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집 밖의 빛과 소금, 그중 빛에 대하여

안녕.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랜턴을 다 꺼내 보았다. 처서가 지나자마자 밤이 채 길어지기도 전에 조명 얘기라니....
안녕.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랜턴을 다 꺼내 보았다.…

2022. 08. 26

안녕.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오늘은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랜턴을 다 꺼내 보았다. 처서가 지나자마자 밤이 채 길어지기도 전에 조명 얘기라니. 밤이야 아직 짧지만 그렇다고 어둠도 짧은 것은 아니다. 저녁 기온이 꽤 선선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화로대를 펼쳐 불을 피울 정도는 아니다. 나무토막을 사다 불을 붙이고 타이밍 맞춰 장작을 던져 넣고 자기 전엔 남은 불씨를 확인하고 다음 날엔 재를 처리하고 화로대도 씻어야 하는 일련의 귀찮은 일을 해가면서 몸을 데우지 않아도 되지만 시야 확보가 어렵다. 차라리 좋다. 현대에 사는 우리에겐 불의 역할을 대신할 조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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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의 야영 생활은 날씨를 느끼기에 효과적이다. 효과적인 걸 넘어 때론 과격하고 극단적이다. 밖에 나오면 계절별로 짧아지거나 길어진 해를 체감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제한되는 시야를 느낄 기회기도 하다. 자연에서 하루만 보내도 도시의 일상에 온전한 밤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 밖의 밤은 한 걸음 옮기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어둡고 깜깜하다. 더듬더듬 움직이다 보면 이내 빛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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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빛은 아웃도어 활동에 꼭 함께해야 한다. 해가 지면 절대 돌아다니지 않겠다고 해도 말이다. 밤에 화장실을 갈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늦은 시간에 짐을 뒤져야 할 수도 있고, 텐트 안에서 잠이 들기 전까지 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비상 상황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이때 백팩에 조명을 챙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내가 챙긴 조명의 배터리 잔량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1]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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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캠퍼는 다들 크레모아로 입문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크레모아는 프리즘이라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나온 LED 랜턴이다. 견고하고 고장이 없고 기능이 뛰어난 데다 A/S가 확실하다. 나도 다른 캠퍼들과 마찬가지로 크레모아로 이 세계에 불을 밝혔다. 요즘의 캠퍼들은 좋은 조명을 찾으면 ‘크레모아 급’이라 말한다. 많은 사람이 크레모아로 아웃도어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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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조명의 종류를 크게 구분하자면 어둠을 밝힐 강력한 메인 조명과 은은한 무드를 위한 사이드 조명이 있다.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는 오랫동안 나의 메인이자 사이드 조명이었다. 주광색, 전구색, 주백색 세 가지로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는 밝고 가볍고, 무선이고 배터리가 오래 가고 방수다. 비가 와서 젖거나 새벽에 이슬이 앉더라도 ‘어머, 맞다!’ 놀라 뛰쳐나갈 일이 없다. 콘센트 꽂을 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충전해 오면 최소 밝기로 24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2박 3일 정도도 가능하다는 거다. 디자인에서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음, 이건 아마도 조명이겠군.’ 생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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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게: 116g
  • 배터리: 리튬이온 3,500Ah
  • 최대 밝기: 500루멘
  • 가격: 5만 9,000원
  • 구매처: 여기

[2]
골제로 라이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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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이 취미인 사람들과 산에 가면 저녁에 다들 이걸 꺼낸다. ‘골제로’라 통용되는 이 제품은 지난봄에도 간단하게 소개한 바 있다(링크는 여기). 진짜 이름은 ‘골제로 라이트하우스 마이크로 플래시’고 직구로 사면 삼만 원쯤 한다. 많은 사람이 찾는 제품인 만큼 입고와 동시에 품절이다. 세 시간 삼십 분 동안 충전하면 최소 밝기로 무려 17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골제로의 무게는 크레모아 제품의 절반 정도가 나가는데 효율은 7배가 넘는다. 170 시간의 밤을 밖에서 한 번에 보낼 일은 잘 없지만 그만큼 마음이 놓인다. 능력에 있어서는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게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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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제로는 랜턴 모드와 플래시 모드가 있는데 둘 다 밝기가 아주 보통이 아니다. 멀리 강하거나 길게 강한 차이뿐이다. 그래서 골제로 전용 액세서리가 만들어졌다. 공식 제품은 아니다. 골제로가 캠퍼라면 너도나도 가지고 있는 조명이라 어디서 누가 만들어도 잘 팔린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갓 모양 쉐이드다. 빛이 눈을 공격하지 않도록 아래로 분산한다. 두꺼운 천으로 떠서 만든 마크라메나 투명한 크리스털 조각을 엮어 만든 큐빅 쉐이드 같은 것도 있다. 쉐이드를 번갈아 가며 가지고 다니면 랜턴 여러 개를 가진 효과도 누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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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게: 68g
  • 배터리: 리튬이온 2,600mAh
  • 최대 밝기: 150루멘
  • 가격: 약 5만 2,000원
  • 구매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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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백색 불은 눈을 피곤하게 한다. 벌레가 더 잘 꼬이기도 하고. 오토캠핑의 경우 텐트 옆 나무나 기둥에 백색 불을 켜 벌레를 유인하고 테이블 근처에는 노란 불을 켜 둔다. 자연스러운 주광색 랜턴 기능이 없다면 쉐이드를 씌우면 된다. 너무 밝아 활용에 제한이 있던 레드랜서 랜턴 전용 쉐이드를 소개한다. 캠핑에는 ‘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홍콩의 아웃도어 편집숍 ‘Nothing Blue’와 디자인 스튜디오 버첸 Bergchenn에서 공동 제작한 쉐이드다. 대만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되는 풍등과 비슷한 운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쉐이드 구매는 [여기].


[3]
베어본즈 베어본즈 레일로드 랜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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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제품이 탄탄한 몸 키우기에 주력했다면 여긴 따뜻한 마음을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유리와 메탈 구조 디자인은 앤티크 상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제작 과정에 문제가 있었나?’ 잠깐 고민하게 하는 유리 모양도 불량이 아니라 디자인이다. 씨앗 무늬 공기 방울이 갇혀 있는데, 불을 켜고 보면 ‘아~헐!’ 한다. 공정상 생기는 자연스러운 크랙 현상을 활용했는데 마치 반딧불이를 잡아, 유리병에 넣은 것처럼 보인다. 앞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가로 15cm, 세로 15cm, 높이 32.5cm의 거구다. 무게도 거의 1Kg에 달한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밝기에서 3.5시간, 최소 밝기에서 100시간 사용할 수 있다. 무료 A/S는 1년 동안만 가능하다.

1400_0902 [사진=베어본즈 홈페이지]

작동 방식은 셋 중에 가장 단순하다.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점점 밝아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어두워지다가 꺼진다. 버튼식의 경우 직전의 빛으로 돌아가려면 하염없이 버튼을 눌러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버튼을 사용하다 스위치를 사용하면 이게 그렇게 편리하다. 베어본즈는 자연에서 삶을 즐기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공헌에 힘쓰는 비콥(B- Corporation) 인증 기업으로 진짜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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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게: 900g
  • 배터리: 리튬이온 4400Ah
  • 최대 밝기: 200루멘
  • 가격: 10만 5,000원
  • 구매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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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아웃도어 조명의 세상은 넓다. 이마에 끈으로 착용하는 헤드 랜턴이 있고, 가스나 휘발유 랜턴도 있다. 가스 랜턴은 배터리를 넣어 사용하는 랜턴보다 신경 쓸 게 많지만 그만큼 더 운치가 있다. 불이 일렁이기도 하고 작지만 타닥타닥 소리도 낸다. 가스 랜턴을 쓰려면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가 텐트가 홀랑 타거나 가스에 중독되는 수가 있다. 이왕이면 밖에서 놀 때만 사용하고 잘 때 켜놓지 않도록 주의할 것. 배터리가 있는 랜턴을 사용한다면 가볍고 효율적인 충전식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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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를 쫓는 기능을 가진 랜턴, 색 변화만 10개가 넘게 되는 랜턴,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있는 랜턴, 리모컨이 있어 멀리서도 빛을 조절할 수 있는 랜턴도 시중에 나와 있다. 오늘은 빛을 비추는 기본 기능에 충실한 랜턴 중 사이즈, 무게, 스펙, 디자인의 조화를 고려해 세 개의 랜턴을 추천해보았다. 남은 8월 당신의 아웃도어 활동에 빛과 꿀이 되기를!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