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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커피 가이드: 연희동 편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최근 들어, 연희동이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특별한 상업시설도...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최근 들어, 연희동이 스페셜티 커피…

2022. 10. 2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최근 들어, 연희동이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특별한 상업시설도 없는 연희동이 왜 새삼스럽게 뜨거워졌을까? 이번 편에서는 연희동의 대표적인 로컬 카페와 지금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을 알차게 살펴보겠다.


[1]
라우터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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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의 랜드마크, 사러가 불러바드(사러가 쇼핑센터 주변대로) 안쪽 서연중학교 방면, 2022년 서울과 1970년 연희동이 혼합된 매력적인 지역에 라우터커피가 위치하고 있다. 라우터커피는 연희동의 커피 애호가들이 최고로 손꼽는 로컬 커피 매장이다. 불편한 언덕과 계단 위에 위치한 작고 좁은 라우터 매장 내부에는 전문 서적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매장의 의자들은 동네 목공소에서 직접 제작한 듯한 투박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커피의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최소 50종의 커피가 상시 준비되었다. 통상적으로 인기 많은 커피 매장의 모습이 아님에도 묘하게 정겨우면서 따듯한 분위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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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커피의 독특한 분위기가 신기하고 궁금해서 이후에도 몇 차례나 매장을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에서 케냐의 싱글오리진 브루잉(핸드드립) 커피를 마셨고, 두 번째는 라테, 세 번째는 케냐 싱글오리진 강배전 아메리카노, 네 번째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카페 라테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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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랜덤으로 커피를 선택했는데도 대부분의 커피 원두가 상당히 신선하고 최적의 레스팅 상태였다. 엄청난 종류의 커피 상미 기간을 지키기 위해 폐기하는 커피들도 상당하리라 생각했다. 답답할 정도로 좋은 커피를 소개하려는 매장의 노력이 잘 느껴졌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6,500원이니 저렴하지 않지만, 매장에는 매번 단골 손님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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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커피의 추천 메뉴는 다양한 브루잉 커피다. 라우터는 신선한 풀내음이나 꽃향이 가득한 커피를 중요시해, 다크로스팅과 라이트 로스팅의 경계 없이 본연의 향미를 최대한 깨끗하게 표현하고 있다. 독일어로 깨끗하고 ‘청결한’이라는 의미의 라우터(lauter)라는 이름과 지향하는 커피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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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커피는 브루잉 커피 이외에도 라테와 같은 밀크커피도 훌륭하다. 주문을 하는 순간 바로 손님 앞에서 푸어링으로 제공하는데 적절한 온도의 에스프레소와 스팀밀크의 궁합이 훌륭하다. 좋은 커피, 음악. 따듯한 분위기, 모든 손님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라우터커피의 바리스타까지 로컬의 단골 손님들과 호흡하는 매장을 상상한다면, 반드시 가볼 것을 권장한다. 좋은 커피와 진심의 힘이 참 강력하다.

라우터커피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마길 12 1층
  • 08:00 – 20:00(수 휴무)
  • 드립커피 7,500원, 연희라떼 7,200원
  • @lautercoffee

[2]
컬러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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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드빈은 라우터와 함께 연희동 로컬 카페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매장의 위치는 라우터커피에서 멀지 않다. 라우터커피가 조용한 히든카페 개념이라면, 컬러드빈은 조금 더 눈에 띄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매장이 복층으로 구성되었고,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열린 테라스의 외관만으로도 시원하고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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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드빈에 들어서면서 머신, 그라인더, 블렌딩 커피들이 눈에 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시네소이다. 안정적인 에스프레소 추출과 더불어, 곱고 미세한 밀크 스팀이 가능해서 밀크커피를 잘하는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컬러드빈의 커피는 라이트로스팅 베이지 블렌딩과 중강배전 브릭 블렌딩이다. 베이지 블렌딩은 온도가 안정적인 미토스원 그라인더, 중강배전 브릭 블렌딩은 로버그라인더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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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드빈의 추천 커피는 밀크커피다.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도 맛있지만, 컬러드빈에서는 꼭 밀크커피를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정확히는 호주식 밀크커피 플랫화이트를 추천한다. 한국에서 플랫화이트는 더블샷을 기본으로 응축된 질감의 플랫화이트라면, 호주 현지식의 컬러드빈의 플랫화이트는 거품이 얇아 밀크의 풍부한 단맛과 커피의 밸런스가 경쾌하게 이어지는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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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밀크커피를 잘못 마시는데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서 네 잔을 마실 만큼 컬러드빈의 밀크커피가 맛있었다. 가장 기본 구성은 라이트로스팅 베이지 블렌딩의 플랫화이트이지만, 의외로 중강배전 브릭 블렌딩 플랫화이트도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컬러드빈의 플랫화이트는 넓고 평평한 커피잔에 카페라테는 유리잔(한국에서 플랫화이트에 많이 사용하는 잔)에 제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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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화이트와 카페라테 모두 정통 호주식에 가깝다. 호주식 밀크커피가 궁금하면,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오전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매장의 바리스타도 손님들에게 꼼꼼하게 커피를 설명하고 있다. 컬러드빈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여러 단골들이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랄까,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때의 행복한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참 설레는 경험이다. 왜 라우터와 함께 로컬 커피의 상징인지 매장에서 10분만 있어보아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커피에 색칠을 한다는 의미의 컬러드빈(Coloured Bean)이라는 이름이 커피에 마음을 색칠한 단골 손님들의 얼굴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컬러드빈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8-8
  • 09:00 – 20:00
  • 플랫화이트 5,000원
  • @coloured_bean

[3]
프로토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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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커피는 2021년 스페셜티커피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매장이었다. 연희동 대로변에 화제의 커피 매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매장은 의외로 2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두운 계단 위로 2층 매장 내부가 생각보다 좋았다. 전체적으로 낮은 조도와 가구와 조명을 비롯한 개인공간이 커피에 더욱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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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바에서 바리스타들과 대화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 이외에도,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프로토콜의 로스팅 머신은 한국형 스마트로스팅 머신 스트롱홀드를 사용하고 있다. 스트롱홀드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향미 좋은 커피의 발현에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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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의 커피는 매장의 기본 블렌드, 에티오피아 네게레 무산소, 에티오피아 보타바 수세식, 콜롬비아 허니스윗 무산소 내추럴, 콜롬비아 라에스페란자, 케냐기티투,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리치피치 디카페인까지. 제공하는 커피 원두의 종류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 대신 디저트 종류는 거의 없고, 게스트 디저트로 휘낭시에 3종이 준비되었다. 프로토콜의 커피는 가장 기본적인 블렌딩 에스프레소로 시작했다. 블렌딩의 이름은 슈퍼노멀. 다크초코릿, 구운아몬드, 오렌지와 같은 시트러스, 흑설탕의 단맛, 묵직한 질감까지 일상의 커피를 지향하는 기본 블렌딩 커피의 지향점이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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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멀이라는 블렌딩의 이름만큼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우유와의 궁합이 충분했다. 잠시 후 서비스 브루잉 커피로 파나마 핀카 하트만 게이샤를 서비스로 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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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유가 있는 한가한 시간에 서비스로 다양한 맛보기 브루잉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기본 블렌딩 데일리 커피와 브루잉 커피의 특별함을 지향하는 프로토콜의 매력이 철철 넘쳤다. 프로토콜의 차분하고 깔끔하면서 임팩트 있는 분위기와 맛있는 커피가 이미 많이 알려졌다면, 개인적으로는 바리스타들의 차분한 응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커피를 설명하고 응대하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관계된 교류가 주는 임팩트가 생각보다 강력하다. 힙스터와 같은 분위기에서 정성 어린 응대가 생각보다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다.

프로토콜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 매일 10:30 – 22:00(매월 비정기 휴무 1회)
  • 아메리카노 5,000원, 카레라떼 5,500원
  • @protokoll.roasters

[4]
궤도 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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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이 작년 한 해 화제가 되었다면, 올해 스페셜티커피 산업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매장은 궤도 커피다. 공교롭게도 두 매장이 모두 연희동에 위치하고 있어 재미있었다. 프로토콜은 연희로 주변 사러가 방면이고, 궤도 커피는 연희로에서 연대 후문에 가까운 곳이다. 궤도 커피 매장 연희점은 최근 문을 연 라이카 독립영화관 2층에 있다. 커피 매장으로서는 그렇게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독립 영화관을 위해 자리를 마련한 라이카와의 협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궤도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매장의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픈런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밀려들었다. 궤도 커피는 서촌에서 시작해서, 연남, 연희동에 연달아 매장을 시작했는데, 모든 매장들이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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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연희는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비주얼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바리스타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거대한 스크린 테이블 주변으로 궤도와 같은 레일을 통해서 커피를 포함한 주문 음료가 돌아가는 형식이다. 강렬한 비주얼이 진심으로 충격이었다. 충격적인 비주얼이 화제가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궤도 커피는 좋은 커피를 기반으로 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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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라는 블렌딩 이름처럼 데일리 커피를 지향하면서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커피를 지향하고 있다. 궤도에서 기본 아메리카노와 인절미 아인슈패너를 마셨다. 기본 아메리카노는 데일리 커피의 질감과 단맛을 깔끔하게 표현했다. 매장의 인기 메뉴는 인절미 아인슈패너이다. 연희 궤도는 한식의 개념을 커피와 디저트로 표현했는데, 쫄깃한 느낌의 인절미와 쫀득한 크림이 매우 잘 어울리고, 적절한 가당의 밸런스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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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 무스와 라임 소르베와 같은 디저트 종류들이 상당히 반응이 좋다. 특히 바질의 강렬한 향미와 라임의 청량함이 강조되는 소르베가 정말 좋았다. 강렬한 비주얼과 커피, 디저트뿐만 아니라, 매장의 음악의 몰임감이 좋아서, 차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사색하기에도 매우 좋다.

궤도 연희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8길 18
  • 12:00 – 21:00
  • 인절미 아인슈페너 6,000원, 시즈널 소르베 – 레몬 바질 7,000원
  • @gwehdo

이상과 같이 연희동의 대표적인 매장들을 소개했는데, 가능하다면 2022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신창호의 디폴트 밸류를 함께 가보기를 추천한다. 디폴트밸류는 이전부터 다양한 주제로 소개한 경험이 있는데, 기본 커피, 사이폰, 창작 메뉴까지 모든 커피가 훌륭하다. 바리스타의 챔피언, 국가대표 바리스타의 커피가 궁금하다면 디폴트밸류로 가보자.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