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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필수 구매 리스트 4

안녕. 1년 만에 돌아온 객원필자 김정년이다. 요즘은 유능한 동료들과 ‘바이브랜드’라는 브랜드 전문 플랫폼을 꾸리고 있다. 오늘은 취재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패션...
안녕. 1년 만에 돌아온 객원필자 김정년이다. 요즘은 유능한 동료들과 ‘바이브랜드’라는 브랜드 전문…

2022. 07. 28

안녕. 1년 만에 돌아온 객원필자 김정년이다. 요즘은 유능한 동료들과 ‘바이브랜드’라는 브랜드 전문 플랫폼을 꾸리고 있다. 오늘은 취재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패션 브랜드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주저 없이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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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파타고니아를 책으로 배웠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제품 철학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털어놓는다. 그중 눈에 띄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모든 디자인은 기능적 필요에서 시작한다. 반드시 기능이 형태를 좌우해야 한다.”

선언에 가까운 이 문장을 허세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이본 쉬나드는 자문자답에 나선다. 그는 제품에 던져야 하는 질문이 무려 19가지나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꼼꼼하게 적어 내린 소신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그게 정말인지 궁금했다. 정답은 책이 아니라 옷에 있다. 옷을 입어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기꺼이 검증할 만한 도전과제였는데, 필자는 어느새 파타고니아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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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파타고니아를 굳건히 지탱하는 것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우리는 유행을 팔지 않습니다’, ‘옷은 꿰매 입어야 제맛입니다’ 같은 브랜드 캠페인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물건 자체 아닐까? 파타고니아의 좋은 점은 로고를 새긴 물건 자체에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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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즐거운 소비에 나섰다. 그중 이본 쉬나드의 제품 디자인 철학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은 웰메이드 제품을 4가지를 소개한다. 내돈내산으로 사들인 애장품 컬러웨이 리뷰는 별첨부록 🙂


[1]
“기능성을 기대한다면”
상쾌해서 좋아, 캐필린 쿨 데일리 그래픽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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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 진가를 발휘하는 폴리에스터 원단 티셔츠. 적절한 땀 배출과 빠른 건조력을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이다. 패션에 포인트를 주는 다양한 그래픽 아트는 덤. 옷의 쓸모가 경험적으로 설득이 된다는 점에서 파타고니아 입문자에게 권하고 싶은 의류다. SPA 브랜드의 기능성 티셔츠와 비교한다면 가격이 세서 불만족스러울 수는 있어도, 착용 경험이 불만족스럽기는 쉽지 않은 모델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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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이 넉넉하고 원단 두께는 얇게 느껴지는 편이다. 비슷한 가격군을 형성하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출시한 기능성 티셔츠와 비교했을 때와 실착 경험을 비교하면 ‘향취’면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필자는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어서 여름철에는 셔츠에 밴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이 옷을 입을 때만큼은 체취를 둔하게 느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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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가성비 중심 소비자의 착용소감 한 줄 보탠다. 필자의 오랜 등산친구는 캐필린쿨 티셔츠에 대해 이렇게 논평한다.

“누나가 5년 전에 사준 건데 아직도 입는다. 이건 옷이 거의 망가지질 않아.
사계절 내내 입으니까 선물 준 사람이 핀잔주면서도 내심 흐뭇해하네.”

만약 당신에게 케필린쿨 티셔츠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그거 사랑이다. 당신도 경애하는 마음으로 환대하시라. 직접 돈 주고 사도 만족스러운데, 선물까지 받으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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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장템👕

  • 품명: Mens Cap Cool Daily Graphic Shirt
  • 색상: Boardshorts Logo : Feather Grey
  • 정가 : 7만 9,000원

파타고니아는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는 공자님 말씀에 공평한 선택지를 선사한다. 많은 신제품이 자연을 주제로 로고 디자인 변형에 나선다. 필자는 올해 물을 좋아하기로 결심했다. 브랜드 로고를 일렁이는 파도에 맞춰 컬러를 새로 부여했다. 올해는 여름철 아우터로 맹활약 할 예정이기에 속 비침이 없는 회색을 골랐다.


[2]
“컬러웨이를 기대한다면”
전천후 바람막이, 파타고니아 후디니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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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디니는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경량 아우터다.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원단과 매 시즌 독특한 컬러웨이를 뽑아내 희소가치를 탄생시키는 제품군이다. 빈티지 제품을 탐색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 현재 앞지퍼가 열리는 ‘후디’와 넥라인을 똑딱단추로 여미는 ‘풀오버’ 두 가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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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성을 위한 디테일도 강점. 주머니를 뒤집어 마구 구기면 동그랗게 말아두면 양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로 축소되는데, 가방 안이나 카라비너에 매달기 좋다. 필자는 출퇴근용 백팩에 구겨뒀다가 종종 사무실 에어컨 바람을 막는 바람막이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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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디니는 산행에 나설 때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산 정상에 도달한 뒤 하산할 때 유용하다. 숨 가쁜 도심을 살짝 벗어나기만 해도 자연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나타낸다.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날 등산에 나서면, 정상 부근에서 나무뿌리가 뽑힐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숲이 많은 곳을 거닐면 체온이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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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많은 백패킹 하이킹을 꺼리시는가? 필자는 왕복 세 시간 안팎의 가벼운 트레킹을 사랑한다. 이때 짐은 딱 세 가지만 챙긴다. 간단한 마실 거리와 물티슈, 그리고 후디니 바람막이.

장점만 너무 많이 떠든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적어보기로 한다. 절대 한여름 땡볕 아래서 입지 마시길. 후디니는 어디까지나 약간의 방수 기능을 갖춘 비닐옷이며, 땀 배출이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밝힌다. 땀복으로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지만 땀나면 피부에 쫙 달라붙는 옷으로 흠뻑쇼 티켓을 끊지 마시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레이어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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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장템👕

  • 품명: Mens Houdini Snap-T P/O
  • 색상: CloudBerry Orange
  • 정가 : 14만 3,100원

컬러웨이 하나만 보고 구입을 결정한 모델. 당근을 연상케 하는 컬러 블록은 파타고니아가 올해 출시한 제품 색상 중 가장 실물이 아름다웠다. 실착 만족도 또한 훌륭했다.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아웃도어 패션 코디는 상하의 중 한 벌이 심심한 컬러가 들어가기 마련! 환한 색감의 아우터는 착장을 즐겁게 만든다. 여러분도 퍼스널 컬러와 어울리는 멋진 컬러웨이를 찾아내시길.


[3]
“유행 안타는 옷을 기대한다면”
입자마자 입수가능, 배기스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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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웃 필자인 조서형님이 배기스 쇼츠 소개를 꼼꼼히 전하셨던 그 제품이다. 링크는 [여기]. 여름철 파타고니아 패션을 다루는데 뺄 수 없는 제품이기에, 실착 경험을 중심으로 디테일을 풀기로 한다. 어떤 상황에 입어도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만능 나일론 팬츠. 하체를 마음대로 움직여도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없다. 물에 빠져도 금방 마르고 컬러웨이도 다양하니 가히 만능 쇼츠라 부를만한 퀄리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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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치냐 7인치냐 그것이 문제로다. 배기스 쇼츠는 양자택일 제품이다. 필자는 올해 7인치 쇼츠를 골랐다. <나의 해방일지> 구씨처럼 강건한 말벅지를 드러내기 좋은 5인치와 달리, 7인치는 골반을 기준으로 허리 끈을 묶으면 허벅지 전체를 덮는 기장이다. 뜻하는 바가 있어 짧은 반바지를 삼가는 유교보이/유교걸에게 적합하지 않을까. 필자처럼 배가 많이 나와서 배꼽 기준으로 끈을 매는 동지들에게는 개인적으로 7인치 핏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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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허벅지 쪽 호주머니’. 팔꿈치까지 흡수할 기세로 주머니가 깊다. 아이폰 13 PRO급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지품을 넣으면 호주머니가 버티지 못하고 허리 끈을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착용감이 급격히 흐트러진다. 깊숙한 호주머니가 스마트폰 없는 생활이 힘겨운 현대인에게 구조적 결함으로 작동한다. 배기스를 입을 때 항상 보조가방을 차게 되는 이유다. 얇은 카드지갑하나 쏙 들어가는 똑딱이 단추가 달린 백포켓이 달린 건 불행 중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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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장템👕

  • 품명: Mens Baggies Longs – 7 in.
  • 색상: Dark Ash
  • 정가: 9만 5,000원

최근 시티보이룩이 대세인 덕일까? 펑퍼짐한 핏이 특징인 팬츠가 유행이라고 한다. 필자처럼 밀리터리 감성 반, 아웃도어 감성 반을 좋아하시는가? 그렇다면 무채색톤 7인치 배기스 쇼츠를 입어보시길. 상하의 색상만 잘 맞춰주면, 군복바지를 잘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버뮤다 팬츠처럼 연출하기 좋은 편.


[4]
“그래픽 아트를 기대한다면”
거칠거칠 혹은 부들부들, 파타고니아 티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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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친환경 철학이 프로덕트 디자인에 반영된 업사이클링 티셔츠다. ‘리스판서빌리-티’는 두께가 얇고 촉감이 부드러운 편이며. 오가닉 티-셔츠는 목화솜처럼 까실까실한 질감이 살아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최근 ‘티나는 행복’이란 카피를 들고 자사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그래픽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파타고니아 면소재 티셔츠 대한 정확한 평가는 필자가 종종 찾는 모 아웃도어 편집숍 사장님의 말을 빌려야겠다.

“면 소재로 된 파타고니아 티셔츠는 기능성이나 가성비를 기대하면 안된다고 봐요.
캐필린쿨이면 몰라도 코튼 셔츠는 세탁문제에서 자유로울수 없어요.
그래도 입는 이유가 있다면 그래픽이죠. 감성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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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이다. 파타고니아가 아무리 봉제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해 튼튼한 티셔츠를 만든다 한들, 세탁 서너 번이면 넥라인이 늘어나는 게 여름철 티셔츠의 숙명 아니던가. 심지어 수년간 입어도 끄떡없는 캐필린쿨에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고작 만 원 남짓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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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타고니아 코튼 티셔츠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 예쁘니까. 파타고니아가 관심을 갖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주제로 매해 감각적인 디자인을 새긴 그래픽 티셔츠는 매해 한두 개 쯤은 눈길을 사로잡는 물건이 뽑힌다. 심지어 파타고니아는 제품이 많이 생산되는 편도 아니어서 예쁘다 싶으면 사는 쪽이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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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른다. 속는 셈 치고 한 벌 더 샀던 올해의 티셔츠가 훗날 빈티지 시장에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희귀 제품이 될 수도 있다. 파타고니아는 팬덤끼리 빈티지웨어를 사고파는 문화가 뚜렷한 브랜드기도 하다. 자신의 안목을 믿고 원하는 디자인이 구현된 티셔츠를 수집하자. 필자는 이미 아래에 소개할 티셔츠를 다른 컬러로 한 벌 더 샀다. 여러분도 홈페이지나 매장에서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그래픽 티셔츠를 만나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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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장템👕

  • Mens Clean Climb Catalog Regenerative Organic Certified Cotton T-Shirt
  • Birch White
  • 정가 : 6만 9,000원

파타고니아의 전신 ‘쉬나드 이큅먼트’ 카탈로그 표지를 부활시켰다. 16세기 산수화 「두보시의도」를 좌우반전시킨 그래픽에 쇳덩이를 두들기고 있는 인물(창립자 영감님으로 추정된다)을 더했다. 속이 비치며 우유색에 가까운 화이트셔츠. 올 여름 목덜미 시보리가 늘어지도록 빨아입었는데, 아직까지 프린트 변형이 없다. 마르고 닳도록 입다 마침내 셔츠가 망가지면, 등판 그래픽 아트만 잘라 패브릭 포스터로 만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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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김정년

미식과 브랜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 나란히 산책하는 일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