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두 개고 점심에는 한 개고 저녁에는 세 개인 것은? 안녕. 디에디트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질문에 해당하는 답은 가을 옷차림.
도시에서야 옷 같은 건 대충 입어도 된다. 냉방기와 온풍기가 철저하게 가동되기 때문에 얼어 죽거나 쪄 죽을 확률이 매우 낮다. 정 참기 어려우면 집이나 사무실에 돌아가 옷을 덜거나 더해도 되고 사 입는 방법도 있다. 산에서는 다르다. 두꺼운 옷을 벗지 못하면 체온이 너무 올라가기도 하고 낮에 흘린 땀이 날카롭게 식어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산에서는 옷을 급하게 구해 입기도 어렵다.
아웃도어 의류를 사려고 보면 ‘레이어드 하기 좋다’는 설명이 자주 따라붙는다. 이건 스웨트 셔츠 아래로 길게 보이는 흰 티나 체크셔츠로 포인트를 주는 식의 패션을 위한 레이어드가 아니다. 쾌적한 산행을 위한 기본 아웃도어 옷차림이자 이상적인 활용법인 ‘겹쳐입기’를 말하는 것이다. 가을은 하루 안에도 일교차가 크고 산은 늘 미지의 세계다.
가을 아웃도어 룩의 팁을 얻기 위해 한 커플을 도봉산으로 불렀다. 네이티브 선과 네이티브 보이다. 둘은 성수동 인디언 주얼리 ‘네이티브선’을 운영한다. 공을 잘 차고 산을 잘 타며 지금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탐험하고 있다.
Step.1 베이스 레이어 Base Layer
가장 먼저 입는 옷을 베이스 레이어라고 한다. 살에 닿는 촉감이 좋고 땀이 빨리 마르는 얇은 소재로 만들어진다. 울이 대표적이지만 브랜드마다 면과 울을 대신할 합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만져 보고 입어 보고 산도 올라본 다음에 맞는 소재에 정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참 산을 오르는 도중에는 티셔츠처럼 베이스 레이어만 입으면 된다. 네이티브 선은 오들로(Odlo), 네이티브 보이는 몽벨(Montbell)의 제품을 선택했다.
오들로(Odlo)_ 스포츠와 아웃도어 기능성 이너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Go out, Stay dry, Be warm’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그들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오들로의 베이스 레이어 제품 구매는 여기.
몽벨(Montbell)_ 몽벨은 자체 개발한 ‘위크론’ 소재로 티셔츠를 만든다. 빨리 마르고 가벼우며 자외선 차단, 항균, 방취 기능이 있다. 디자인과 색깔, 프린트가 다양해 시즌별로 골라 입는 재미가 있다. 제품 구매는 여기.
디스트릭트 비전(District Vision)_ 달리기에 빠진 두 남자가 경영 대학원에서 만나서 만든 러닝 선글라스 브랜드. 2016년에 시작해 의류와 신발 협업 등으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의류는 트레일러너를 비롯한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에어 웨어 티셔츠 ‘히든 메시’라는 이름의 기능성 소재를 이용한다. 가까이서 보면 세로로 긴 구멍이 촘촘하게 나 있어 땀 배출이 용이하다. 구매는 여기.
Step.2 미드 레이어 Mid Layer
이름처럼 속옷과 겉옷 사이에 입는 옷이다. 미드 레이어는 몸이 식지 않도록 보온성이 뛰어나고 땀을 머금지 않도록 통기성도 갖추어야 한다. 가운데 낀 자는 눈치가 빠르고 전달에 능할 뿐 아니라 대체로 다방면에 뛰어나기 마련이다. 미드 레이어로는 플리스 재킷이나 다운 재킷을 주로 활용한다. 크고 두꺼운 옷보다는 가볍고 부피가 크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날이 더 추워지면 미드 레이어를 여러 벌 상황에 맞춰 조절해 입는 것이 좋다. 이날은 최고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뜨거운 날씨였고 총 5시간 이하의 짧은 산행이라 미드 레이어는 생략했다.
Step.3 아우터 레이어 Outer Layer
ⓒ월간 산
마지막으로 가장 바깥에 입는 옷, 아우터 레이어가 있다. 도시에서 입는 겉옷이 주로 가장 부피가 큰 패딩이나 플리스, 코트였다면 산에서는 고어텍스 셸이 겉옷 역할을 한다. 바깥에서 부는 바람과 비를 가장 먼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우터 레이어로는 방풍·방수에 최소한의 발수 기능까지 갖춘 원단이 좋다. 아우터가 땀까지 완전히 배출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밖에서 들어오는 비바람만 막아줘도 제 기능을 하는 거니까. 날이 더워지거나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 아우터를 벗거나 걷는 속도를 늦추는 게 좋다. 네이티브 선은 클라터뮤젠(Klattermusen), 네이티브 보이는 오스트리아(Ostrya)의 재킷을 입었다.
클라터 뮤젠(Klattermusen)_스웨덴의 아웃도어 브랜드. 한 변이 길고 가운데 구멍이 있는 삼각형 로고가 특징이다. 친환경 소재와 깔끔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패션 의류로도 인기가 많다. “인간에게는 최대의 안전을 자연에게는 최소의 영향을”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구매는 여기.
오스트리아(Ostrya)_ 클라이밍, 트레일 러닝, 트래킹을 위한 의류를 판매하는 캐나다 브랜드. 자연에 덜 해로운 제조 방법을 고민하며 재사용 또는 오가닉 소재로 제품을 만든다. 돌과 산을 맞대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으로 내구성이 좋다. 구매는 여기.
ⓒArc’teryx
아크테릭스(Arc’teryx)_ 아크테릭스 쉘 재킷에 뭐라고 말을 더할 수 있을까. 브랜드 내에도 쉘 재킷 라인이 다양하다. 가격이 높을수록 더 좋은 제품은 아니다. 장시간 이동을 위한 SV(Severe Weather), 다양한 기후에 맞출 수 있는 AR(All Round), 내구성, 통기성, 활동성이 좋은 MX(Mixed Weather),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한 LT(Light Weight), 격렬한 활동까지 커버하는 FL(Fast&Light), 휴대성이 좋은 초경량 SL(SuperLight)가 있다. 구매는 여기.
Step.4 기타 액세서리
가방 없이 가볍게 산에 오르는 기분은 좋지만 옷을 입고 벗으며 날씨의 비위를 맞추려면 가방을 메는 편이 좋다. 옷은 추워서 몸이 떨리기 전에 겹쳐 입고 더워서 땀에 젖기 전에 벗어 가방에 넣자. 이렇게 했을 때 가장 쾌적한 등산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모자는 땀에 젖어도 잘 마르는 립스탑 소재에 바람이 잘 통하는 메시 소재가 덧대어진 여름 모자 정도가 좋겠다. 빛이 얼굴에 내려꽂히는 걸 차단할 수 있는 넓은 챙이 있다면 더 좋다.
ⓒ월간 산
가을 날씨는 극단을 달린다. 와, 아직 여름이 안 갔어? 싶다가도 겨울 분위기 물씬이다. 하늘은 높고 숲은 붉어지며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여름내 더위에 시달려 퍼져 있었다면 지금이 나갈 타이밍이다. 하이킹도 되고 라이딩도 되고 캠핑도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햇볕에 타는 게 싫어서, 겨울은 너무 추워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면 가을은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놀기 가장 좋은 날들이다. 발가락이 다 나온 샌들과 짧고 가벼운 반바지 말고 뭘 더 입어볼 수 있는 기분 좋은 기회기도 하다. 두꺼운 아우터 밖으로 손가락도 내놓기 싫은 겨울이 오기 전의 찰나의 순간이기도 하다. 최근 차를 샀지만 무서워서 운전을 미루고 있는 내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은 계절이겠지…
ⓒ월간 산
가을에는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하게 될 테니 좋은 옷을 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가을 레이어드에 보온용 아우터만 하나 걸치면 겨울을 위한 아웃도어 옷차림이 되니까 아깝게 생각할 것도 없다. 남은 건 이제 멋진 옷 입고 나가 양껏 노는 일이다. 가을 날씨는 거를 타선이 없고 10월에는 누워 있을 주말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