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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어 오른다, 가자

그랬다. 무선주전자는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전자의 존재 이유는 짧고 간결했다. “물을 끓여라.” 그동안 몇 개의 무선주전자가 내 곁을 스쳐...
그랬다. 무선주전자는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전자의 존재 이유는 짧고 간결했다. “물을…

2017. 02. 24

그랬다. 무선주전자는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전자의 존재 이유는 짧고 간결했다. “물을 끓여라.” 그동안 몇 개의 무선주전자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거기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냥 적당한 가격대에 모나지 않은 디자인의 제품을 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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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겠지만 오늘은 무선전기주전자를 리뷰해 볼 거다. 다른 물건은 까다롭게 고르면서, 매일 쓰는 주전자는 대충 고른 것 같아 문득 자존심 상하더라. 기왕이면 고급스럽고 섹시한 제품으로 리뷰해야지. 우린 디에디트니까. 최근 몇 주간 주방 한편에 일렉트로룩스의 익스프레셔니스트 컬렉션 무선주전자를 두고 생활했다. 돌이켜보니 바쁜 일상에 점을 찍듯 나누던 휴식의 순간 뒤에는 묵묵히 물을 끓여주던 이 무선주전자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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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찍는 작은 쉼표, 피카”

당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노트북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고 에디터H에게 신호를 보낸다. “피카?” “피카!” 많은 사람들이 요즘 잘 나가는 포켓몬GO의 노랗고 오동통한 몬스터를 떠올리겠지만, 미안하게도 아니다. 북유럽엔 피카(FIKA) 문화가 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갖는 문화를 말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냥 잠시 일에서 벗어나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차를 마시면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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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H와 나는 요즘 커피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각자 취향에 맞는 티를 골라 잡았다. 나는 쟈스민차, 그녀는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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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을 잘 마시는 에디터H와 달리 나는 뜨거운 걸 잘 못 마신다. 100℃까지 보글보글 끓인 물로 차나 커피를 타는 경우 바로 마실 수가 없어서 식길 기다렸다가 마시곤 하는데, 이건 그럴 필요가 없더라. 그동안 내가 미련했다. 이렇게 좋은 게 있었는데. 왜 펄펄 끓는 싸구려 주전자에게 마음을 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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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프레셔니스트는 멀티 온도 조절 기능이 있어서 편리하다. 홍차는 100℃, 쟈스민 차는 80℃에 맞춰 물을 끓인다. 50℃에서 80℃까지 10℃ 단위로 온도조절을 할 수 있어서, 이유식이나 분유를 탈 때 번거롭게 식힐 필요가 없다. 또한, 85℃부터 100℃까지는 5℃ 단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차는 가장 맛있게 마시기 위한 온도가 정해져 있다. 녹차는 80℃, 백차는 85℃, 우롱차는 90℃에서 95℃, 커피는 95℃, 홍차는 100℃ 정도의 물에서 우려내야 떫지 않고 진짜 맛있는 차를 즐길 수 있다. 이게 알고는 있지만 지키기 쉽지 않았다. 어떤 차를 마시든 팔팔 끓인 물을 붓곤 했는데 세심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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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엔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었는데 너무 배가 고프더라. 사무실 근처에 딱히 먹을 곳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탕비실에서 작은 컵라면 하나를 찾았다. 10분 뒤에 회의 시작이었지만 탐욕스럽게 컵라면을 뜯었다. 10분이면 충분하다. 200ml의 물을 1분 안에 끓여주는 한 컵 터보 기능이면 모든 걸 오분 안에 해치울 수 있다. 나 같이 성격 급한 사람에게 딱이다. 에디터H가 혼자 먹냐며 육두문자를 날린다. 미안하지만 컵라면은 하나밖에 없고, 양보할 수 없다. 다행히 물을 부어 먹는 옥수수 스프가 하나 남아있었다. 내가 재치있게 ‘KEEP WARM’ 버튼을 눌러둔 덕에 물을 다시 끓일 필요도 없었다. 최대 40분 동안 끓인 물의 온도가 유지되는 보온 기능이다. 우린 순식간에 라면과 스프를 먹어치우고 음식 냄새를 폴폴 풍기며 회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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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한 컵 터보 기능은 200ml의 물을 1분 안에 끓여준다. 이렇게 말하면 별로 빠른 것 같지 않은데 실제로 보면 놀라울 정도다. LCD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슴이 쫄깃해질 정도로 빠르게 온도가 올라간다.

“북유럽이 내곁에 왔다”

북유럽 스타일의 핵심은 실용성이다. 단지 아름답기 위한 군더더기는 모두 버리고, 딱 필요한 디테일만 취한다. 보기도 좋아야겠지만, 사용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사려깊은 디자인.  이것이 바로 북유럽 스타일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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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신은 일렉트로룩스 익스프레셔니스트 무선주전자에 그대로 묻어있다. 어디 한 곳 모난 구석 없이 모양 자체가 유려하다. 물을 따를 때 가장 좋은 기울기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톡톡 튀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크게 튀지 않고 은은한 멋이 있는 제품이다. 곡선과 직선이 잘 어우러진 유연한 디자인, 빛을 품으면서도 은은한 광을 내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는 어디에 두어도 세련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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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브러시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차가워 보이는 스테인리스 스틸에 아주 고운 붓으로 훑어낸 것 같은 느낌. 은은한 광이 나서 아무 데나 잘 어우러진다. 주방 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과 내구성이다. 스테인리스 소재는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 부식에도 강하고 내구성도 좋다. 오래 사용해도 칠이 벗겨질 걱정이나, 환경호르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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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올라가는 모습은 LCD 모니터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굳이 위치를 맞출 필요 없이 아무 방향이나 툭 놓아도 거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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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에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1.7L의 넉넉한 용량 때문에 크기가 커서, 공간을 꽤 차지한다. 제품에 어울리는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12만 4,000원이란 가격은 저렴한 국내 무선 주전자와 비교했을 때 쉽게 지갑을 열 만한 가격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짧은 여유를 조금이라도 더 우아하게 즐길 수 있다면, 절대 비싼 가격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다 시피 사용자의 경험을 가장 먼저 생각한 사려 깊은 배려 덕분일까. 확실히 나의 티타임의 전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아름다워졌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나서 조금 더 알아보니, 현재 9만 9,000원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더라. 럭키! 구매를 원한다면 여기로 가보자. 자, 날이 슬슬 풀리고 있다. 온 몸이 노근노근해지기 시작하는 지금은 차 마시기 참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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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룩스 익스프레셔니스트 컬렉션 무선주전자
Price – 9만 9,0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