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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넛버터라는 신대륙

안녕, 디에디트의 버거 전문 에디터가 되어가는(?) 에디터B다. 최근에 버거 맛집을 여덟 군데나 취재하면서 버거의 세계에 푹 빠졌다. 햄버거에는 소고기 패티나...
안녕, 디에디트의 버거 전문 에디터가 되어가는(?) 에디터B다. 최근에 버거 맛집을 여덟 군데나…

2022. 04. 07

안녕, 디에디트의 버거 전문 에디터가 되어가는(?) 에디터B다. 최근에 버거 맛집을 여덟 군데나 취재하면서 버거의 세계에 푹 빠졌다. 햄버거에는 소고기 패티나 치킨 패티만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식재료도 사용되고 있었다. 블루치즈가 들어가 쿰쿰한 맛이 일품인 버거도 있고, 감자칩이 들어가 바삭바삭한 버거도 있었다. 버거는 사랑이다.

올해 하반기에 햄버거 특집 2탄을 쓸 생각을 하며 그전까지 식단 조절을 하고 있었는데, 버거킹에서 신메뉴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피넛버터 스태커다. 와퍼 스태커, 기네스 스태커에 이은 세 번째 스태커다. 근데 잠깐, 피넛버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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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피넛버터를 넣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통 반응이 이럴 거다. ‘응?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피넛버터라고?’ 그럴 만하다. 피넛버터가 들어간 버거를 파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빵에 피넛버터를 쓱싹 발라 먹는 게 자연스러운 레시피인 것처럼, 빵과 패티로 구성된 햄버거에 피넛버터를 넣는 건 꽤 그럴싸하지 않나.

나는 이전에 수제버거 전문점에서 피넛버터 버거를 먹어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아직도 그 첫입을 잊지 못한다. (원래 피넛버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패티와 함께 먹으니 고기의 식감에 꾸덕한 점성이 추가되어 이색적인 식감을 경험했다. 그래서 버거킹의 피넛버터 버거를 먹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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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의 ‘신입 그룹’ 피넛버터의 멤버 구성을 살펴보자. 피넛버터 스태커2, 스태커3, 스태커4가 있고, 객원 보컬 같은 치킨버거가 있다. 다들 알겠지만, 스태커는 내가 원하는 만큼 패티를 쌓을 수 있는 재미가 있는 버거다. 스태커 뒤에 따라오는 숫자는 바로 패티의 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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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패티가 들어가는 ‘끝판왕’ 스태커4의 구성은 이렇다. 패티 4장과 슬라이스 치즈 3장이 들어가고 꼭대기 층에 있는 패티와 번 사이에는 피클, 마요네즈, 피넛버터가 들어간다. 그렇다. 피클을 제외하고는 야채나 채소가 없다. 기존 스태커 버거와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야채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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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는 상추가 빠질 수 없고, 심지어는 튀김도 상추에 싸 먹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의 밸런스를 사랑하는 민족에게 ‘고기고기’한 버거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채소 없는 재료들이 주는 복합미가 있다. 어떤 이들에겐 낯선 메뉴겠지만 일단 먹어보면 ‘이런 맛도 가능하구나’하는 생각이 들 거다. 보통 가정집에서 먹는 뻑뻑한 질감의 피넛버터였다면 목이 막힐 것 같지만, 버거킹의 피넛버터는 뻑뻑함보다는 끈적에 가까울 정도의 수분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도 잘 섞인다. 패티와 함께 먹다 보니 고소함은 옅어지지만, 다른 재료와 섞이면서도 고유한 고소함을 잃지 않는다.

피넛버터 스태커의 또 다른 의외성은 바로 미국이 아닌 한국 버거킹에서 만든 메뉴라는 점이다. 당연히 미국에서 먼저 유행하고 한국으로 수출되었을 것 같은 메뉴가 한국 연구진이 개발해서, 한국에서만 파는 메뉴라고 한다. 실험적인 도전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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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비주얼 자체가 압도적인 스태커4는 상당히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오늘 점심은 간단히 햄버거나 먹을까’ 했을 때의 그 햄버거는 아니라는 뜻이다. 일상보다는 비일상, 평일보다는 주말에 어울리는 이벤트 같은 메뉴다. 사이즈가 정말 커서 대식가인 나도 스태커4를 다 못 먹었다. 심지어는 한 입 베어 먹기에도 벅차서 턱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신체 건강한 젊은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봐도 좋겠다. 만약 피넛버터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일상적인 메뉴를 먹고 싶다면 스태커2 또는 스태커3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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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피넛버터를 먹는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식빵만 먹기엔 심심하니까 피넛버터를 발라 먹거나, 주방 찬장을 열어서 한 숟가락 퍼먹는 경우. 둘 다 피넛버터의 존재감이 아주 강하게 발현되는 상황이다. 피넛버터와 다양한 식재료의 조화를 겪어본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 스태커2에서 느끼는 피넛버터가 색다르다. 입 안에 스미는 피넛버터, 고기 패티, 치즈의 조합이 예상치 못하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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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넛버터 시리즈의 객원 보컬 같은 치킨버거와 프라이를 소개한다. 치킨 패티와 고기 패티를 함께 사용했는데, 치킨 패티는 기름지지 않기 때문에 느끼한 맛은 확실히 없었다. 피넛버터 버거가 궁금하지만 조금 담백한 맛으로 먹고 싶다면 치킨버거가 좋겠다. 스태커 시리즈에서는 패티와 섞이며 피넛버터 향이 옅어지는데, 여기서는 존재감이 더 뚜렷한 편이다. 그리고 피넛버터의 맛을 더 잔뜩 느끼고 싶다면 피넛버터 프라이를 추천한다. 프라이에 융화된 피넛버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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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들은 맛과 향, 비주얼만으로도 조금 색다른 일상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진한 풍미의 피넛버터와 햄버거의 이색적인 만남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버거킹이 있다면 오늘 점심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디에 있든 모험을 즐길 줄 안다면 식사가 여행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글에는 버거킹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