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신발 보러 왔어요, 애글릿

안녕, 에디터B다. 요즘 신발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은 총 12켤레. 뉴발란스는 2002, 327, 530, 550, 5740 그리고...
안녕, 에디터B다. 요즘 신발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은 총…

2022. 04. 20

안녕, 에디터B다. 요즘 신발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은 총 12켤레. 뉴발란스는 2002, 327, 530, 550, 5740 그리고 878 두 켤레가 있다. 그리고 뉴발란스 외에 로우로우 알슈즈 두 켤레, 리복 펌프패리스, 리복X발란사 GL6000, 컨버스X골프 르 플뢰르 지아노를 소장하고 있다. 발은 두 개인데 어쩌다 이토록 많은 신발을 사게 된 건지 엄마가 알까봐 두렵다.

편집샵 애글릿(@aglet_seoul)으로 취재의 탈을 쓴 신발 쇼핑을 다녀왔다. 애글릿은 이태원에 있는 신발 중심 편집샵으로 유튜버 와디가 4월 9일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매장이다. 특징이 있다면 큐레이팅 된 대부분의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라는 것. 실력 있는 한국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게 애글릿을 만든 와디의 꿈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매장에는 아디다스, 뉴발란스, 컨버스 같은 메이저 브랜드는 볼 수 없다. 나이키가 조금 있긴 한데, 올드 슈즈로만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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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글릿(aglet)은 운동화 끈 끝에서 올이 풀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부품(?)을 말한다. 스니커즈 문화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매장 이름을 애글릿이라 지었다고 한다. 애글릿은 민트 컬러를 브랜드 아이덴티티 컬러로 써서 파사드부터 시작해 인테리어 전반에 민트 계열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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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글릿은 지하 1층, 1층,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층은 카페, 1층은 신발 코너, 2층은 의류 및 액세서리 코너다. 공간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진열되어 있는 신발 종류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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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글릿에서 가장 특색있는 공간을 딱 한군데 꼽자면 바로 여기다. 그렇다고 포토스팟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신기해서 동영상 버튼을 누르게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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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을 따라 10개의 진열대가 회전목마처럼 빙빙 돌아간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매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이니 가장 멋진 제품을 올려두었을 거다. 어떤 신발이 있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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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꽂혀 있는 브랜드 ept(@eastpacifictrade)가 가장 많이 보인다. ept는 ‘east pacific trade’의 약자로 미국의 디씨슈즈, 허프 등의 신발을 디자인하고 개발했던 백재근 대표가 창업한 브랜드다. 스트릿 문화와 스트릿 브랜드에 큰 관심이 없지만, <와디의 신발장>에서 백재근 대표와 했던 인터뷰를 보니 미국에서도 영향력 있는 한국 스트릿 컬처의 1세대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캔버스 슈즈는 로고만 다를 뿐 어느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ept는 외형부터 다르다. 청키한 아웃솔은 개성 넘치고, 네 겹으로 쌓은 인솔은 다른 캔버스 슈즈와 비교해 훨씬 쿠션감이 좋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캔버스 슈즈의 깔끔한 디자인을 좋아하긴 하는데, 걷는 걸 좋아하다 보니 멀리하게 됐다. 쿠션감이 좋은 신발이라고 하니 한번 사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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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볼(@catchball.official) 역시 요즘 인기 많은 국내 캔버스 슈즈 브랜드. 대구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디자인 정체성은 1950-60년대 유럽 군인이 신었던 운동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캔버스 슈즈이지만 가죽, 코듀로이 등 다양한 원단을 실험적으로 사용하는데, 캐치볼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예전에 다른 기사로 다룬 적 있으니 여기서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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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진열대 반대편에도 신발이 진열되어 있는데, ept, 프로스펙스 등 제품군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딱 하나 다른 건 뮬보이라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 나는 뮬보이라는 브랜드를 이날 처음 알았다. 2020년에 만들어진 브랜드로, 뮬보이 역시 한국 브랜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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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1층이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보자. 2층에는 의류, 액세서리, 올드 슈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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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고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나이키 올드 슈즈. 나이키도 잘 모르고(살면서 나이키 한 번도 구매한 적 없음) 올드 슈즈도 모르는 나는 직원에게 빈티지 제품이냐고 물었다. 신었던 신발은 아니고 옛날에 제작되어서 한 번도 신지 않은 새 상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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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50만 원짜리도 있고, 기본적으로 레어 신발이기 때문에 가격은 비싼 편이다. 가격표를 뒤집어 놓은 건 이미 팔렸다는 뜻. 개인적으로 발목을 덮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답답한 게 싫어서 겨울에도 발목 양말을 신을 정도다) 끌리진 않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올드 슈즈라면 ‘우와’하게 되지 않을까. 뉴발란스라거나, 컨버스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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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단 올라가면 모자, 양말, 의류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고, 와디가 참여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생각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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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가 만든 브랜드 올아이즈다운 양말도 있고, 에이카화이트와 애글릿이 협업한 볼캡도 있다. ‘Came from The Bottom’이라는 자수가 박힌 모자가 에이카화이트 협업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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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말은 와디, 개코, 디렉터 손희락이 함께 만든 삼자회담 양말이다. 세 사람은 작년에 삼자회담이라는 컬렉션을 함께 작업하고 티셔츠와 모자, 양말을 출시했는데, 이 양말은 삼자회담 컬렉션에 포함되는 그 양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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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둘러볼 건 의류. Eighty Eight Seoul(@eightyeightseoul)과 페퍼로니 서울(@pepperoni.seoul)이 협업한 홈러너 셋업이 있고, 애글릿의 민트색을 활용한 귀여운 롱슬리브도 있다. 함께 진열된 아주르, 에이카 화이트, 롱베케이션 모두 국내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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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에 있는 카페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촬영 중이라고 해서 들어가질 못했다. 대신 외벽에 그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샘바이펜의 그래피티 한 장 찍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를 구경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국내 브랜드 위주의 편집샵이 생겼다는 건 꽤 반가운 일이다. ept와 올아이즈다운이 협업한 스니커즈가 예쁘다고 난리던데 재고가 없어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현기증 나니까 협업 2탄이 하루빨리 나오길 두 손 꼭 잡고 기다려본다. 아 그리고 애글릿은 이태원에 있으니까 내가 전에 썼던 이태원 맛집 기사 영업해본다.

애글릿

  •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8
  •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