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일단 뛰면 기분이 좋거든요

어쩌다 달리기를 좋아하게 됐을까?
어쩌다 달리기를 좋아하게 됐을까?

2022. 11. 09

안녕, 칭찬에 목마른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지난 글에서는 러닝 입문자를 위한 러닝화 추천 글을 썼고, 그 다음으로 무엇에 대해 쓸지 고민을 하던 차였다. 폼롤러 같은 리커버리 아이템? 러닝할 때 신어야 하는 양말? 에디터B는 본격 러닝을 위한 아이템 추천보다는 아직 달리지 않는 사람을 위해 ‘나는 왜 달리는가’에 대해 써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게, 나는 왜 달릴까.

달리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긴 거리를 뛰지 않아도, 짧은 시간 러닝을 해도 단지 뛰었다는 이유만으로 러닝 앱을 비롯해 친구들에게서 칭찬을 듣는다. 그리고 성취감이 든다. 나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달리면 기분이 좋거든요.

오늘은 내가 러닝을 하게 된 이유와 함께 달리기에 쓸모 있는 아이템 3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part.1
“사실 러닝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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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러닝이 싫었다. 학생 때도 체육 시간이 시작되면 운동장을 뛰는 시간이 제일 느리게 갔다. 군대에서도 아침 점호를 하고 뜀걸음을 하는 게 싫었다. 그렇지만 10년 전, 군대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유산소 운동이 달리기였다. 그래서 꾸역꾸역 뛰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기는커녕 왜 이 힘든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냥 살이 빠지니까 한 겨울에도 계속 뛰었다. 아마도 지금 누군가는 그때의 나처럼 이유 없이 트레드밀 위에서 뛰고 있을 거다. 요즘 같은 날씨에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 러닝용 장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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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졌으니 무엇보다 러닝용 장갑이 필요하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 뛰는데 내내 찬 바람을 맞으며 뛰면 손이 트고, 손끝이 아려온다. 게다가 뛰는 동안 혈액이 주로 다리에 집중되기 때문에 손가락까지 혈액이 빠르게 돌지 않는다. 그래서 더 차가워진다. 집에 돌아와 더운 물로 손을 씻으면 손이 아프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는 무엇보다 러닝용 장갑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러닝 앱을 조작할 수 있게 터치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장갑이면 더 좋다.

아디다스 에어로레디 글러브_ 아디다스의 장갑류는 손가락이 밀착되는 편이라 터치스크린 조작이 편하다. 구매는 여기.


part.2
“경쟁보다는 나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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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을 한 뒤에도 ‘요요 현상’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달리기를 계속 했다. 불안해서 계속 뛰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러닝을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이팟 터치를 쓰게 되고, 애플과 나이키가 협업한 GPS 신호 센서인 NIKE+를 사용하면서 러닝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러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러닝 앱을 추천하게 되었다.

정해진 코스만 뛰다가 GPS로 러닝을 기록하자 ‘숫자’로 내 운동을 기록할 수 있게 되자 평소보다 더 긴 거리를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나이키에서 개최하는 ‘위 런 서울(WE RUN SEOUL)’ 대회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0km를 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무모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친구의 한 마디에 신청을 결심했다. “야 7km도 뛰는데 10km를 못 뛰겠어?”

러닝은 타인을 이기는 것보다 성장하는 자신을 살펴보는 재미가 더 크다. 느낌만으로 알기 보다 숫자로 기록해두면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일기가 된다. 나중에 살펴보면 달리기 전, 후의 기분도 함께 떠오른다. 달리기 싫었지만 나가서 뛰었던 날, 달리는 게 너무 좋았던 날, 점점 빨라진 날,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러닝으로 풀었던 날 등등 감정과 기록이 남는다. 그래서 다시 뛰는데 도움이 된다. 러닝을 기록하는데에는 스마트폰도 좋지만 스마트 워치가 더 편한 건 사실이다.

애플워치 울트라_ 언젠가 울트라 마라톤(42.195km 이상을 뛰는 마라톤)에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이왕이면 제일 좋은 것으로. 구매는 여기.


part.3
“빨라져야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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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0km 대회는 엉망이었다. 1.5km 지점부터 배가 쿡쿡 쑤시듯이 아팠다. 그래도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해 차량이 통제된 마포대로를 뛰니까 기분이 좋았다. 괜히 서울을 전세낸 것 같은 기분으로 반 정도 뛴 것 같다. 곧이어 마포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포대교 위는 이미 초록빛 형광색 티셔츠를 입은 채 뛰는 러너로 가득했다. 모두가 결승점을 향해 일제히 뛰고 있었다. 한 목표를 향해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에 벅차 올랐다. 배가 아프고 숨이 차올랐지만 여의도를 향해 계속 뛰었다.

2014년 10월 26일, 나는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다. 운동장 두 바퀴도 뛰기 싫었던 내가 통증을 참아가며 10km를 뛰었다.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거리였다. 내 첫 10km 완주 기록은 1시간 7분 6초였다.

러닝이 가혹한 운동인 것만은 아니다. 꼭 더 멀리 뛰거나, 빨라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힘들거나 아프면 걸어도 된다. 힘든 날은 천천히 뛰어도 된다. 컨디션이 좋으면 신나게 뛸 수도 있다. 달리기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와 정신력을 책으로도 배울 수 있는데, <조깅의 기초>다.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이자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William Jay Bowerman)이 쓴 책이다. 그가 호주에서 배워 온 유연하게 달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용기를 낼 수 있다.

1400_jog1 ©유유출판사

조깅의 기초_ 윌리엄 j. 바우어만, W.E 해리스 지음 | 김윤희, 이장규 번역 | 유유 | 14,000원
달리기의 기준은 항상 ‘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구매는 여기.

나는 체중 감량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러닝을 평생 할 취미로 여긴다. 그래서 힘든 날에는 쉬기도 하고, 다리가 무거우면 더욱 천천히 뛰기도 한다. 게다가 모든 핑계를 이겨내고 나가서 뛰었다면 스스로 나를 마음껏 칭찬한다. “더 자고 싶었는데 나왔어 대단하잖아”, “숨이 차서 걸을 수도 있었는데 계속 뛰었어”, “추운데 나왔어” 등등 칭찬할 일이 너무 많다.

스스로 칭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러닝 인증샷’을 올리면 다른 러너들의 칭찬도 받을 수 있다. 괜히 ‘좋아요’를 받고 싶어서 뛰러 나가기도 한다. 스스로 칭찬하기 어색하거나, 칭찬을 받고 싶다면 인증샷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나(@eunnok)를 태그해도 좋다. 뛰고 있다면 어디선가 우리는 마주칠 확률이 높으니까. 이제 나에게 러닝은 경쟁이나 승부가 아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생활의 일부분에 가까워졌다. 모두 그 기분 좋은 시간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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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차영우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스 에디터. 습관처럼 보고 사고 뛰고 찍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