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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전거 구매 가이드 ver.1

안녕. 롱타임노씨 쏘롱롱타임.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디에디트의 객원필자 남필우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는 나중으로...
안녕. 롱타임노씨 쏘롱롱타임.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디에디트의 객원필자 남필우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는…

2022. 08. 15

안녕. 롱타임노씨 쏘롱롱타임.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디에디트의 객원필자 남필우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놓고, 보기에도 즐기기도 재밌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 보따리 들고 왔다. 바로 전기 자전거. 그중에서도 얼핏 보면 이게 오토바이인지 자전거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디자인의 것들을 소개하겠다. 바이크에 관심 있거나 또는 자전거에 관심 있거나, 아님 아예 둘 다 별로 관심 없다고 하더라도 읽다 보면 흥미로울 수 있을 내용이라 속는 셈 치고 한번 스크롤을 내려보면, 없던 물욕이 생길 수 있다. (사요 사요! 질러요 질러!)


[1]
스쿠터 Scooter

생각해 보니 필자는 탈것에 대한 욕망이 쾌 큰 편에 속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세련되어 미래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에는 별로 매력을 못 느꼈고… 반대로 흑백 고전영화에서나 볼 법한 올드하고 클래식한 외형이라면 금방이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예를 들어 그레고리 팩과 오드리 헵번의 영화 <로마의 휴일> 때문에 베스파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한 적이 있다. 당시의 신형이었던 LX125 모델조차 용납이 안 되었다. 무조건 ‘올드 베스파’여야 한다는 이상한 기준이 있었다. 딱 마지노선에 있던 게 PX125 모델.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지금도 폐차된 올드 베스파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만든 전동이륜평행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곤 한다.

ves [로마 시내를 돌아다녔던 Vespa 98 모델. <로마의 휴일> 중)]
vestpa 2 [베스파 클래식 디자인의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Vespa PX125 모델.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중)]
04. vespaside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을 했던 Px125x]

너무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던 당시, 다이캐스트 모형을 모으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베스파 부분만 편집해 소장하기도 했다. 베스파 외의 다른 스쿠터는 올드 람브레타까지 품을 수 있었는데 모즈족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콰트로페니아>의 영향이었다. 다음 기회에 60년대 영국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문화인 모즈족과 카페 레이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각설하고! 그래서 스스로를 분석해 보니 비록 달리는 성능이 탁월하진 않지만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의 이륜 이동 수단을 좋아한다는 결론이 났다.

60 [60년대 영국의 젊은이들 바이크 문화와 패션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콰드로페니아>. 백발의 배우는 뮤지션 Sting.]

1400_07vespa

1400_08vespa [올드 베스파로 세그웨이 같은 전동이륜평행차 뿐만 아니라 소파, 체어 등 가구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벨앤벨.]

자, 그럼 자전거와 오토바이 그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녀석을 이어 소개해 보겠다.


[2]
모페드 Moped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단어 모페드 Moped는 자전거처럼 생긴 바디 프레임에 페달과 모터가 함께 달려있어, 다리의 힘으로 동력을 얻거나 모터의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장치를 칭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오토바이라는 뜻의 ‘자토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합성어의 천재들이 모여있는 우리나라). 대부분 50cc 미만의 모터를 탑재하는 모페드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인데, 1900년대 초반에는 기존 자전거에 모터를 다는 방식으로 시작해서 1950년대 정도부터는 유럽을 중심으로 양산형 모페드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1400_09mopedside [지금은 캠핑카를 생산하고 있는 핀란드의 Solifer는 1960년 초 자전거와 모패드를 생산했다.]
11mopedside [지금은 없어진 독일의 Victoria는 1901년부터 바이크를 제조하다가 1954년 모페드를 생산했다.]
13mpoeddown [1950년대부터 다양한 유럽국가에서 제작되었던 모페드.]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아닌 ‘하이브리드’ 형태는 기능성과 별개로 유독 사랑스러운 디자인으로도 꽤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모페드 중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토모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타고 다니지 않아도 한 대 정도 집 앞에 세워두고 싶은 디자인이다. 페달을 밟아 일반 자전거처럼 달리다가도 페달을 뒤로 감으면 엔진 시동이 켜지며 바로 50cc 오토바이 모드로 전환된다. 사실 프레임 자체의 무게가 있어 페달만으로는 장거리 운행이 쉽지는 않은데 기름이 없을 땐 페달로 달릴 수 있다는 게 메리트인 것 같다. 이 정도면 오토바이에 페달을 달아 놓은 거라고 해야겠지?

16tomosdown [슬로베니아에 본사를 둔 Tomos가 생산한 모페드는 국내에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3]
비치 크루저 Beach Cruser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을 중심으로 유행된 자전거도 있는데, 당시 서핑 문화를 즐기던 젊은이들 중심으로 발전된 비치크루저(Beach Cruser)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말 그대로 해변 모래사장에서도 탈 수 있는 자전거로 큰 바퀴와 스포크 휠, 시원시원한 곡선 프레임이 특징이다. 서핑보드를 들고 비포장도로를 지나 해변까지 타고 들어와야 하니 이러한 디자인은 자연스레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beach [장거리 주행을 위한 속도나 가벼운 무게가 아닌 편한함과 내구성으로 무장한 비치크루저.]

해변과 어울리는 원색 컬러뿐만 아니라. 반짝이는 크롬 스포크 휠이 아주 그냥 ‘멋’이라는 걸 단번에 보여준다. 어디다 벗어뒀는지 모를 상의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을 구릿빛 피부의 적당한 근육질(과하면 안 된다)의 남성이 새빨간 팬츠만 입고 타고 다닐 것 같은 디자인이다(사실 그래야 어울리는 슬픈 자전거).

나아가 비치 크루저에도 모터를 달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취향을 저격당했다. 해변이 아닌 도로에서 멋짐을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어떤 모델은 매뉴얼 바이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도로에서는 웃통을 안 벗어도 되니 더 많은 인기를 끈 게 아닐까라는 시샘 가득 억측도 해보며…

24beactile [모터엔진 키트를 구입해 자신의 비치크루저에 직접 달기도 한다. 기름을 넣는 연료통이 클수록 바이크 모양에 가깝다.]

[4]
전기 자전거 E-Bike

위에서 언급했던 ‘자전거+모터’의 조합과는 다를 게 없지만, 동력 에너지원이 전기인 전기자전거에 대해 알아보자. 필자의 경우 브롬톤에 전기모터를 설치한 경험이 있다. 바퀴가 작았던 미니벨로는 이러한 튜닝(?)으로 언덕과 장거리가 전혀 두렵지 않게 되었다. 지금이야 브롬톤에서 정식으로 전기 모델이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전기모터의 조합은 꽤나 신세계였다.

1400_28bromton [기존 브롬톤 앞바퀴에 전기모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나왔던 브롬핏. 물병모양의 배터리. ⓒ폴바이크]
1400_29 Electric [Brompton Electric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시된 브롬톤 전기자전거. ⓒ브롬톤]

전기자전거의 구동 방식은 크게 PAS 방식과 스로틀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은 페달을 밟으면 전기 동력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페달링이 필수여서 페달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에 반해 스로틀(Throttle) 방식은 페달링 없이도 스로틀 레버를 손으로 작동시키면 전기 동력이 개입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전동 킥보드와 같은 원리인데, 편한 대신 스로틀로만 주행한다면 베터리 소모량이 크다는 게 단점. 혹 두 가지 방식을 모두 반영한 전기 자전거로 각 상황에 맞게 주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도로법상 스로틀이 달린 전기 자전거는 PM(Personal Mobility)로 분류되며, 법의 개정으로 자전거 전용도로의 주행이 허용된다. 다만, 국내 ‘PM’인증 획득 제품이여야 하고, 자체 중량이 30kg 이하여야 하며 제한 속도 25km/h의 제한이 걸려 있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게다가 운전면허증이 필수며, 헬멧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위반 시 범칙금이…)

이제는 정말 흔해진 수많은 전기자전거들 사이에 상당히 레트로하고 눈길이 가는 디자인을 발견했다. 마치 바이크를 닮은 듯한 이 자전거의 이름은 슈퍼73 (SUPER 73). 2016년 캘리포니아의 바이크 마니아들에게서 탄생한 이 전기 자전거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을 알렸다. 얼핏 보면 바이크를 닮은 듯한 두꺼운 바퀴와 헤드램프, 그리고 손잡이 포지션과 연료통을 연상시키는 배터리 위치와 디자인은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바이크로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매력적으로 생겼다.

1400_vews 32.super73tile [가장 먼저 선보인 S1모델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후 비슷한 디자인의 전기 자전거들이 등장하게 된다. ⓒ슈퍼73]

특이한 점은 안장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 사실 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페달 주행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미 국내외의 셀럽들이 소장한 사진들이 퍼지면서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브랜드 중 하나다. 슈퍼73과 비슷한 컨셉의 전기 자전거도 이제는 제법 많아지고 있다.

angi [안지오 바이크 – 폭스 F1 ⓒ안지오바이크]
36alton20FAT tile [알톤 코디악 – 20FAT ⓒ알톤스포츠]

그 밖에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전기 자전거들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브랜드가 대부분이라 아쉽다.

blast2 [마이클 블라스트 – The Gresaer ⓒ이엠이코리아]
vintage [빈티지 일렉트릭 – CAFE ⓒ vintageelectricbikes]
otor [오투오사이클 – OTOR ⓒotocycles]
1400_41 [아그넬리 밀라노 – model #040220161015 ⓒagnellimilanobici]

+내가 타 봄

타보고 싶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급한 대로 평화로운 장터에서 당장 수급할 수 있는 매물을 찾았고, 일주일 정도 시승을 해봤다. 바이크를 닮은 전기자전거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 기준으로 작성된 점을 고려해서 읽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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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오바이크 – 폭스 F1모델을 일주일 시승했다. 베터리 아래 부분에는 충전기를 넣고 다니는 가방을 설치한 상태.]

승차감 ★★★
활용성 ★★★★★
안정감 ★★★★
편의성 ★★★★

우선 PAS를 3단계로 설정하고 페달을 밟았다. 프레임 자체가 무거운 녀석이라 시작이 조금 버겁다고 생각할 때쯤, 그리니까 한 2초 정도 지났을까? 전기의 힘이 개입되는 걸 느끼며 자전거에 가속이 붙었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마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옆에서 같이 들어주는 느낌, 딱 그랬다. 여하튼 무거운 자전거가 어렵지 않게 가볍게 앞으로 나가는 기분이다. 페달링을 하며 PAS의 단계를 올릴 때마다 가속이 계속해서 붙기 시작한다. 땀 안 흘리고 빠른 속도로 달리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정지 상태에서 스로틀 래버를 누르면 전기의 힘만으로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는 게, 일반 전기 킥보드 느낌이 나서 편하긴 하지만 이럴 거면 굳이 전기 자전거를 살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다.

시트는 멋지게 각이 잡혀있는 모양이라 그런지 엉덩이가 조금 아팠다. 일반 자전거의 딱딱한 시트를 처음 접할 때의 느낌 정도이긴 하나, 푹신한 느낌 같은 건 전혀 없기에 3~4일은 선생님께 매 맞은 듯이 얼얼했다. (매 맞는 학생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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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타이어로 불리는 이 큰 바퀴는 좋지 않은 도로 상황도 다 무시하고 거뜬하게 주행하는 성능을 보여줬다. 마치 몬스터 트럭이 된 마냥 자신감 있게 종횡무진할 수 있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다만, 자전거 네비를 보면서 주행을 하다 보면 간혹 끌고 걸어가야 하는 구간이나 계단 옆 홈으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곳으로도 안내를 하는데 바퀴가 커서 홈에서 뒤뚱거리며 이탈하기 일쑤고,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무게가 있는 이 자전거를 끙끙대며 두 팔의 힘으로만 이끌려다 포기하고 멀리 길을 돌아갔던 경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함에 바퀴가 안 들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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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전거의 핵심, 배터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용량마다 완충했을 때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계산되곤 하니, 미리 이동할 곳의 거리 계산이 필수다. 충전 없이 넉넉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면 상관없지만, 애매한 경우에는 무거운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출퇴근을 한다면 집과 사무실에 충전기를 하나씩 놔두는 게 몸과 정신이 편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혹 모델은 배터리 분리가 안되어 전기차 마냥 전기선을 끌어다가 자전거에 연결해야 하기도 하는데 확실히 분리형이 메리트 있어 보인다. 또한, 배터리는 열쇠가 있어야만 분리가 되기에 외부에 세워 놓아도 걱정 없다. 다만, 바이크처럼 별도의 핸들 잠금 같은 기능이 없어, 자전거 와이어 락으로 묶어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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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불편한 점은 우중 주행이 불가하다는 것. 주행을 안 하더라고 보관 시에도 비를 맞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시승하던 어느 날 최악의 상황을 겪었던 적이 있는데, 전날 주행을 마치고 배터리 충전을 깜빡했던 것. 잔량 체크 버튼을 눌러보고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라며 그냥 길을 나섰는데,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배터리는 아웃, 게다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트 조절이 안 돼서 페달 포지션이 불편한데, 전기의 힘이 없으니 아주 고역이 따로 없었다. 겨우겨우 끌고 가까운 카페에 도착해서 어닝 아래에 주차를 하고 급하게 배터리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충전되려면 시간이 걸리니 커피와 디저트까지 시켜 놓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이러한 디자인의 전기자전거는 장거리 주행에는 맞지 않겠구나. 편리하고 모두의 시선을 받을 만큼 멋지지만, 적당한 거리 혹은 멋진 동네에서 타고 다니는 게 어울리겠다는 것. 그렇게 시승 기간을 마치고 이 친구를 더 아껴 줄 좋은 분께 떠나보냈다. “너를 애지중지하게 돌보며 즐기기가 쉽지 않구나. 그동안 즐거웠고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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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헤어질 결심을 했지만, 이 글을 쓰며 다시금 스멀스멀 마음이 요동치며 슈퍼73이 다시금 아른거린다. 역시 이것이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는 재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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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남필우

필름 사진 매거진 'hep.'의 편집장.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한다. 자칭 실용적 낭만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