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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삼고 싶은 신생 로스터리 카페 3

안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 대형 카페보다 소규모 카페를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카페는 많다. 멋있고 힙한 카페도 널려 있다....
안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 대형 카페보다 소규모 카페를 좋아하는 객원 필자…

2022. 03. 22

안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 대형 카페보다 소규모 카페를 좋아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카페는 많다. 멋있고 힙한 카페도 널려 있다. 하지만 오래 머무르고 싶고, 두 번 세 번 다시 오고 싶은 편안한 카페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아늑한 분위기에, 아이들과 반려동물까지 환영하는 편견 없고 친절한 응대, 직접 볶은 커피까지 JMT인 카페 어디 없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단골 삼고 싶은 서울의 매력적인 스몰 로스터리 카페들. 나는 세 곳 다 첫눈에 반했다.


[1]
룩백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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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한 커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 한마디로 요약한 룩백커피의 지향점이다. 오고 가는 손님들이 커피를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여기도록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며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연희동의 작은 로스터리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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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따뜻하고 안락하면서도 목재가 주는 투박하고 빈티지한 멋을 한껏 살렸다. 외관, 천장 구조물, 상호를 적은 타이포그래피, 코트랙, 에스닉 패턴의 러그 등 자유분방한 미국 서부 지역 감성이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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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너무 과하거나 정신 사나워서 부담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가구의 소재와 형태를 달리해 밸런스를 맞춘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곳은 뭐랄까… 포틀랜드 바이브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도쿄 카페 같다(둘 다 안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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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 음료는 자체 블렌드 원두인 ‘버블 블렌드’, 필터 커피는 블렌드 원두와 싱글 오리진 원두로 맛볼 수 있다. 버블 블렌드의 경우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는데 거기에 산미와 과일 단맛도 은은하게 올라온다. 사계절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을 편안하고 깔끔한 맛이다. 평소 개성 강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선호하는 나도 정말 맛있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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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커피 Lookback Coffee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41
  • 월, 수-금 10:00-18:00, 토-일 10:00-19:00 (화 휴무)
  • @lookbackcoffee

[2]
카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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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핫플레이스가 생겨나는 삼각지.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카페 손은 난데없이 건물 5층에 자리를 잡았다. 2층도 아니고 3층도 아니고 5층이라니. 그러나 힘겹게 계단을 올라 초인종을 누르고 나면 불신과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진다. 이 동네에도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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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을 열기 전 주인장은 어머니와 함께 ‘카페 엄마’를 6년간 운영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들이 ‘son’이란 이름의 카페를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 손에서는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 스토리를 품고 있어서일까. 카페 손 역시 가볍게 소비되고 휘발돼 버리는 핫플레이스가 아닌, 주인장과 단골 손님들과의 친근한 관계가 쌓이는 공간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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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만큼 매끈한 상업 공간보다는 친구 집에 놀러 간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나무로 된 천장과 커피 바, 선반과 테이블이 쏟아지는 오후 볕과 어우러지며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탁 트인 창 너머로는 용산의 빌딩 뷰가 보여 혼자 멍 때리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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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retouched_-26 [풀메탈비건. 진하게 내린 필터 커피에 비건 완두콩 대체유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거품을 낸 음료.]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핸드드립 베이스로만 제공한다. 풍성하고 복합적인 향미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며, 기본 핸드드립 외에도 여러 베리에이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특히 ‘풀메탈비건’이라는 이름의 창작 메뉴가 신선하다. 진하게 내린 필터 커피에 스프라우드(비건 완두콩 대체유)와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넣고 거품을 낸 음료. 전체적으로 고소한 풍미 가운데 싱그러운 토마토 향과 풀 향이 확 올라오는 신기하고 재밌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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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손 Cafe Son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0길 33 5층 501호
  • 수-일 13:00-20:00 정비 시간 17:00-18:00 (월, 화 휴무)
  • @cafe__son

[3]
모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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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남영역 주변에는 커피 강자가 많다. 진한 강배전 커피와 융드립으로 유명한 ‘헬카페 보테가’, 에스프레소 맛집으로 소문난 ‘바마셀’, 아인슈페너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오츠커피’까지. 그리고 그사이 작고 조용한 골목에 1인 로스터리 카페 모르페가 있다. 맛있는 커피와 친절한 응대와 담백하고 편안한 공간 분위기를 알아보는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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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심플한 공간이다. 커다란 로스터기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커피 바 구역, 우드 소재로 통일한 몇 개의 의자와 스툴 외에는 별게 없다. 일부러 많이 덜어내고 비우려한 게 느껴진다. 주인장부터가 간결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데다가 손님들의 시간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여백을 많이 뒀다. 덕분에 머무는 동안 향긋한 커피와 읽고 있는 책, 같이 온 사람과의 대화나 흘러나오는 음악 등에 오롯이 집중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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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원두로 에스프레소 베이스를, 싱글 오리진 원두로 필터 커피를 제공한다. 블렌드는 커피를 잘 모르더라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부드러운 질감에 은은한 산미와 고소하게 여운이 남는 맛을 끌어낸다. 싱글 오리진의 경우 블렌드에 비해 좀 더 개성이 강하고 향미가 풍부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필터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망설임 없이 ‘에티오피아 랄리사 내추럴’을 선택. 핵과류 단맛이 정말 좋은데 끝 맛은 또 깔끔해서 연거푸 몇 잔을 더 마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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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인기 메뉴는 아포가토다. 워낙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한 번 시도해봤는데 은근히 반응이 괜찮아서 계속 판매 중이라고 한다. 에스프레소 본연의 향과 단맛을 살리고 싶어서 기성 아이스크림 대신 우유와 생크림을 직접 섞어 얼린 수제 아이스크림을 사용한다. 좀 더 묽은 제형이라 한입 두입 먹다 보면 슬러시처럼 녹아 커피랑 섞인다는 점이 재밌는 특징이다.

모르페 Morphe

  • 서울 용산구 원효로89길 13-1
  • 매일 11:00-21:00
  • @morphe.coffe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