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잠깐 가구 구경 좀 할게요

안녕, 디에디트 객원 에디터 정경화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도시를 산책하기에는 최고의 시기다. 목적지로 삼아도 좋고 목적지로...
안녕, 디에디트 객원 에디터 정경화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2022. 10. 10

안녕, 디에디트 객원 에디터 정경화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도시를 산책하기에는 최고의 시기다. 목적지로 삼아도 좋고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들러도 좋을, 가구가 인상적인 공간을 소개한다.


[1]
포스터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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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rshop

포스터샵은 사진예술 작가의 작품을 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는 상점이다. 집안에 붙이는 포스터라고 하면 대개 그래픽 디자인이나 그림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는 사람이나 자연이 담긴 풍경 사진을 포스터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렉터 유래혁은 집 속에 풍경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도심 속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은 건너편 건물의 벽일 때가 대부분이에요. 이곳의 포스터가 집에 새로운 창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잊고 지냈던 바깥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설레었던 경험까지 함께 떠올리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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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은 연남동의 북적이는 경의선 숲길 옆 골목에 자리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빌라 건물이지만, 3층 입구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온통 하얗고 반투명한 공간에 풍부한 색감의 포스터가 가득하다. 아크릴로 만든 반투명한 벽과 블라인드 사이로는 햇빛이 들어오고, 언뜻언뜻 창밖의 가로수와 하늘이 스며 보인다. 밝지만 청량하고 동시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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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수납장이 놓여 있고 햇빛이 내리비치는 쇼룸은 작품을 관람하는 갤러리보다는 누군가의 집을 닮았다. 벽면과 가구는 모두 하얀색이고, 포스터 속의 풍경들만 색을 드러낸다. 이는 포스터의 역할에 집중하려는 디렉터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그리고 그가 원했던 공간은 빌드웰러의 가구로 차곡차곡 구현되었다.

빌드웰러는 모듈 가구를 기반으로 공간 솔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투명한 아크릴판과 볼트, 너트, 프레임으로 만든 그들의 가구는 모듈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확장하고, 조립과 분해가 쉬워 공간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바꿔 쓸 수 있다. “USM을 비롯해 여러 모듈 가구를 고민했지만,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하고 시공팀이 직접 설치하는 빌드웰러의 서비스가 든든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크릴이라는 재료가 하얗고 투명한 분위기와 잘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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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rshop

이곳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시간과 계절을 묻는 질문에 디렉터 유래혁은 여름과 가을 사이, 오후 2시와 4시 사이라 답했다. 포스터샵을 방문해 그와 이야기를 나눈 때도 바로 그 시간이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잠깐 사이 오후의 햇빛이 더 진해져 포스터도, 공간도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 모두 이 시기, 이 공간을 놓치지 마시기를.

빌드웰러의 가구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
인더매스 마장 @inthemass_

왕십리역과 마장역 중간에 위치한 카페로, 테이크아웃 브랜드인 매스커피의 로스팅 쇼룸이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탁 트인 공간에 빌드웰러의 커다란 흰색 테이블과 의자, 에스프레소 스테이션이 자리해 하얗고 개방감 있는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포스터샵

  • 월요일~토요일 10:00-18:00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27 3층
  • @postershop.kr

[2]
브라운하우스

1400_1 (17)_BRAUN HAUS ⓒBRAUN HAUS

카페이자 작업실, 그리고 좋아하는 물건을 판매하기도 하는 공간. 누구나, 특히 디자인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장소다. 세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풀풀에게는 이미 그런 공간이 있다.

1400_1 (31)_ BRAUN HAUS ⓒBRAUN HAUS

독일어로 갈색집이라는 뜻을 지닌 브라운하우스는 그들의 취향대로 만든 장소이자 브랜드다. 2층은 카페, 3층은 카페 겸 숍으로 쓰이고 안쪽에는 작게 사무실이 자리해 있다. 컵이나 만년필 등 직접 제작한 제품과 가구를 판매하고, 브라운하우스와 어울리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연남동의 북적이는 상권에서 살짝 떨어져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주말이면 북적이는 곳이 되었다.

1400_1 (22)_BRAUN HAUS ⓒBRAUN HAUS

브라운하우스의 가구와 조명은 모두 세 디자이너가 수집하거나 직접 제작한 물건들이다. 프리츠 한센이나 아르텍, 루이스 폴센 등 북유럽 브랜드의 제품이 많은데, 세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면서 좋다고 느낀 것들만 모았다고 한다. 비슷한 취향 아래 모여서였을까? 각기 다른 브랜드와 재료이지만 서로 어우러지며 편안한 분위기를 낸다.

1400_1 (20)_BRAUN HAUS ⓒBRAUN HAUS

브라운하우스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갈색이라는 색감은 이곳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요소다. 인테리어를 담당한 스튜디오풀풀의 디자이너 전현종은 “인테리어를 한다기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생각으로 갈색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라고 말한다. 가구와 소품은 물론 바닥도 검은색, 갈색 계열의 차분한 색상으로 맞췄고, 자칫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분위기는 조명이나 금속 가구가 오브제처럼 역할 하며 균형을 맞춰준다. 세븐 체어나 임스 체어처럼 둥글고 솔리드한 가구가 답답하게 느껴질 즈음이면 은색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케아 빈티지 의자가 선적인 요소가 되어주는 식이다.

1400_1 (12)_BRAUN HAUS ⓒBRAUN HAUS

북유럽을 닮은 이곳의 따뜻함과 편안함은 겨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낮에는 밝은 햇살이 공간 깊숙이 녹아들고, 해가 지고 나면 주황빛 조명이 또 다른 무드를 만든다. 대표 메뉴인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잊지 말고 주문해보자.

브라운하우스

  • 월요일~일요일/매일 12:00-22:00
  • 서울 마포구 동교로50길 25
  • @braunhaus_kr

[3]
펠트커피 청계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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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ure on texture

종각역과 광화문을 잇는 청계천 광장에는 거리를 향해 여러 카페가 자리해 있다. 그중에서도 펠트커피 청계천점은 커다란 유리문으로 시선을 끌고 뒤이어 목재 가구와 버건디색 커튼이 눈길을 불러 모은다. 이곳은 창전동 쇼룸에서 시작해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신을 이끄는 카페 브랜드인 펠트커피의 네 번째 지점이다.

패션 브랜드 준지와 함께한 도산공원점, 광화문점 등 펠트커피의 공간은 하나의 브랜드라는 공통점을 드러내기보다는 협업한 브랜드나 주변의 동네 등 각자의 정체성을 살린다. 바로 길 건너의 광화문점이 검은색을 주요 색상으로 삼아 깔끔한 모습을 강조했다면 청계천점은 연극 무대와도 같은 연출을 했다. 광장을 향해 시원하게 열려 있는 유리문은 무대의 전면이 되고, 뒤쪽 벽면에는 커튼이 높은 층고를 가득 채워 버건디색 배경을 만든다. 에스프레소 스테이션을 중앙에 두고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듯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손님들은 자리에서 커피를 만드는 장면을 바라본다. 광장에서 보이는 매장의 풍경 자체가 펠트커피의 디스플레이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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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인테리어는 디자이너 씨오엠이 맡았다. 이들은 독립서점 유어마인드를 비롯해 디스이즈네버댓 사옥과 매장, 아모레 성수, 최근에는 하이브 신사옥 등 다양한 규모와 용도의 공간과 가구를 작업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씨오엠은 작업 초반에 직접 가구를 만들면서 표면에 또 다른 마감 없이 합판으로만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사나 못을 적게 쓰기 위해 부재에 홈을 내고 끼워 만들던 방식이 그들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디자인 언어는 펠트커피의 테이블과 의자에서도 이어지는데, 부재가 정확한 합으로 잘 맞춰진 모습에서 정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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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점의 대표 음료인 콜드넛은 콜드브루에 부드러운 크림과 말린 코코넛을 올려 달달하면서도 부드럽고 시원하다. 휘낭시에와 당근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씨오엠의 가구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
유어마인드 @your_mind_com

연희동의 독립서점. 씨오엠이 디자인한 목재 가구와 종이책,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조명이 어우러져 유어마인드만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디자이너가 오래 고민해 만든 책장은 촘촘한 칸과 충분한 높이로 다양한 판형의 독립 출판물을 문제없이 꽂을 수 있고 보기에도 아름답다.

펠트커피 청계천점

  • 월요일~금요일 08:00-21:00, 토요일~일요일 10:00-21:00
  • 서울 중구 청계천로 14
  • @felt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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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정경화

공간, 건축 관련 글을 씁니다. 낮에도, 밤에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5년 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