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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는 막창 말고 스페셜티 커피를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도시를 손꼽으라면, 잠시 주저함도 대구를 첫손으로 추천한다. 그래서...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2022. 11. 08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도시를 손꼽으라면, 잠시 주저함도 대구를 첫손으로 추천한다. 그래서 디에디트 독자들을 위해 대구의 핵심적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을 꼼꼼히 소개하려고 한다. 뭉티기와 막창뿐만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의 도시, 대구의 매력에 풍덩 빠져 보자.


[1]
커피 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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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헤미안, 강릉 테라로사와 함께 대구의 커피명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원조다. 전국 40개의 지점과 대구 8개의 직영점 중에 가장 추천하는 곳은 경산에 위치한 커피명가 본점이다. 동대구역에서 내려 커피명가 본점까지 자동차로 30여분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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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규모의 커피명가는 과시하지 않고 차분하게 반겨주었다. 로스팅 공장 부속 건물은 정갈하게 조성되었고, 카페 매장 내부 공간은 질서 있게 분리되어 있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햇살이 매장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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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명가의 추천 커피는 핸드드립 커피. 시즌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장 추천하는 커피는 엘 인헤르토(El Injerto)의 파카마라 커피와 레전더리 게이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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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헤르토의 레전더리 게이샤는 강렬한 향미와 입체적인 질감과 단맛이 인상적이었고, 파카마라는 깊이 있고 강렬한 개성의 단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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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명가 본점에서는 커피 명가 창업자이자 커피인들에게 존경받는 안명규 바리스타가 바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대구의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명가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인의 커피 덕택에, 깊고 여운 있는 단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커피명가 본

  • 경북 경산시 압량읍 임당로 230
  • 매일 10:00 – 21:00
  • 엘인헤르토 핸드드립 10,000원

[2]
수평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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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로스터의 ‘수평적관계’가 대구의 커피 애호가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새롭게 오픈한 매장의 위치는 최근 대구에서 뜨거운 삼덕동 주변. 매장 내부 중정을 주변으로 한 공간이 매력적이었고, 늦은 시간에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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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관계는 후지로얄 직화식 로스팅 머신으로 커피를 볶고,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후지로얄 로스팅 머신은 보헤미안 박이추 로스터가 애용하는 로스팅 머신이다. 독특한 뉘앙스로 약간의 불맛이 미묘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 로스팅에 실패할 때는 태운 듯한 어두운 맛이 강렬하지만, 최적으로 로스팅하면 잘 익은 직화 커피의 개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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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이 지향하는 커피 세계가 명확하고, 바리스타를 포함한 전 직원들이 손님들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소통을 하고 있었다. 매장 내부는 그레이톤과 무채색의 질감이 조화롭고, 사소한 소품들도 정갈하게 정돈되었다. 이외에도 일조량과 조명에 따라 매장의 느낌이 수시로 달라지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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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관계에서 과테말라 큐써티파이드 커피와 케냐 캄완기 싱글오리진 커피를 핸드드립 커피로 마셨다. 차갑게 마셨을 때 돋보이는 케냐는 아이스 드립으로, 과테말라는 따뜻하게 주문했다. 맹렬한 산미가 특징인 케냐 커피의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고, 강렬한 질감과 촘촘한 밸런스가 단맛과 깊이 있게 어울렸다. 아이스 커피잔은 오랜 시간 냉동고에 보관한 듯, 차가운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했고, 따뜻한 커피는 서버와 별도로 잔을 제공해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이 가능했다. 좋은 커피의 품질과 마시는 이를 배려하는 세심함이 꼼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의외의 킥은 디저트. 버터바와 치즈케이크와 같은 평범한 메뉴들이 질감과 재료의 조합이 훌륭했다. 좋은 재료를 과감하게(단가를 고려하지 않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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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커피와 아름다운 공간, 온화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수평적관계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삼덕동에는 주토피아라는 진짜 진짜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 피자의 도우를 섬세하게 가공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피자들보다 훠얼씬 맛있다. 매장이 크지 않고, 예약으로만 방문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원픽 음식으로 꼽을만 하다.

수평적관계

  • 대구 중구 동덕로26길 115
  • 매일 10:30 – 22:00
  • 케냐 핸드드립 7,000원, 과테말라 핸드드립 6,500원

[3]
1LL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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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대구의 1LL 커피(이하 일커피)가 요리연구가 홍신애 셰프의 레스토랑 ‘홍신애솔트’와 협업을 했었다. 이날 선보인 스페셜티 커피 푸드 페어링이 식음료 전문가들에게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구의 일커피는 싱글 오리진을 라이트 로스팅하는 게 특징인데, 라이트로스팅이란 커피를 가볍게 볶아서 본연의 과일과 꽃과 같은 다양한 향미를 발현하는 로스팅 방식이고, 싱글 오리진 단일 커피 품종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전자동 머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유하자면, F1 레이싱에 양산형 소나타가 출현한 느낌이랄까? 홍신애솔트에서 인상적인 커피를 마시고, 더 궁금증이 생겨 대구행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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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 정관사 ‘il’을 의미하는 일커피는 달서구와 수성구 두 곳에 매장이 위치하고 있다. 달서구의 매장은 로스팅 쇼룸이고, 수성구 신매동의 매장이 조금 더 규모가 크다. 오렌지 로고가 선명한 일커피 매장 전면에서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매장 분위기는 정갈하고, 커피바에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한 대 있었다. 통상적으로 스페셜티커피 매장이 그라인더, 머신에 극단적으로 투자를 하고 바리스타들도 일관된 맛을 보여주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하는데, 일커피는 전자동 커피 머신을 통해서 표준화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자동 커피 머신 덕분에 바쁜 시간에도 손님들이 빠르게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일커피의 특징을 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물론 이것 또한 오랜 기간 숙련된 기술 덕택에 가능한 것이니,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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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첫 번째 마신 커피는 기본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이 1,500원이다. 라이트로스팅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의 수율이 전통적인 커피보다 낮았지만(분쇄된 원두에서 몇 퍼센트가 물 안으로 녹았는지 나타내는 수치), 경쾌한 향미와 적절한 질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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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커피는 일커피의 베스트셀러 아인슈패너, 다른 아인슈패너 매장들이 핸드드립 커피를 베이스로 아인슈패너를 만든다면, 일커피는 룽고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올린다.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커피의 장미 향과 크림의 개성이 잘 조합되었다.

아인슈패너가 입맛에 맞았다면, 쇼트 에스프레소에 가벼운 크림이 올라간 꼰파나도 추천한다.

1400_retouched_-04591 [솔트 레스토랑 팝업 때 선보인 커피X푸드 페어링]

마지막으로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적절한 밸런스와 향미가 좋았다. 이외에도 일커피는 홍신애솔트 팝업에서 국내산 천일염이 넣은 솔트라테를 선보였는데, 커피와 음식의 궁합이 참 매력적이었다(아쉽게도 솔트라테는 팝업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커피).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발전 덕택에 다양한 음식, 식재료와의 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1LL 신매점

  •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650길 3
  • 매일 10:00 – 22:00
  • 아인슈패너 5,000원, 콘파냐 2,5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4]
노다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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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앞에 위치한 노다웃 커피는 커피의 재료와 추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묵직하고 꿋꿋하게 진행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2014년 대학 재학 중에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과정, 커핑 전문가, 큐그레이더 자격을 취득한 두 명의 젊은이는 3년여의 시간 동안 바리스타로 근무 후에, 의기투합하여, 커피 매장을 시작했다. 커피에 대한 진지함으로 노다웃 커피는 지역을 넘어서 대구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 전문 매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장의 위치는 계명대 앞 대로변.

뭐랄까, 잘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은 100미터 전방에서도 생생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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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부는 차분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햇살이 가득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을 포함한 젊은이들의 분위기가 활기차고, 좋은 커피를 마시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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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그라인더는 시모넬리. 향미 좋고 질감 좋은 커피에 적합한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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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추천 커피는 필터 커피다. 브루잉 커피는 매장에 따라 핸드드립 커피, 푸어오버, 필터 커피와 같이 조금씩 호칭이 다르다. 필터 커피는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변수를 최소하고 안정적으로 브루잉 커피를 제공하는 뉘앙스에 가깝다.

그날 그날 신선한 커피를 준비하다 보니, 커피의 종류가 수시로 바뀌는 편이다. 방문 당일에는 브라질, 코스타리카, 파나마 커피와 같이 다양한 가격대의 커피가 준비되었다. 처음에는 브라질 필터 커피를 마셨는데, 고소하고 깊고 여운 있는 단맛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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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콜롬비아 싱글오리진 게이샤 에스프레소를 추천받아 마셨다. 아름다운 과일, 꽃향을 머금은 콜롬비아 게이샤 싱글오리진 커피가 아주 매력적으로 전달되었다. 당일 마셨던 커피뿐만 아니라 앞으로 마실 커피가 더욱 기대되는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차분하고 정적이면서 젊음의 열기가 활발한 노다웃 커피에 대한 확신이 더욱 깊어졌다.

노다웃

  • 대구 달서구 서당로7길 64 1층 No doubt
  • 월-금 10:00 – 22:00, 토-일 12:00 – 18:00
  • 필터커피 4,500원, 에스프레소 3,000원

커피 명가, 수평적관계, 일커피, 노다웃으로 이뤄지는 대구 커피의 다이나믹한 확산이 후끈하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성을 엿보고 싶다면 대구로. 대구의 스페셜티 커피를 맘껏 즐겨보자.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