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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포켓몬빵이 있었으면 좋겠다

안녕, 에디터B다. 다들 포켓몬빵 구매에 성공하셨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의 품귀 현상은 허니버터칩 이후로 8년만이다. 오늘 리뷰는 포켓몬빵을 구하고 싶었으나 구하지...
안녕, 에디터B다. 다들 포켓몬빵 구매에 성공하셨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의 품귀 현상은 허니버터칩…

2022. 03. 07

안녕, 에디터B다. 다들 포켓몬빵 구매에 성공하셨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의 품귀 현상은 허니버터칩 이후로 8년만이다. 오늘 리뷰는 포켓몬빵을 구하고 싶었으나 구하지 못한 자의 실패담이다.

포켓몬빵이 출시되고 며칠 뒤, 아직은 열풍이라는 보도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었다. 삼립 공식몰에서는 ‘한 종류 여섯 봉’으로 묶어 팔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다른 스마트 스토어에서 ‘한 봉지씩 일곱 종류’로 구매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발송은커녕 주문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주문이 심각하게 많이 밀린 듯했다.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으로 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일인가 싶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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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나 할 겸 화곡동 인근에 있는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빵 코너로 직행해 포켓몬빵이 있는지, 빵이 없다면 혹시 몇 시에 입고가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최소 스무 곳 이상의 편의점을 방문했으나 모두 입고조차 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다 집에서 20분 정도는 떨어진 세븐일레븐에서 ‘팔았던 흔적’을 발견했다. 매대는 비어 있었고 포켓몬빵 이름표가 남아 있었다. 몇 시에 들어오는지 알아야 했다.

“혹시 포켓몬빵 몇 시에 들어와요?”
“정해져 있지는 않은데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 정도에는 들어와요.”

아침 6시라니. 아무리 포켓몬빵이 갖고 싶어도 9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6시에 일어나기란 힘들지 않나. 나는 거의 포기했다.

그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어제 가보지 않았던 세븐일레븐에 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봤다. 파이리빵이 3개씩이나 남아 있었다. 싹쓸이했다. 매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포켓몬빵 매일 밤 11시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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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에 입고된 빵이 아침이 되도록 남아 있는 걸 보면 11시 정각에만 방문하면 모든 빵을 다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밤 11시에 방문하니 역시 빵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모든 종류가 다 있진 않았지만 꼬부기빵, 디그다빵, 피카츄빵을 하나씩 살 수 있었다. 띠부씰을 모을 생각은 없기 때문에 매장에 남아 있는 10개 정도의 꼬부기빵은 구입하지 않았다. 그땐 몰랐다. 그것들이 내가 마지막으로 보게 될 포켓몬빵의 모습이라는 걸. 지금 개봉하는 포켓몬빵은 그날 구입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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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은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빵이다. 미니 치즈케익 두 개로 구성되어 있고, 피카츄가 손을 흔들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찍혀 있다. 반전은 제품명과 달리 그다지 ‘촉촉’하진 않다는 건데, 귀엽기 때문에 용서가 된다. 그리고 사실, 빵 맛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포켓몬빵을 사는 사람의 목적은 99% 띠부띠부씰이니까(이하 띠부씰). 피카츄빵 밑에 깔려있는 띠부씰을 꺼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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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왕이라, 그래 이 정도는 괜찮다. 거북왕은 멋있는 포켓몬이고, 주인공급인 꼬부기가 진화한 형태이기 때문에 스토리에서의 존재감도 크다. 왕눈해 같은 것만 아니면 얼마든지 기뻐할 수 있다.

두 번째 개봉한 빵은 디그다의 딸기카스타드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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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커스터드빵은 페스트리 두 개를 겹쳐놓은 형태이고 그 사이에는 딸기 필링과 버터 필링이 반반씩 발려 있다. 처음에는 이게 왜 디그다 빵인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모습이 디그다가 땅에 구멍을 뚫어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그다가 숨어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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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부씰은 이번에도 빵 아래 깔려 있다. 옛날에 출시되었던 포케몬빵은 개봉하지 않고도 내부에서 띠부씰을 뒤집어 확인할 수 있는 부실한 포장이었다(이것 때문에 아이들과 슈퍼마켓 주인의 눈치 싸움이 있었다). 이번 포켓몬빵은 절대 미리 알 수 없도록 보안을 철저히 해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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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부씰을 햇빛에 비추니 어떤 포켓몬인지 실루엣이 보인다. 아 잠깐만, 이거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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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해다. 귀엽지도 않고 줄거리에서 중요한 포켓몬도 아니며, 강해 보이지도 않는 왕눈해다(왕눈해 띠부씰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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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빵은 ‘꼬부기의 달콤바삭 꼬부기빵’이다. 소보루빵인가 싶었는데, 정확한 정체는 메론빵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빵이지만,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메론빵이다.  메론을 닮아서 메론빵일뿐 메론 맛은 없다. 겉면은 (꼬부기빵답게) 조금 단단하지만 그렇다고 소보루빵처럼 두께감이 있지는 않다. 맛은 살짝 단 정도여서, 한 입 먹고 이걸 당최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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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해서 반을 갈러 속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정말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꼬부기빵은 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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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 개봉한 빵 중 가장 고마운 빵은 다름 아닌 꼬부기빵이다. 꼬부기빵은 나에게 그 귀한 피카츄 띠부씰을 선물로 주었다. 빵의 맛없음은 이것으로 충분히 용서가 되고도 남는다. 당근마켓에서 찾아보니 피카츄 띠부씰은 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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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팡’도 먹었는데, 리뷰할 생각이 없던 때라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다. 사진 대신 말로 때우자면, 빵의 식감이 폭신폭신 쫀득쫀득하다. 빵 안에는 매운 까르보나라 소스가 들어가 있고 조각조각 썰린 햄이 다량으로 들어가 있다. 먹자마자 ‘아 맵다’ 할 정도로 매워서 맵찔이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매운 까르보나라 소스답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더 맛있는 빵이다. 그럼에도 로켓단 초코롤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길 바란다. 하지만 워낙 베스트셀러인라 구경조차 할 수가 없을 거다. 삼립 공식몰에서도조차 품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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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띠부씰까지 득템하고 욕심이 생겼다. ‘몇 개만 더 사볼까?’ 그다음 날 11시 5분에 그 편의점에 가보았는데, 이미 다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11시 5분인데 벌써 다 팔렸다구요?”
“네, 11시 전에 줄 서 있다가 풀리자마자 다 팔렸어요.”

포켓몬빵을 사려고 줄을 서다니, 아무래도 내겐 이 여섯 개의 포켓몬빵이 마지막인 것 같다. 출근과 퇴근, 등교와 하교를 하는 당신의 동선엔 포켓몬의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