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H님이 로그아웃하셨습니다

깨닫고 나니 세상은 온통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달, 리뷰를 위해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MDR-1000X를 꼬박 한 달을...
깨닫고 나니 세상은 온통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달, 리뷰를 위해…

2017. 03. 24

깨닫고 나니 세상은 온통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달, 리뷰를 위해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MDR-1000X를 꼬박 한 달을 썼다. 기존엔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썼으니, 헤드폰은 조금 거추장스러웠다.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귀 전체를 덮는 이어패드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런데 말이지. 지구라는 별은 원래 이렇게 시끄러운 곳이었을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처음 써본 건 아니었지만, 1000X의 차음성은 실로 견고했다. 귀에 착용하고 ‘옵티마이저’ 버튼을 누르면 서 너 차례 이질적인 기계음이 울린다. 내 주변 소음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분석해 개인화된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옵티마이저가 완료되고 나면 조금 외로워진다.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것 처럼, 주변이 고요해지니까. 음악만이 선명하게 들린다. 역시 음악만이 1000X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mdr1000x

분주한 도시 속에서 지나친 노이즈 캔슬링은 위험 요소다. 그래서 재밌는 기능을 탑재했다. 앰비언트 사운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비교적 고음인 사람 목소리나 안내방송만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같은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약간의 소음과 음악소리가 함께 들린다. 오른쪽 이어패드에 손을 올린 채 바로 대화할 수 있는 퀵 어텐션 기능이나,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터치 조작도 우아하다. 말로는 감이 잘 안올 것 같아서 영상 리뷰도 준비했으니 꼭 보시길.

고요하고, 우아하다. 디자인부터 소리까지. 게다가 배터리도 오래 간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서 너 시간 이상 착용하고 일하다보면 귀가 조금 뻐근하다. 가끔 귀에게 바깥 바람을 쐬어주자. 그럴 때마다 바깥 세상이 이렇게 소란스러웠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다. 오른쪽 이어패드에 터치 패드가 있다보니, 쓰고 벗을 때 의도치 않는 터치 조작이 이루어질 때도 있었다. 그래도 좋다. 나는 늘 좋은 물건이 좋은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믿는데, 이 헤드폰은 그 중 하나였다. 듣기 싫은 소리가 난무하는 곳에서 혼자 로그아웃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리고 어느 때고 현실에 로그인할 수 있는 민첩함. 누가 물어봐도 추천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꼭 오른쪽 이어패드를 지긋이 누르면서 말 거는 센스 잊지 마시고.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