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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핑크빛 소니 로맨스

사랑이 싹트는 순간의 애틋함을 ‘핑크빛’에 비유하곤 하지. 왜 하필 핑크색일까. 새빨간 마음이 그만 밖으로 나와버려서 점점 번져가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누군가에게...
사랑이 싹트는 순간의 애틋함을 ‘핑크빛’에 비유하곤 하지. 왜 하필 핑크색일까. 새빨간 마음이…

2017. 02. 21

사랑이 싹트는 순간의 애틋함을 ‘핑크빛’에 비유하곤 하지. 왜 하필 핑크색일까. 새빨간 마음이 그만 밖으로 나와버려서 점점 번져가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누군가에게 닿을듯 말듯한 마음의 컬러가 핑크다. 이 애틋한 연모의 마음을 파란색이라고 말한다면 어쩐지 이상하잖아? 보라색이라고 하면 수상하고.

시작부터 왜 이런 뜬구름 잡는 얘길 하냐고? 핑크가 얼마나 마음을 끄는 컬러인지를 말하고 싶어서다. 여러 브랜드에서 오리지널 모델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핑크를 준비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나는 핑크를 정말 좋아한다. 어릴 적에 내가 뭘 사오면 엄마는 늘 물었지. “또 핑크색이니?” 10대 까지 살짝 공주병을 앓고 있었던 터라 세상 모든 분홍색을 내가 소유해야 한다고 믿었다. 스무살이 넘어간 후에는 의식적으로 핑크색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애써 왔지만, 자꾸 홀랑 넘어가고 만다. 요즘은 몸에 지니는 패션 아이템보다는 핑크색 전자 기기에 열광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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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다들 짐작하겠지. 오늘 리뷰할 제품은 핑크색이다. 무심한 사람들은 레드에서 물빠진 컬러는 전부 핑크 아니냐고 하던데, 핑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꽃분홍’이라 부르는 자줏빛 핑크 컬러가 있는가 하면 발그레한 아기 뺨같은 베이비 핑크도 있고, 창백한 쿨톤 핑크가 있으며, 온화한 살구빛의 웜톤 핑크도 있다. 약간 때 묻은 느낌의 인디안 핑크도 있고 말이다. 사실 마음먹으면 핑크에 대해 한참 더 떠들어댈 수 있지만, 혹시 여러분이 나를 수다스러운 여자라고 오해하실까봐 여기까지만 하겠다. 게다가 글이 삼천포로 빠져서 여태껏 오늘 리뷰할 제품의 이름조차 말하지 못했다. 죄송.이제 외쳐보겠다. 소니 엑스페리아 XZ 딥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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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XZ의 네 번째 컬러다. 기존에는 미네랄 블랙, 플래티넘, 포레스트 블루의 세 가지 모델이 있었는데 좀 더 화사한 컬러를 추가한 것. 언제나 그렇듯 컬러 한번 잘 뽑았다.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번 더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소니의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저평가받고 있다고 늘 생각한다. 국내 시장에서 잠깐의 공백이 있기도 했고, 자급제 단말이라는 점에서 이통사의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니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이 갈팡질팡 흔들리고, 어떤 드라마는 시즌마다 주인공 배우가 바뀌는 동안에도 소니는 한결 같았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꾸준히 연마하고, 방망이 깎듯 다듬어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다. 엑스페리아 XZ는 이런 장인 정신의 교과서 같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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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소니가 엑스페리아 XZ를 소개할 때, 이런 얘길 했었다. 디스플레이부터 측면 프레임까지 실타래같이 끊임 없이 이어지는 루프 디자인이라고. 부드러운 그립감이지만 지나치게 요란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사용해보면 이 ‘일체감’을 손끝으로 납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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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완전히 위에서 바라보면 측면을 부드럽게 곡선처리한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슬림하지만 예리하게 날 선 느낌이 없으며, 손에 쥐었을 때 안정적이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엄지만으로 화면 이곳 저곳을 터치하기 위해서는, 폰을 손안에서 밀어내듯 왼쪽 오른쪽으로 조금씩 굴려야(?)한다. (도저히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스마트폰 중독자 여러분은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때의 느낌이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사실 이건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어떤 사람도 이걸 손에 쥐자마자 “으악, 그립감이 너무 좋아!”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아, 뭔가 불편해, 꺼끌꺼끌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 물건이 내 손에 낯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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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홈버튼의 위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른손으로 쥐면 자연스럽게 ‘엄지’가 닿고, 왼손으로 쥐면 ‘검지’가 닿는다. 손 크기에 상관 없이 편안하게 눌린다. 덕분에 홈버튼에 탑재된 지문인식 센서에 대한 접근성이 훌륭하다. 반응 속도도 빠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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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얘기를 한 번만 더 하자면, 엑스페리아 XZ의 딥 핑크는 차가운 톤의 쿨톤 핑크다. 여리여리하고 따듯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핑크다. 굳이 내 취향을 따지자면 따뜻한 핑크를 좋아하지만, 엑스페리아 XZ의 딥 핑크가 조금 더 취향 타지 않는 컬러라고 생각한다. 고급스럽게 잘 뽑았다. 다만, 딥 핑크라는 네이밍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름만 들어서는 이것보다 훨씬 찐-한 핑크를 생각하게 되지 않나? 잠금화면의 월페이퍼 컬러까지 깔맞춤한 센스는 정말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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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닿는 느낌이 좋은 건 모서리의 곡선 디자인 뿐만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표면이 정말 매끄럽고 부드럽다. 필름을 부착하지 않고 쓰는 걸 추천한다. 특히 화면을 많이 스와이프해야 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느낌이 좋다. 프룻닌자같은 게임 말이다. 스케이트타듯 미끄러지는 감각에 짜릿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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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넘어가는 느낌이나, 아이콘을 터치했을 때의 반응은 빠르다기 보다는 우아하다. 모든 UI가 춤추듯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동반한다. 계산기 앱에서 숫자 버튼을 터치했을 때나 카메라 앱에서 스와이프 동작으로 전후면 카메라를 전환할 때, 동심원이 퍼져나가는 애니메이션 반응이 쓰는 재미를 더한다. 앨범 목록에서 몇 백장의 사진 미리보기를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고 축소해보자. 각각의 미리보기 아이콘이 일정한 패턴을 이루면서 이동하는 모습은 카드 마술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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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좋았던 건 내장 스피커의 성능이다. 스마트폰 자체 스피커로 들려주는 소리가 제법 웅장하다. 가로로 들고 영상을 감상하거나 게임을 할 때, 손으로 스피커를 가리지 않는 위치 선정도 마음에 든다. 레이싱 게임을 해봤는데, 차가 ‘씨융~’하고 화면을 가르며 지나갈 때 실제로 이동하는 것처럼 소리의 공간감이 느껴지더라. 기존 블루투스 코덱보다 최대 3배의 전송폭을 지원하는 LDAC 코덱을 통해 무선 환경에서도 HRA급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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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소니 카메라를 쓰고 있어서, 소니에 대한 애정이 깊고 기대가 크다. 엑스페리아의 폰카메라가 너무 좋으면 카메라가 안팔릴까봐 그러는지 소름끼치게 고성능으로 뽑아내진 않더라. 엑스페리아 XZ는 F2.0의 밝은 조리개를 지원하는 2,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폰카메라로서는 충분한 해상력과 안정적인 색감을 보여준다. 이번 제품에서 눈에 띄는 건 일반 촬영보다는 동영상 촬영 기능이다.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 걸어가면서 영상을 찍어도 흔들림 보정을 빡세게(!) 해준다. 스마트폰에 5축 손떨립 조정 기능을 탑재해 안정적인 영상을 찍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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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이 소니 스마트폰을 써보고 싶다고 해서 잠시 맡겨놨었는데, M의 어여쁜 여동생 R양이 리뷰용 스마트폰을 슬쩍 들고 나갔더라. 그 사이 카메라에 찍힌 사진 중 몇 장을 허락을 구한 뒤 첨부한다. R양의 후기에 의하면 카메라는 마음에 드는데 정방형 촬영 모드가 없어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을 때 감(?)을 잡기 어려웠다고. 그녀를 위해 사진 일부를 확대 크롭해 정사각형으로 편집해보았다. 인스타 느낌으로.

아, 그리고 셀카가 몹시 마음에 든다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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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셀카는 진리의 엑스페리아. 내가 작년부터 구호처럼 외치고 있는 말이다. 셀카에 대해서만 평가하자면 아이폰은 잔인하고, 갤럭시는 부담스럽다. 가장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오는 카메라가 엑스페리아다. 이건 진짜, 진짜. 나 요즘 늙어서 셀카 정말 안 찍는데, 이번에 촬영 갔다가 해 잘 들어오는 스튜디오 구석에서 내 사진 엄청 찍었다. 에디터M이 득달같이 달려와 일 안하고 주책 떤다고 어깨를 후려쳤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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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타입-C 포트를 사용하며, 배터리 과잉 충전을 예방하고 배터리 수명을 늘려주는 기술이 들어갔다. 사용 시간도 준수한 편이다. 성능이야 뭐 구차하게 말하지 않겠다. 스냅드래곤 820에 3GB RAM이 들어간 플래그십 모델이다. 어지간히 최적화에 실패하지 않고서야 이 스펙이면 누가 써도 충분한 성능이 나온다. 요즘 스마트폰의 승부수는 사용자 환경에 대한 이해도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얘는 둘다 잘 챙긴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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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제품이라 촬영도 즐거웠다. 보기만 해도 곱지 않은가. 두근 두근. 기기 덕후는 오늘도 이렇게 사랑에 빠집니다.

새롭고 예쁜 제품에 대한 발견이 되었길 바라면서, 올해 첫 스마트폰 리뷰는 여기까지!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