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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살 걸 그랬지, 4K 빔프로젝터

안녕, 에디터B다. 작년 8월에 이사를 하면서 가산을 탕진했다. 3평에서 14평으로 평수가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에 빈 공간을 채울 가구가 필요했고,...
안녕, 에디터B다. 작년 8월에 이사를 하면서 가산을 탕진했다. 3평에서 14평으로 평수가 다섯 배…

2022. 03. 17

안녕, 에디터B다. 작년 8월에 이사를 하면서 가산을 탕진했다. 3평에서 14평으로 평수가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에 빈 공간을 채울 가구가 필요했고, 풀옵션 원룸이 아니었기 에어컨, 냉장도, 세탁기까지 전부 구매해야 했다. 새집에 있는 거라곤 이전 세입자가 두고 간 오래된 SK 가스레인지 하나밖에 없었다. 지출 내역서를 보며 ‘그래도 필요한 걸 샀네’라고 위안했지만, 그래도 인테리어를 핑계로 산 불필요한 아이템도 많았다. 예를 들어, 영화 포스터 액자 7개, 스탠드 조명 5개는 확실히 과소비였다.

그럼에도 남이 보면 과소비지만 내게는 최고의 소비라 자부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빔프로젝터 HU70LS 4K 시네빔이다. 참고로 지금 내가 쓰려는 글은 시네빔 리뷰는 아니다. 4K 빔프로젝터가 있음으로 영화 덕후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대한 간증에 가깝다. 그럼 시작한다. 그리고 이 글은 광고가 아니라, 진짜 내 소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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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프로젝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네이버 쇼핑에 LG 시네빔부터 검색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옵토마, 벤큐에서 만드는 빔프로젝터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무엇보다 투박한 제품 디자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LG 시네빔을 검색하면 생각보다 다양한 제품군이 나온다. 당황하지 말자.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다. 투사형이냐 단초점형이냐, 해상도는 무엇으로 할 것이냐. 나는 100인치 정도로 크게 영화를 틀어서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4K 제품으로 사고 싶었다(FHD를 크게 투사하면 밝기와 해상도가 떨어진다). 단초점형은 투사형보다 비싸기 때문에 소거했다. 그래서 고른 게 HU70LS다. 비슷하게 생긴 화이트 컬러의 HU70LA라는 제품도 있는데 스펙은 같고 컬러만 다르다. 화이트와 다크 그레이 중 마음에 드는 컬러로 고르면 된다. 가격은 160만 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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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프로젝터를 사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건 ‘낮에도 쓸만한가’였다. TV를 살까 빔프로젝터를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이런 고민을 한다. 밤에만 쓸 수 있다면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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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낮에도 선명하게 나온다(사진이 조금 어둡게 나왔다). 저 영상을 틀었을 때의 날씨는 화창했고, 햇살이 방으로 많이 들어오는 시간대였다. 반쯤 커튼을 쳤고, 암막 기능이 없는 커튼이었기 때문에 햇살을 차단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화면은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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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사진도 찍어왔다. 사진상으로는 어두워 보이지만 실제론 저 정도로 어둡진 않고 밝은 편이다. 해가 많이 들어오는 보통의 가정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튼을 치지 않으면 ‘눈뽕’ 맞고 잠에서 깰 정도로 빛이 충분히 들어오는 공간이다(홈스윗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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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크린을 보자. 컬러가 선명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아까도 말했듯 실제로는 이 정도는 아니다. 어두운 장면이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명하게 나오며, 암막 커튼을 친다고 생각하면 낮에도 아주 깔끔한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HU70LS의 밝기는 1500 안시루멘. 이 정도면 주광에 영화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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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프로젝터의 이런 스펙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스크린이 필수로 있어야 한다. 하얀 벽에 투사해도 잘 보이긴 하겠지만, 색재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싸고 좋은 스크린일수록 색재현력이 높은데, 100만 원짜리 스크린까지는 사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10만 원 이하의 제품을 사도 웬만하면 만족할 수 있다. 스크린과 삼각대는 윤씨네 스크린에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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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공연 실황을 작은 폰으로 보는 것과 빔프로젝터로 보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위에 틀어둔 영상은 유튜브에 있는 아이유 콘서트 실황인데, 저 영상을 폰으로 이미 여러번 봤지만 빔프로젝터로 봤을 때 주는 감동은 너무도 다르다. 관객석에서 응원봉을 흔드는 관객들이 한쪽 벽을 꽉 채우는데, 27인치 아이맥으로 봤을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장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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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춤>에서 만드는 영상도 그렇다. 이 채널에서 만드는 영상 퀄리티가 좋아서 자주 보는데, 이 영상 역시 100인치 스크린으로 보면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1열에 앉아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감동이 느껴진다. 참고로 영상은 JYP의 신인 걸그룹 NMIXX의 퍼포먼스 무대다.

나는 <스튜디오 춤>에 올라온 퍼포먼스 영상을 친구 집에 있는 70인치 TV로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도 또 다르다. 내가 빔프로젝터를 추천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압도당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TV가 커도 화면 크기로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리고 TV 화면이란 기본적으로 쨍하기 때문에 화면이 커질수록 부담스럽다. 좋게 말하면, TV는 빔프로젝터에 비해 정확하고 밝으며 선명한 질감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처럼 빛에 예민한 사람은 빔프로젝터의 질감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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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좋은 이유는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 호화스러운 오디오를 만 원대에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 한가운데 좌석에 앉으면 시각적, 청각적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돈을 더 지불하고 굳이 IMAX관에서 영화를 보려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화면에 둘러싸여 느끼는 몰입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위 영화는 샘 멘데스의 <1917>이다. 이 영화는 원테이크로 촬영한 듯한 착각을 주는 원 컨티뉴어스 컷 기법이 사용되었다. 덕분에 관객은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주인공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몰입감은 노트북이나 폰으로는 느끼기가 힘드니 결국 극장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빔프로젝터로 다시 보니, 극장에 가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가능하겠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1917>에는 주인공이 들판을 가로지르고 카메라가 조금씩 멀어지며 폭탄이 터지는 참혹한 전쟁터를 보여주는 명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엔 주인공만 보이다가 주인공이 달려가면서 뒤에 쓰러져가는 병사들이 점점 많아지는 게 체감되어야 한다. 그 잔혹한 광경을 보며 관객은 긴장되고 두근거려야 한다. 그게 감독의 의도다. 화면이 작으면 그걸 느끼기가 힘들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앵글에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는데, 100인치 스크린에 4K 빔프로젝터로 보니 극장만큼 완벽하진 않아도 꽤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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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로키>의 한 장면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극장에서 짧게라도 개봉을 하는데, 드라마는 극장에서 볼 수가 없다. 그 때도 빔프로젝터가 유용하다.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시리즈는 영화를 조금 길게 늘인 정도라고 느껴질 만큼 제작비를 아낌없이 써서 그냥 ‘영화 같다’. 여기서 ‘영화 같다’는 말은 작은 TV가 아니라 큰 스크린으로 상영할 걸 기획하고 만든 것 같다는 뜻이다. <완다비전>, <로키> 같은 작품에서 행성이 폭발하고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 액션신을 보면 TV나 컴퓨터로 봐서는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디즈니플러스 마블 시리즈는 직간접적으로 MCU와 이어지기 때문에 곧 개봉할 마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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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70LS를 자랑하며 주저리주저리 3,605자를 썼지만, 오늘 이야기는 간단히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영화나 드라마는 크게 봐야 더 재미있다.
  2. 크게 볼 거면 100인치 정도로는 봐야 한다.
  3. 그러니까 4K 빔프로젝터를 사야 한다.

물론 모든 영상을 크게 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예능 영상은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게 오히려 안정적이고 재밌었다. 크게 보니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 공연 영상은 폰이나 컴퓨터로 봤던 기억을 리셋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꼭 시네빔일 필요는 없다. 쾌적한 감상 환경을 위해 OS가 탑재되고, 해상도가 4K면 오케이. 아이돌이든 영화든, 무엇을 덕질하든 빔프로젝터가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란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