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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 깃발 휘날리며, 원소주 팝업스토어

원소주 X 리니지
원소주 X 리니지

2022. 09. 16

안녕, 에디터B다. 지금은 리니지를 아저씨의 게임으로 취급하지만, 20년 전만해도 리니지는 뜨겁고 트렌디한 온라인 게임이었다. 내가 중학생 때, 우리 동네에도 본격적으로 PC방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모든 용돈을 PC방에 쏟아부었다. 오직 리니지를 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것치고는 많이 낮은 레벨 15까지밖에 키우질 못했으나 어쨌든, 행복한 시절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삐뚤어지지 않고 사고 없이 지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리니지라는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크를 잡느라 다른 현생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구경조차 하지 않았던 리니지를 원소주 팝업스토어에서 만났다. 리니지와 원소주의 만남이라니, 흥미로운 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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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血盟(혈맹)WON’은 리니지W와 원소주의 컬레버레이션으로 탄생했다. 팝업스토어 입구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리니지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공을 들였는데, 놀라운 건 팝업 운영 기간이 9월 15일부터 18일까지라는 것. 단 4일 운영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돈을 쓸 수 있는 NC소프트의 자본력,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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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에 방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서 기다리면 된다. 오전 10시부터 입장 가능하니, 빠르게 방문해서 번호표를 수령하자. 입장은 11시부터 가능하다. 한 시간 동안은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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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낮에 방문해서 손님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주말에 방문한다면 분명 얘기가 다를 거다. 주류를 마시고 판매하기 때문에 신분증은 필수다. 신분증이 없다면 입장을 할 수 없으니 꼭 지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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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원소주 클래식’이다. 원소주, 원소주 스피릿에 이은 세 번째 제품. 원소주 스피릿이 2주 옹기 숙성 과정을 생략하면서 빠르게 생산할 수 있었던 제품이라면, 원소주 클래식은 옹기 숙성을 거쳤고 28%로 역대 원소주 중 가장 고도수 술이다. 또, 지금까지 출시한 두 번의 원소주와 달리 감압 증류 방식이 아닌 상압 증류 방식을 택했다. 흔히 감압 증류 방식은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나고, 상압 증류 방식은 술의 향이 짙고 개성을 살리는 방식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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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있는 바에서는 원소주 클래식을 맛볼 수 있고, 시향해 볼 수도 있다. 시향 서비스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해서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향에 자신 있다는 뜻도 된다. 28%라고 하면 너무 높지 않을까 걱정이 되겠지만, 마셔보면 그렇지 않다. 목 넘김이 부드러워서 고도수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쿰쿰한 누룩의 향이 매력적이라 향으로 한 번, 맛으로 또 한 번 마시는 좋은 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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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지에 뿌려서 한번 맡아보면 이게 증류식 소주의 매력이구나 싶을 거다. 만약 증류식 소주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고, 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향이 없는 희석식 소주만 마셨다면 귀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참고로 팝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W 에디션’은 나중에 리니지W 에디션이 아닌 버전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2만 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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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과 인테리어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다. 촛대, 창, 갑옷 같은 소품이 중세 시대의 성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공간이 워낙 넓다 보니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조명을 어둡게 세팅하지 않았다면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을 거다. 하지만 5일밖에 운영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이렇게 준비한 것만으로도 침 대단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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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옆에는 양궁, 다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4개 이상을 획득하면 2층에서 럭키드로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럭키드로우 상품은 원소주 스피릿, 포스터, 스티커 등이고, 1등 상품은 무려 원소주 클래식 2병, 주석잔 2개, 리니지W 체스판 세트다. 꼭 참여하도록 하자. 리니지W 체스판의 가격은 무려 62만 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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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면 디제잉 파티가 열리고,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루프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문한 시간이 오전 11시 반쯤이라 루프탑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밤에는 사람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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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밌는 건 칵테일 메뉴. 리니지를 해본 사람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빨간 물약, 초록 물약 같은 칵테일이 있다. 모두 리니지 게임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이다. 나는 속도를 향상시켜주는 초록 물약을 선택했다. 일명 ‘촐기’라고 부르는 그 물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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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을 나오면 거울로 둘러싸인 방이 있다. 원소주 팝업스토어를 멋지게 꾸며놓아서 비공식 포토존이 많긴 한데 공식 포토존은 여기다. 왠지 게임 속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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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전시나 팝업의 최종 단계는 굿즈 구매가 아닐까. 굿즈는 총 17종으로 품목당 인당 8개 구매 수량 제한이 있다. 원소주 클래식, 체스 세트, 주석잔 세트는 팝업스토어 종료 후에 원소주 스토어에서 도한정 판매될 예정이고, 나머지 굿즈는 오직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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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를 구매하는 방법은 스태트가 준 구매 리스트를 수량을 적어서 계산대로 가져가면 된다. 루프탑에는 없던 손님이 모두 굿즈 구매줄에 있었던 것 같다. 줄이 꽤 길었다. 20분 정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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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쪽으로 나가면 진짜 마지막 코스 럭키드로우와 휴식을 위한 공간이 있다. 럭키드로우에 참여해서 선물까지 받고 출구로 나가면 팝업스토어 끝. 체스판 위에 올라가면 내가 받을 상품이 랜덤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재밌었다.

血盟(혈맹)WON,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무엇보다 돈이 있어도 못산다는 원소주를 살 수 있는 팝업스토어다. 위치는 성수역에서 5분 거리. 이번 주말 성수동에 간다면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血盟(혈맹) ‘ POP-UP STORE

  • 일정 2022. 09. 15-18 / 11:00-20:00
  • 장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15길 11 에스팩토리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