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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전선의 치킨, 요즘 치킨3

안녕, 일주일에 한 번씩 치킨을 먹는 에디터B다. 나는 길을 걷다가 치킨 냄새를 맡으면 검색창에 ‘치킨 출시’라고 검색을 해본다. 정확도순으로 되어...
안녕, 일주일에 한 번씩 치킨을 먹는 에디터B다. 나는 길을 걷다가 치킨 냄새를…

2022. 11. 20

안녕, 일주일에 한 번씩 치킨을 먹는 에디터B다. 나는 길을 걷다가 치킨 냄새를 맡으면 검색창에 ‘치킨 출시’라고 검색을 해본다. 정확도순으로 되어 있는 검색 결과를 최신순으로 바꾸고 다섯 페이지 정도 읽어본다.

‘보자보자, 요즘엔 이런 치킨이 새로 나왔군’
‘매운맛에 요거트 소스를 뿌려? 흥미로운데 너무 실험적인걸?’

BBQ, 바른치킨, 굽네치킨에서 맛있어 보이면서도 색다른 신메뉴를 출시했다. 치킨 역사에 한 획을 긋진 못해도 점 하나 남길 정도는 된다고 본다. 점 정도면 충분히 큰 족적 아닌가. 세상에 치킨이 얼마나 많은데.


카리브해와 한반도 사이,
자메이카 소떡 만나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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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칸 소떡 만나의 튀김옷은 BHC 맛초킹, 레드킹처럼 찹쌀가루를 넣은 튀김옷이다. 덕분에 중화요리 같은 느낌이 난다. 자메이칸 소떡 만나는 독톡하게 저크 소스로 버무렸고, 소시지와 떡이 함께 들어가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저크 소스는 캐리비언과 중남미 지역에서 고기에 발라 굽는 일종의 바비큐 소스. 레시피가 정말 다양해서 한국의 김치처럼 지역마다 제조법이 다르다고 한다. 오리지널 저크 소스는 양파, 마늘, 쪽파와 넛맷 등 각종 향신료를 넣어서 만드는데, BBQ는 코리앤더, 큐민, 클롭, 후추, 꿀 등 50여 종에 청양고추를 더해 한국식 저크 소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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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긴 한데 그렇게 맵진 않다. 매운맛을 내는 수많은 치킨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치킨과는 결이 다르다. 이국적인 맛이 난다. 그 ‘이국’이 자메이카인지 어딘지 모르겠지만 카브리해 어딘가인 것 같기는 하다(한국계 자메이칸이 만들었을 것 같다). 이국적이면서 동시에 청양고추 덕분에 한국적이다.

함께 시식한 디에디트 동료들의 평가가 아주 좋았다. 신메뉴를 시키겠다고 했을 때 어떤 에디터는 우웩이라는 극단적인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는데(에디터M), 그런 설움을 이겨내고 주문한 보람이 있다. 머니사이드업 팀장은 지코바보다 맛있다며 인생 치킨의 순위가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극찬이다. 지나친 맵기로 맛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었고, 멈추지 않고 매움을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유일한 허들은 가격이다. 가격은 2만 4,000원.


이게 무엇이냐? 맛이 좋구나,
바른치킨 고소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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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백지와 같아서 지구 저 끝에서부터 여기 끝까지 모든 맛을 품을 수 있다. 치즈 가루를 뿌리거나 카레에 찍어 먹을 수도 있고, 한반도 스타일로 혀의 통각을 무력화하는 매운맛을 가미할 수도 있다.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게 바로 치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한 맛을 내세우는 치킨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고소함을 추구하는 고소치킨의 탄생에 눈길이 간다. 조청으로 버무린 치킨에 가평잣을 솔솔 부렸다. 비주얼만 보면 달콤한 맛의 닭강정과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먹어보니 단맛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조청은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달다. 그리고 잣 때문인지 한약의 향이 살짝 느껴진다. 메뉴 소개에는 ‘고소하고 달콤하다’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잣과 함께 먹었을 때 제대로 체감할 수 있다.

바른치킨에는 레드치킨과 고소치킨을 반반씩 주문하는 레고치킨 세트가 있다. 사실 바른치킨에서는 대새레드가 맛있는 건 인정인데, 후라이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을 위해서 안 매운 치킨도 한 마리 필요한데, 후라이드로는 손이 가질 않았다. 고소치킨의 포지션은 딱 그 부분이다. 바른치킨에서는 대새레드와 고소치킨이면 훌륭한 조합이다. 수라간에서 정성스레 만들었을 것만 같은 맛이다. <대장금>의 임호가 한 입 먹어보다면 “이게 무엇이냐? 맛이 좋구나!”라고 할 것 같다. 가격은 2만 1,900원.


알싸하지 않아도 괜찮아,
굽네 남해마늘 바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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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을래’라고 물었을 때 상대방이 쉽게 답을 못하면 범위를 좁히는 질문을 하면 된다. 한식? 일식? 양식? 또는 밥? 면? 이렇게.

나는 내가 오늘 어떤 치킨을 먹을지 고민될 때 스스로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오븐구이? 장작구이? 딥프라이?” 기름에 넣고 튀기는 쪽을 선택하면 그 안에서 또 무한한 갈래가 있지만 오븐구이에서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굽네치킨 또는 본스치킨인데 대부분은 굽네치킨을 선택하게 된다. 굽네치킨에서 이번에 출시한 메뉴는 남해마늘 바사삭이다. 굽네의 네 번째 바사삭 시리즈다.

고추바사삭이 대히트치며 오븐바사삭, 치즈바사삭이 후발주자로 나왔고, 이번에는 남해와 협업해서 메뉴를 출시했다. 마늘치킨이라고 하면 보통 알싸한 맛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노랑통닭의 알싸한 마늘치킨이나, 굽네의 또 다른 메뉴 갈릭마왕 역시 알리신의 강한 존재감을 추구한다. 남해마늘 바사삭은 은은하다. 다진 마늘이 반죽에 들어갔으나 ‘앗 마늘 맛이다!’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알블링 소스가 일품이다. 소스에 찍어먹으면 마침내 마늘 치킨을 먹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남해마늘 바사삭은 남해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나온 치킨이다. 남해가 끝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도 도장깨기하듯 하나씩 만들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괴산옥수수 바사삭이나 신안돌김 바사삭 같은 거? 가격은 19,000원.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