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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버거, 슈퍼두퍼

안녕, 어디서나 버거를 먹는 에디터B다. 어디서나 버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어디서나 버거를 팔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느덧 그런 곳이 되었다....
안녕, 어디서나 버거를 먹는 에디터B다. 어디서나 버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어디서나…

2022. 11. 14

안녕, 어디서나 버거를 먹는 에디터B다. 어디서나 버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어디서나 버거를 팔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느덧 그런 곳이 되었다. 양양에서 서핑을 하다가도 근처에서 버거를 사 먹는 게 어렵지 않고, 화곡동에서 산책을 하다가 버거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아, 지금 말하는 버거는 오직 수제 버거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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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이름 날리는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가 한국에 문을 열었다. 슈퍼두퍼가 직접 진출한 건 아니다. bhc그룹이 슈퍼두퍼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론칭한 것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란 일정 국가나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가맹 사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건데, 에그슬럿, 쉐이크쉑이 한국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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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슈퍼두퍼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제 버거 브랜드는 아니다. 보통 미국 3대 버거라고 하면 쉐이크쉑(2004), 파이브가이즈(1986), 인앤아웃(1948)의 입지가 공고하고, 슈퍼두퍼는 2010년에 오픈한 이후 핫해진 버거라고 보면 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매장 수가 14개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맵에서 후기를 보면 한 매장에만 리뷰가 5,000개가 넘어갈 정도이니 확실히 핫한 곳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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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 메뉴인 슈퍼 싱글 버거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인 트러플 버거, 사이드로는 갈릭 프라이즈를 주문했다. 슈퍼두퍼에서는 버거만큼이나 유명한 메뉴가 바로 갈릭 프라이즈. 구글맵 후기에서 한국인이 흡족할 정도로 마늘 향이 강하다는 호평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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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주문 방식이 신기했는데, 키오스크에서 결제까지 하는 건 이젠 익숙하니까 오케이. 근데 진동벨 번호를 직접 입력하고 키오스크 아래에 쌓여 있는 진동벨을 가져가면 된다? 진동벨까지 셀프로 챙겨가는 방식, 나만 신기한가. (강남은 원래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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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두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총 120석 정도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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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두퍼의 상징 컬러인 오렌지를 여기저기 포인트로 사용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것을 액자로 드러내고 있다. 1층에 창문이 없다는 게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넓고 깔끔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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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이렇게 생겼다. 1층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좌석이 있고 공간도 훨씬 넓다. 오전 10시 반에 오픈하자마자 방문해서 그런지 아직 손님은 거의 없었다. 2층에도 키오스크가 있어서 1층까지 내려가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게 편해 보였다. 한창 구경을 하고 있는데 후디 앞주머니에 넣어둔 진동벨이 위이이잉하고 울렸다. 인테리어 구경은 여기까지. 버거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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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슈퍼 싱글 버거, 오른쪽 트러플 버거다. 모형 버거처럼 깔끔하게 쌓인 자태가 맘에 들었다. 트레이를 들고 햇볕이 잘 드는 입구 쪽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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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입 먹고 느낀 건 번이 정말 맛있다. 번은 아우어 베이커리와 협업해서 만들었다. 맛있긴 한데 아우어 베이커리와 협업이라…맛있긴 한데 미국 본토의 맛이라고 봐도 되나 그런 생각은 들었다. 빵을 뜯어 먹을 정도로 맛있긴 했으니까 맛있으면 장땡이지 싶으면서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먹는 그대로의 맛이 궁금했는데 그건 아니겠다 싶었다. 미국 땅을 한 번도 못 밟아본 사람이 버거라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본토에서 살짝 멀어지는 기분이랄까.

슈퍼 싱글 버거에는 내추럴 비프 패티와 체다치즈, 토마토 등이 들어가 있는데, 구성에는 뾰족한 특색이 없다고 느껴지겠지만 패티가 아주 맛있다. 슈퍼두퍼가 내세우는 광고 문구가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쥬이시한 프리미엄 수제버거’다. 샌프란시스코는 감성을 어필하고, ‘쥬이시’함은 슈퍼두퍼의 맛을 표현한다. 그 문구처럼 실제로 육즙이 풍부하고, 덕분에 촉촉하고, 기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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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즙이 풍부한 만큼 기름지다. 버거를 다 먹고 남은 포장지에는 기름이 남긴 흔적이 형광등에 비춰 반짝이고 있었다. 소고기 패티는 호르몬제나 항생제 없이 방목시켜 키운 소를 사용한 내츄럴 비프를 사용했다. 먹는 순간 패티 맛에서는 깔 게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버거가 번이 맛있고 패티도 맛있으면 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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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 양이 적다. 세 입 정도를 먹으니 버거가 사라지고 없었다. 번 지름이 9cm 정도인데, 번이 작기로 유명한 쉐이크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나만 먹어서는 배가 부르지 않을 거다.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슈퍼 싱글 버거의 이름은 ‘미니버거’. 소식인이 아니라면 슈퍼 더블 버거를 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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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먹은 건 트러플 버거. 지금껏 트러플이 들어간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봤는데, 이렇게까지 트러플이 음식의 맛을 가득 지배한 건 처음이었다. 처음 버거를 받았을 때부터 바닥에 육즙과 기름이 흘러넘친 걸 보고, ‘와… 이거 많이 느끼하겠다’ 싶었다. 맛은 예상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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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패티와 함께 볶은 포토벨로 버섯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탈리아산 생트러플, AOP 인증을 받은 트러플 버터를 사용했다. 트러플을 좋아한다면 이토록 만족스러운 버거가 없을 테지만, 트러플에 미쳐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한 맛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을 시그니처로 선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트러플 버거는 슈퍼두퍼의 시그니처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강력한 트러플 향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맛이 두드러지는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트러플 버거를 먹기 위해 또 슈퍼두퍼에 오게 될지 모르겠다. 재방문을 한다면 이번에 먹어보지 못했던 베이컨 에그 온 버거나 치킨 플렉스 버거를 먹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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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릭 프라이즈는 소문처럼 마늘 향이 굉장히 강하다. 한국인이라면 마늘이 불호인 사람이 많지 않을 테니 갈릭 프라이즈는 웬만하면 좋아할 것 같다. 델리만쥬처럼 향만 강하고 맛은 약한 타입이 전혀 아니다. 맛도 향도 강하다. 하지만 마늘의 알싸하게 매운 맛은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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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총평을 하자면 슈퍼두퍼의 슈퍼 싱글 버거, 트리플 버거, 갈릭 프라이즈 전부 맛있다. 하지만 맛있는 버거를 먹다가 의문이 들었다. 상향 평준화된 한국 수제 버거 시장에서 슈퍼두퍼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맛있는 버거가 이미 충분히 많은데? 슈퍼두퍼를 한국에 데리고 온 bhc그룹 역시 그런 고민을 했을 거다. 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from San Francisco’다. 각종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bhc그룹이 수제 버거 브랜드 하나 런칭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거다. 맛있는 버거는 기본이고 스토리텔링과 역사가 필요했다.

슈퍼두퍼는 분명히 맛있는 버거이고, 슬세권에 슈퍼두퍼가 있다면 분명히 자주 갈 것 같다. 앞으로 지점을 더 늘릴 테니 한 가지 바라는 점을 적자면, 미국 현지 느낌이 좀 나면 좋겠다. 첨단화된 키오스크를 보니 아무리 미국 꼬마가 버거를 먹고 있는 액자를 걸어두어도 미국에 왔다는 착각은 절대 들지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서 왔다는 걸 어필하고 싶으면 맛뿐만이 아니라 공간적인 경험도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