. 바닥 소재를 자동으로 감지해서 카펫에서 흡입력을 더 높이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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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부지런한 아빠와 게으른 딸, 귀여운 파워봇이 만나서 우리집은 평화롭고 깨끗하다. 아침이면 위잉- 소리가 들린다. 일상을 바꾸는 좋은 제품. 역시 비싼 게 좋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H의 리뷰는 여기까지.

본 기사는 삼성전자로부터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