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시티보이를 위한 시티캠핑

안녕. 도시가 좋은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한 와중에 불쑥 봄이 왔더라. 놀기 딱 좋을 온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안녕. 도시가 좋은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한 와중에 불쑥…

2022. 03. 09

안녕. 도시가 좋은 디에디트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한 와중에 불쑥 봄이 왔더라. 놀기 딱 좋을 온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자니 마음이 영 울렁거려서 오후 반차를 냈다. 이번 주엔 산 첩첩 물 겹겹 자연은 잠깐 뒤로 하고, 근처로 캠핑을 다녀온 얘기를 하려 한다.

1400_retouched_-12

나에게 있어 도심 캠핑의 가장 큰 장점은 남의 차를 얻어 타거나 버스 시간을 맞추느라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동 시간이 짧아서 일정을 맞추기도 쉽다. 수려한 자연 풍경이 없는 아웃도어 활동에 무슨 매력이 있겠나 싶지만, 캠핑의 매력은 복합적이고 재미는 주관적이다. 그러니 도시든 산이든 바다든 각자 조합하기 나름이다.

자, 여기 도시 야영의 재미를 늘어놓았다. 산비탈의 빽빽이 자라는 나무와 풀, 졸졸 녹아 흐르는 계곡물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1. 일정 조율 가능

1400_retouched_-7

업무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 오후가 비었다? 퇴근을 했는데 마음이 허한 게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야 마음이 편하겠다? 약속이 취소되어 마음이 홀가분하다? 아니면 쌓인 업무 앞에 머리가 아파 잠이라도 밖에서 자고 오고 싶다? 이동 거리가 짧아진다면, 웬만한 일정은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다. 언제든 마음이 동했을 때 지체 않고 움직여보자. 마치 몇 주 전에 계획해 둔 것처럼 스무스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이날 내가 다녀온 난지 캠핑장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와서 걷거나 버스 7711번을 타면 된다. 짐이 적다면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도 된다.

2. 캠핑 체험 또는 연습도 가능

1400_retouched_-11

캠핑이 자기에게 맞는지 알아보려면 장비를 사기 전에 글램핑을 먼저 해보라는 얘기가 있다. 나는 그 방법 보다는 가까운 도심의 캠핑장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야영의 재미에는 장비를 척척 꺼내놓고 우물쭈물 해보는 맛이 크니까. 장비가 없어 걱정인 사람은 전문점에서 대여하거나 장비를 가진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꼬셔보자. 두 방법이 모두 별로라면 메인 장비인 텐트와 침낭만 중고로 사고 나머지는 몸으로 때우면 된다. 자전거 캠핑을 해보고 싶어한 친구(아인이 아버지)는 이날 난지 캠핑장에서 마음 편히 첫 브롬핑(브롬톤+캠핑) 경험을 했다.

1400_retouched_-1

도시의 캠핑장에는 사람이 많아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고, 상황에 맞춰 언제든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까우니까 잠은 자고 가야지’ 같은 오기를 부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낮에 캠핑장에서 실컷 놀고 해 질 무렵 집으로 돌아간 캠퍼들도 많았다.

3. 맛집과 카페 추가 완전 가능

1400_retouched_-6

난지 캠핑장은 망원동과 가깝다. 즉 평일 오후 카페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커피와 쿠키를 먹고 이름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서 캠핑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음식 배달이 가능한 이곳은 도시다. 배 곯을 걱정은 없으니 먹고 싶은 메뉴나 고민할 것. 늦은 시간 야식 생각이 난다면 산책 겸 걸어 나와 망원 우동 한 그릇을 해도 좋겠다. 도시의 캠핑에서는 가보고 싶던 음식점이나 카페, 베이커리, 편집숍, 전시 등을 캠핑 동선에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거나 저녁을 나가서 먹기로 결정하면 캠핑 짐이 확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밤이면 맑은 하늘 총총히 박힌 별 대신 한강과 도시의 밤이 눈에 들어온다. 텐트 하나 쳐 놓고 한 발짝 떨어져 내가 사는 도시를 바라보는 기분은 또 색다르다.

4. 친구 초대 ‘삽가능’

1400_retouched_-8

“마커스, 어디야? 나 한강인데 커피 한 잔 하러 올래?” 평소 같으면 라면 한 젓가락,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몇 시간 거리의 캠핑장까지 친구를 부를 수는 없다. 도심 캠핑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연남동에 사는 사람이라면 난지 캠핑장까지 10분 내로 올 수도 있다.

1400_retouched_-9

친구를 부르고 보니 가방에 커피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오고 있는 친구에게 드립백을 부탁했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에서 갓 볶은 커피를 사 왔다. 오예!

1400_retouched_-10

밤에는 코로나로부터 갓 격리 해제가 된 친구가 라면을 먹으러 들렀다. 텐트를 치고 여기서 놀고 있으니 지나가다 들르라고 말할 수 있는 캠핑장은 도심 뿐이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 도심 대부분의 캠핑장이 반려동물 출입금지다.

🏕 오늘의 야영지

📍 난지 캠핑장 (서울특별시 마포구 한강난지로 28)

1400_retouched_-3

난지캠핑장은 지자체에서 운영한다. 그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넓고, 저렴하다. 글램핑존, 바비큐존, 캠프파이어존, 프리캠핑존, 그리고 일반 캠핑 A, B, C, D존이 나뉘어 있다. 나는 화로와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사이트가 나뉘어 있는 일반 캠핑존에 자리를 잡았다. 가격은 4인 기준 2만 원, 2인 기준 1만 5,000원이다. 구획을 화단으로 나눠 두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프리캠핑존은 전기나 화로 사용이 안되어 피크닉 이용객이 대부분인 듯 했다. 바비큐 존은 별도의 장비 없이 구워 먹을 음식만 가져와도 될 정도로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개수대는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온다. 세제 없이도 웬만한 설거지가 가능할 정도다.

1400_retouched_-4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어 짐이 많은 사람이라면 불편하겠지만, 캠핑장을 넓고 개방감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바로 뒤가 한강이라 낮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강아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매점에는 바비큐 음식, 냉동식품, 라면, 과자, 젤리, 아이스크림, 장작, 가스, 담배까지 많은 물건이 구비되어 있지만, 알콜 음료는 없다. 한강 전용 쓰레기 봉투를 따로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입실은 오후 2시, 퇴실은 오전 11시다. 예약은 여기서.

1400_retouched_-5

🗺 도심 캠핑장 리스트

서울

📍 노을캠핑장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 8777번 버스 노을공원입구역 하차 / 예약은 여기서

📍 초안산 캠핑장
서울시 노원구 마들로5가길 66-107 / 녹천역 4번 출구 / 예약은 여기서

📍 중랑캠핑숲 가족캠핑장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 87길 110 / 양원역 2번 출구 또는 신내역 4번 출구 / 예약은 여기서

📍 강동 그린웨이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동 562 / 중앙보훈병원역 2번 출구 / 예약은 여기서

📍 광교 호수공원 가족 캠핑장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 57, 5006번 / 5007번 버스 광교호수공원 제1주차장역 하차 / 예약은 여기서

대전

📍 하기숲 캠핑장
대전 유성구 하기동 259 / 116번, 117번, 121번 버스 송림마을 5,6 단지역 하차 / 예약은 여기서

📍 상소 오토캠핑장
대전 동구 산내로 748 / 501번 버스 상소동산림욕장역 하차 / 예약은 여기서

📍 청주 문암생태공원 캠핑장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1097 / 611, 612, 613, 615, 616, 617 버스 문암생태공원역 하차 / 예약은 여기서

대구

📍 달서 별빛 캠핑장
대구광역시 달서구 앞산순환로 248 / 송현역 2번 출구, 월촌역 5번 출구 / 예약은 여기서

📍 금호강 오토 캠핑장
대구 북구 검단동 458-4 / 300번 버스 경동산업앞 / 예약은 여기서

부산

📍 대저 캠핑장
부산 강서구 대저1동 1-5 / 강서구청역 1번 출구 / 예약은 여기서

울산

📍 태화연 오토 캠핑장
울산 중구 태화동 278-2 / 5005번 버스 울산테크노파크역 하차 / 예약은 여기서

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