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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최근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퇴장한다’는 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아예 한 개발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묘비까지 만들어서 업적(?)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최근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퇴장한다’는 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아예 한…

2022. 07. 06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최근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퇴장한다’는 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아예 한 개발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묘비까지 만들어서 업적(?)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곁에 27년이나 있었으니 사실 묘비가 세워지는 것도 그냥 웃음거리만은 아니죠. 한 시대를 상징하는 제품으로서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봅니다.

아마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써 왔던 프로그램으로 꼽힐 겁니다. 하지만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죠.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은 복잡 미묘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일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죠.


넷스케이프로 시작된 인터넷의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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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인터넷’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도 크롬 등의 웹 브라우저를 띄우고 원하는 웹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하거나 검색 엔진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이겠지요. 사실 넓은 의미의 인터넷은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던 것이 ‘월드 와이드 웹’입니다. 이걸 줄여서 WWW, 혹은 W3라고 부릅니다. 네,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하는 ‘www’가 이게 바로 여기에서 온 거예요.

기존의 텍스트나 파일 전송 중심의 인터넷과 달리 월드 와이드 웹은 글과 이미지 등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클릭 한 번에 다른 정보로 연결되는 하이퍼 링크가 특징이었습니다. 마우스로 누르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쉽게 인터넷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었지요. 그럼 다른 인터넷은 뭐가 있냐고요? 파일을 주고받는 FTP, PC통신에서 썼던 텍스트 기반의 텔넷, 채팅을 중심으로 하는 IRC 등 사실 초기 인터넷은 서비스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공통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면 그림과 마우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웹 서비스의 등장은 곧 인터넷의 대중화로 이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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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 서비스를 이루는 웹 사이트, 뭘로 볼까요? 그게 바로 웹 브라우저입니다. 웹은 HTML이라는 약속을 기반으로 웹 사이트를 만듭니다. 그 약속을 풀어서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웹 브라우저의 역할입니다.

자, 시계를 오래전으로 돌려서 우리네 삼촌 이모들이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의 이야기를 전해 들어봅시다. 1990년대 중반에는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보통 텍스트 기반의 PC통신을 이용했는데, 그 안에서 잠깐이지만 인터넷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썼던 프로그램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라는 브라우저였다고 해요. 전화선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통해 야후에 접속해서는 아마도 ‘공부 잘하는 방법’이라던가, ‘올바른 학교생활’ 같은 걸 검색했겠죠? 흠흠. 그렇게 인터넷의 첫 경험이 시작됐습니다.


윈도우 등에 업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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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웹 브라우저 시장은 단연코 넷스케이프가 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부지런히 따라간 2인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있었습니다. 사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썩 인기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익숙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든든한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윈도우였지요. 윈도우95에는 아예 ‘인터넷’이라는 아이콘이 바탕 화면에 기본으로 깔렸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업그레이드도 이어갔지요. 인터넷 익스플로러 3.0은 꽤 쓸만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저도 이때를 즈음해서 웹 브라우저를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바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냐면 ‘부족한 하드디스크에 뭔가를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이미 깔려 있는 걸 쓰자’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이게 바로 플랫폼의 위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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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내면서 아예 이를 운영체제와 뗄 수 없게 묶어 버립니다. 윈도우 탐색기와 통합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거의 윈도우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의 이 웹 브라우저는 우리는 잘 와 닿지 않겠지만 익스플로러는 탐색기라는 의미입니다. ‘인터넷 탐색’과 ‘PC 탐색’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그 사이 윈도우98이 나오고 컴퓨터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제 네트워크는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물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통신 인프라가 원활하지 않았고, 전화선 모뎀은 속도가 느렸습니다. 여전히 PC통신이 네트워크의 중심이었지만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아예 웹을 중심에 둔 PC통신인 유니텔 같은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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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ADSL과 케이블 모뎀 등 획기적인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이 네트워크 환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PC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번졌고, 국내도 IT 붐이 일면서 PC와 인터넷은 기회의 땅이 됐습니다. 그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던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싸움은 윈도우와 함께 순식간에 판가름이 나 버렸지요.

그리고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는 2008년, 개발을 마치고 운영을 중단합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지금까지 남아서 오픈소스 재단인 모질라를 통해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때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나름의 입지는 명확합니다.


양날의 검 액티브 엑스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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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가 사라진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독주를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놓습니다. 바로 액티브 엑스입니다. 인터넷과 웹의 기본 원칙은 모두에게 차별 없이 똑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원래는 웹 서비스가 보여주려는 내용을 서버에서 처리해서 그 결과를 웹 브라우저로 보여주는 것이 원래 인터넷의 그림이었는데 웹 서비스의 발전은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인 컴퓨터에 깔아서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그 프레임워크, 틀이 바로 액티브 엑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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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엑스는 큰일들을 척척 해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 서비스입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웹 브라우저의 기본 보안 기술이 미국 외 국가에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 돈을 내고, 또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보안 기술이 필요한데, 웹 브라우저에 있는 기능을 우리는 쓸 수 없었습니다. 대신 액티브 엑스를 통해서 보안의 부족한 부분을 막고 안전하게 은행 계좌 정보, 신용카드 번호 등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요. 국내의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 쇼핑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도 여기에 있습니다.

액티브 엑스는 웹에서 게임을 띄우기도 하고, 메신저나 전화 서비스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PC에서 프로그램을 돌리고, 그 데이터만 옮겨 나르면 됐으니까요. 많은 기업들이 서버에 큰 부담 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PC 성능을 바탕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액티브 엑스는 인터넷의 기본 약속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위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되도록 만든 도구일 뿐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운영체제나 웹브라우저는 액티브 엑스를 실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맥이나 리눅스가 자리잡지 못했던 것도 액티브 엑스의 의존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독점 구조와 그에 따른 불편함이 늘어났지만 대안이 없었습니다. 이미 액티브 엑스 기반의 생태계가 뿌리깊게 자리를 잡았고, 금융, 쇼핑부터 관공서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서비스는 액티브 엑스로 돌았습니다. 해외의 경우 액티브 엑스의 의존도가 절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애초 웹 보안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가 액티브 엑스에서 시작됐고, 공인인증서라는 절대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기기, 운영체제, 웹 브라우저의 선택권 자체가 없었습니다.

2000년대, 인터넷 세상은 다시금 웹 표준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시장 점유율 1위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웹 표준과 점점 멀어졌습니다. 액티브 엑스를 비롯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비표준 기술들이 너무 널리 퍼지다 보니 오히려 웹 표준을 기반으로 웹 사이트를 설계하면 원하는 화면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기존 리거시 환경과 웹 표준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겁니다. 매번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웹 표준을 더 강화했다는 설명이 붙긴 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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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엑티브 엑스의 문제는 더욱 불거졌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버전을 올릴 때마다 화면을 표시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졌고, 이 때문에 특정 웹 사이트가 작동하지 않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국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윈도우의 새 버전이 나오면 관공서, 금융 기관, 학교 등 모든 환경이 멈춰서곤 했습니다.

액티브 엑스를 통한 보안 사고도 잦았습니다. 웹은 원래 서버가 개인 컴퓨터의 정보를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파일을 만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액티브 엑스는 웹과 PC를 이어주는 하나의 응용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파일을 비롯해 시스템의 많은 부분의 권한을 갖습니다. PC 속의 중요한 정보를 빼 가기도 하고, PC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아예 하드디스크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요. 해커는 액티브 엑스를 하나 잘 심어두면 PC를 가진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시스템을 잠그고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등 이전과 다른 섬뜩한 범죄들도 잦았습니다. 특히 보안이 취약한 윈도우XP와 함께 정말 ‘환장의 조합’을 만들어 냈지요.

오죽하면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 액티브 엑스의 퇴출이 나올 정도로 국내 인터넷 환경의 액티브 엑스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문제는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이를 바꿀만한 용기가 없었지요.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말입니다.


구글 크롬의 등장, 웹 표준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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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인터넷 세상은 또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는 중심에 구글과 모바일이 놓이게 된 것이지요. 구글은 검색 엔진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점점 인터넷의 많은 것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메일, 문서, 블로그 등 구글의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 놀랍게도 구글은 이 모든 서비스를 응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웹에서 만들어냈습니다. 웹 브라우저 하나면 모든 것이 다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으니, 바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입니다. 이유는 너무 당연하게도 웹 표준 때문입니다. 웹 표준으로 만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구글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용으로 웹 서비스를 따로 만드는 것이 흔한 일이었지요. 그래서 구글은 아예 웹 브라우저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2008년에 등장한 것이 크롬입니다.

크롬은 구글의 서비스를 위해서 만들어진 만큼 웹 표준 기술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를 자랑했습니다. 또한 확장 프로그램을 더해서 액티브 엑스의 보안 문제를 덜어내면서도 기능을 더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이 크롬도 메모리를 너무 많이 쓰고, 무거워지면서 불만을 사고 있지만요.

크롬의 인기는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크롬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웹도 서서히 표준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것으로 나뉘었고, 그 무게 중심은 크롬으로 순식간에 넘어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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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크롬이 시장 점유율을 절반 이상 집어삼킬 때까지도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리거시의 힘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를 거스를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모바일입니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국내에는 2009년에서야 들어오긴 했지만 오랜 기다림 뒤의 시장 수요는 대단했고, 안드로이드와의 치열한 경쟁에 불붙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서비스에 쏠렸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끼어들기 어려웠습니다. 하나는 액티브 엑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플래시였습니다.

“아! 플래시”라는 탄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플래시 이야기가 시작되면 또 말이 길어지니, 이 글에서는 스마트폰이 자리 잡으면서 웹 표준을 가로막던 두 개의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정도로만 맺도록 하지요. 모든 웹 환경은 모바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웹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바일이라고 서비스나 경험을 줄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이미 웹 표준에는 HTML5 등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도 등장했지요. 웹에는 대변화가 일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을 쓰기 위해 윈도우 PC 앞에 앉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켜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액티브 엑스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구체적으로 그 흔적 지우기도 본격적으로 먹혔습니다.


때 놓친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쉬움,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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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도 2015년 윈도우10과 함께 엣지 브라우저를 내세우며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윈도우 안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들어 있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단숨에 걷어내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업데이트하면 안 됐을까요? 그런 고민이 없진 않았겠지만 그 동안의 업데이트를 생각해보면 또 다른 혼란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충분히 높았습니다. 아예 새로 시작하는 편이 맞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엣지 브라우저는 썩 인기가 없습니다. 물론 서서히 성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떠난 사람들은 크롬으로 넘어갔고, 끝까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안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만 쓰는 브라우저라는 이미지가 남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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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엣지 브라우저는 윈도우 환경에서 그 어떤 브라우저보다 빠르고 매끄럽습니다. 기능적으로도 크롬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대로 해냅니다. 아마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을 놓친 것만큼이나 이 브라우저 시장에서 애 먹는 지금의 상황을 갑갑하게 느낄 겁니다.

지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인기가 절정일 때 과감하게 액티브 엑스의 고리를 끊고 지금의 엣지 브라우저와 비슷한 지향점의 전환을 해야 했겠지요.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엄청난 혼란을 가져오겠지만 그 과정을 매끄럽게 하는 것도 기업과 경영진의 능력이겠지요.

그렇게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27년은 마무리가 됩니다. 아직도 끝이 안 났냐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당장 지우지는 않지만 보안 업데이트를 멈추기로 했고, 이미 지난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맞춰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더 쓸 테면 써봐’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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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실상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개인이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구동되는 오래 전의 유산들이 버티는 정도지요. 지긋지긋한 이야기를 하나 더하자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서버나 임베디드 등 특수 용도의 운영체제에는 당분간 보안과 기술 지원이 이어집니다. 윈도우 서버 2022의 경우 2031년 10월14일까지 보안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하겠다고 하니 진짜 끈질기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이제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쓸 수도 없습니다.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인터넷은 예민하게 변화하고, 이를 반영하는 새 브라우저들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나름 과도기의 인터넷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그 과정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드디어 역사의 한 자락으로 퇴장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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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