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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포토 프린터 리뷰를 빙자해 딴소리를 해보겠다. 단둘이 외롭게 시작한 디에디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은 고급 인력이다....
오늘은 포토 프린터 리뷰를 빙자해 딴소리를 해보겠다. 단둘이 외롭게 시작한 디에디트에 새로운…

2017. 03. 27

오늘은 포토 프린터 리뷰를 빙자해 딴소리를 해보겠다.

단둘이 외롭게 시작한 디에디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은 고급 인력이다. 계속 소개하고 싶었는데, 호칭을 정하지 못해 늦어졌다. 장난삼아 부르는 호칭은 ‘편집 요정’이지만 본인이 낯간지러워하는 것 같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이름에 ‘영(0)’이 들어가니 ‘Zero PD’라고 부르자는 얘기도 있었고, 성이 ‘조’라 ‘조PD’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나왔다. 늘씬한 몸매에 비해 하루종일 배고픔을 호소하는 타입이라 ‘헝거 PD’라는 별명도 얻었다. 비디오 에디터를 줄여 ‘베디터’라고 하면 어떠냐는 본인의 의견도 있었지만 묵살했다. 그게 뭐야. 이상해. 넘나 베지터 같은 것…

아직까지 입에 착 붙는 닉네임은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디에디트의 정신머리 없는 두 여자가 웃고 떠드는 영상을 더더욱 정신머리 없게 편집해주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소개한다. 밥 잘 먹고, 편집 잘하며, 내가 얘기하면 듣는 척하면서 멍때리는 그녀. 오늘은 편의상 Z로 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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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삼천포로 샐 예정이지만 그래도 제품이 뭔지는 설명해야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LG전자의 휴대용 포토 프린터 포켓포토다. 이 제품은 이름을 겁나게 잘 지었다. 모델명만으로도 어떤 제품인지 단번에 설명이 되는 데다가 꽤 귀여운 이름이다. 역시 모바일 빼고 다 잘하는 LG. 엣취.

타깃도 명확하다. 화질로 승부보는 진지한 포토프린터는 아니다. 간편하고, 가볍고, 쉽고, 예쁜 것이 이 제품의 모토다. 전용 앱을 통해 간단한 필터나 프레임 효과를 제공하며, 블루투스는 물론 NFC 방식으로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무게는 고작 177g. 작고 예쁜 가방에 넣어 다니며, 그날그날 친구들과 찍은 추억거리나 셀카를 프린트하기 딱 좋은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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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스티커 인화지를 선보인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어디든 간편하게 붙일 수 있는 스티커라 활용도가 높다. 스마트폰 뒷면이나 다이어리, 노트북 등 다양한 곳에 쓱 붙여주면 된다.

내가 사용한 제품은 2017년형 모델. 전작과 무엇이 달라졌냐면 투명해졌다. 이것 때문에 기능에 대단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인화지가 들어있는 모습이 눈으로 살짝 비쳐 보이는 투명 케이스로 만들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투명해서 예쁘다. 핑크보다는 화이트 모델에서 빛을 발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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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Z에게 사진 몇 장 출력해보겠냐고 말하니, 뽑을 사진이 잔뜩 있다고 좋아한다. 무뚝뚝해서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 같지 않았는데, 여행지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는 모양이다. 평소에는 사진 찍자고 하면 도망 다니는 성격이다. 허락을 구하고 몇 장만 공개한다. 전부 여행 가고 싶어지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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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르투갈 리스본에 가면 누구나 찍어온다는 트램 사진. 리스본은 Z 혼자 여행했기 때문에(또르르…) 앨범에 온통 노란 트램 사진뿐이라고 하더라. 나 역시 3년 전에 포르투갈에 촬영한 앨범을 뒤지니 이것과 비슷한 구도의 컷이 나오더라. 여행자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2> 오른쪽의 여신 포스 넘쳐 흐르는 사진은 포르투 상벤투역에서 찍은 사진. 누가 찍어줬는지 끝내주게 나왔다. 관광객이 기차 이용객보다 많은 상태였지만 꿋꿋하게 인증샷을 남기고 왔다고. 그나저나 나도 저기서 사진 찍은 게 있을 텐데 나랑 너무 차이나는 것…. 시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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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멋진 벽화와 남자를 담은 상단의 사진은 파리 마레 지구에서 찍은 것.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레 지구는 파리에서 가장 세련된 거리. 서울로 치자면 가로수길 정도일까.

<4> 푸드트럭 앞에서 환히 웃고 있는 하단의 사진은 스페인 까미노 순례길에 있는 ‘용서의 언덕’에서 찍은 사진이라더라. 와, 몰랐던 사실인데 아무래도 Z는 열혈 트레블러가 틀림없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순례길까지 걷고 오다니! 몇 시간이고 오르막길을 걷다가 음료수와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푸드트럭을 만나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행복했다고. 허기진 걸 참지 못하는 Z에겐 정말 오아시스로 보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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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좌측은 포르투에서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라고. 포르투는 나도 인생 여행지로 꼽는 장소. Z 역시 도시 전체에 흐르는 빈티지한 매력에 푹 빠졌었는데, 그 느낌이 묻어나는 사진이라 좋다고 하더라. 뒷모습만 봐도 알흠다우시다.

<6> 리스본 근교의 신트라 궁전에서 찍은 사진이다. 요즘 말하는 소위 ‘HIP’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길래 한 컷 찍고 왔다는 설명. 사족을 붙이자면 저 곳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궁전으로 왕족들의 여름 별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동화 같은 곳인데, 내가 갔을 땐 안개가 지독하고 어두워서 저렇게 멋진 모습은 보지 못했다.

우리는 함께 일한지 고작 한 달이 되었고, 아직까지는 Z에 대해 많은 걸 알지 못한다. 밥 잘 먹고, 일 잘하고, 취미가 나태하게 누워있기라는 사실 외에는. 사진 속의 Z는 우리가 보던 모습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디에디트를 만나 촬영과 편집에 치이는 지금보다는 여유와 향기가 있달까. 미안해. 우리가 잘할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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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