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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식 삼시세끼

안녕, 스웨덴에 사는 객원필자 남현진이다. 여러분에게 집밥은 무엇인가? 자취 경력 10년에, 해외에 사는 나에겐 집밥의 비율이 9할은 넘는다. 그래서 잘...
안녕, 스웨덴에 사는 객원필자 남현진이다. 여러분에게 집밥은 무엇인가? 자취 경력 10년에, 해외에…

2022. 02. 14

안녕, 스웨덴에 사는 객원필자 남현진이다. 여러분에게 집밥은 무엇인가? 자취 경력 10년에, 해외에 사는 나에겐 집밥의 비율이 9할은 넘는다. 그래서 잘 차려 먹는 집밥은 내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종원 선생님이 유튜브에서 활동해 주신 덕분에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집밥을 더 잘해 먹게 되었고 일상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한국은 주당 평균 3.8시간, 스웨덴은 평균 5.8시간이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코시국 이전에도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덕분에 스웨덴에서 5년 동안 살며 여러 가정에서 스웨덴식 집밥을 먹었는데, 집집마다의 문화가 담긴 집밥을 먹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스웨덴 사람들은 보통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요리를 해 먹는지 공유하려고 한다.


[아침]
속이 편한 건강한 집밥
오픈 샌드위치, 요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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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빵으로 샌드위치를 간단히 만들고 요거트, 커피, 주스를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인 스웨덴 아침이다. 유럽에서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유럽 안에서도 조금씩 레시피가 다르다. 스웨덴 아침의 핵심은 곡물빵에 토핑을 얹어 먹는 오픈 샌드위치 그리고 캐비어를 이용한 에그 샌드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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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샌드위치는 아래에 빵을 깔고 그 위에 야채를 얹는 형태를 말한다. 야채 위로는 빵을 덮지 않는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식 샌드위치다. 처음 먹을 때에는 토핑을 떨어트리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먹다 보면 오히려 빵 맛보다는 토핑의 맛을 더 즐길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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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밥으로 먹는 빵은 우리가 자주 먹는 식빵보다는 더 단단하고 뻑뻑한, 곡물이 잔뜩 들어가 있는 빵이다. 밀가루만으로 만든 빵은 디저트로만 먹고 식사로 먹는 빵에는 꼭 곡물을 넣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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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에는 보통 버터를 바른 후, 치즈와 햄을 기본으로 올리고 좋아하는 종류의 야채를 얹어주면 끝이다. 스웨덴에서는 빵에 잼을 바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대신 버터를 항상 듬뿍 발라준다. 스웨덴식 버터는 베이킹에 사용하는 버터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기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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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로 만드는 크네케브뢰드(Knäckebröd)는 스웨덴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빵의 종류다. 이 빵은 생긴 건 귀엽게 생겼지만 맛은 택배 포장 박스를 씹어먹는 듯한 무(無) 맛이다. 이 빵은 샌드위치의 핵심이 아니다. 보통 빵 자체가 아니라 빵 위에 얹는 토핑 맛으로 먹는다. 크네케브뢰드 위에 버터를 잔뜩 바른 후에 좋아하는 토핑을 얹어서 먹으면 든든한 아침으로 딱이다. 나의 살을 찌워준 3할은 이 크네케브뢰드에 있지 않을까? 스웨덴식은 아니지만 누텔라를 발라 먹으면 누텔라 한 통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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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스 캐비어는 스웨덴 가정집 냉장고에 하나씩은 꼭 들어 있는 국민 재료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힙한 식품점에 가면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맛은 호불호가 딱 갈릴만한 맛이다. 대구 알 캐비어라고 말하면 굉장히 고급진 맛 같지만 사실은 엄청 짜고 정말 비리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칼레스 캐비어를 정말 싫어하다가 최근에서야 이 맛을 즐기게 되었다. 처음 맛봤을 때에는 다시는 냄새도 맡고 싶지 않을 정도로 별로였지만 신기하게도 이제는 좀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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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스 캐비어를 얹은 애그 샌드위치는 스웨덴 사람들의 대표적인 소울푸드다. 한국 사람들이 배고플 때 라면을 뚝딱 끓여 먹듯 스웨덴 사람들은 재료가 마땅치 않을 때 냉장고에서 칼레스 캐비어를 꺼내 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그게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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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도 빠질 수 없다. 많은 종류의 요거트를 먹는데, 아침에 많이 먹는 요거트는 필미욜크(Filmjölk)라는 종류의 요거트다. 신맛이 강하게 나는 게 특징이고, 보통 그레놀라와 과일을 얹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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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에 사용한 블루베리는 내가 늦여름에 숲에서 직접 따온 거다. 스웨덴 사람들은 여름에는 숲에서 블루베리를 따고 가을에는 버섯을 딴다. 북유럽 숲에는 블루베리가 정말 끝도 없이 자라서 온 국민이 숲에 가서 매일 블루베리를 따고 따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베리가 많이 자라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름에 채집해온 블루베리를 냉동실에 잔뜩 보관해두고 아침에 꺼내 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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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요리하기 간편한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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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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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평일 점심에 스타터를 먹는 것은 조금 과한 감이 있지만 주말 점심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집밥을 먹을 때 그럴듯한 스타터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아보카도를 이용한 새우 샐러드는 스웨덴 전통 요리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유행하는 간편하면서 맛도 좋은 새우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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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새우 샐러드에 사용되는 소스는 칠리소스와 올리브 오일을 섞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것이다. 칠리소스는 스웨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스 중 하나인데, 칠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전혀 맵지 않다. 달지 않은 케첩 같은 느낌이다. 칠리소스는 케첩이나 토마토 퓌레로 대체해도 비슷한 맛이 나고 아니면 마요네즈를 이용해 샐러드로 만들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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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Dill)은 잔디처럼 생긴 향신료인데 해산물에 올려 먹으면 해산물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 위에도 딜을 조금 뿌려 깔끔한 마무리를 해주면 완성.

[2]
콜브 스트로가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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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요리로는 팔루콜브(Falukorv)라는 스웨덴식 소시지를 이용한 토마토 베이스 스튜인 콜브 스트로가노프(Korv stroganoff)를 준비했다. 콜브 스트로가노프는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덴 음식이다. 스웨덴 음식 중 하나만 골라 평생을 먹어야 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이 콜브 스트로가노프를 고르겠다.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스웨덴 음식을 말해보라 해도 나는 이 메뉴를 고를 거다. 아무래도 밥과 함께 먹는 반찬 격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소시지 맛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웨덴 전통 음식이기 때문이다.

팔루콜브를 이용해서 만드는 콜브 스트로가노프는 스웨덴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말 그대로 집밥 중 집밥이다. 재밌는 점은 아마도 스웨덴 내에 콜브 스트로가노프를 파는 음식점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을 것이고, 이 음식을 해 먹지 않은 가정집 또한 찾기 어려울 거라는 점이다. 한국 음식 중에서 그 위상을 비교하면 떡볶이와 비슷할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독보적인 서민 음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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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루콜브는 동그랗고 길쭉한 형태로 파는 소시지다. 맛은 우리에게 익숙한 분홍 소시지와 딱 비슷하다. 팔루는 팔룬(Falun)이라는 지역을 뜻하고 콜브는 스웨덴어로 소시지를 뜻한다. 팔룬 지역은 석탄이 많이 나는 광산 지역인데 16세기에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광산에서 일하기 위해 팔룬으로 이주했다. 팔루콜브는 저렴하게 고기 맛이 나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만들어낸 것이다. 주재료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양파와 전분 반죽. 요즘에는 고기의 비율을 늘려서 예전보다는 고기 맛이 많이 나는 소시지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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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루콜브는 스웨덴 가정식에서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는 재료라서 콜브 스트로가노프처럼 스튜 형태로 만들어 먹는 방식 외에도 라따투이처럼 야채와 소시지를 줄줄이 나열해서 오븐에 구워 먹기도 하고, 추운 날 밖에서 불을 피우고 팔루콜브를 나무에 꽂아 구워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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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얼마 전 꽝꽝 언 호수 위에 스케이트를 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일행이었던 스웨덴 북쪽 출신의 가족들과 함께 팔루콜브를 구워 먹었다. 추운 날 밖에서 따뜻하게 불에 구워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팔루콜브를 구워 먹으니 정말이지 추운 날씨를 잊을 수 있을 만큼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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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가노프는 워낙 요리하기도 쉽고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음식이라 점심 도시락으로도 자주 볼 수 있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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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레시피는 햄과 양파를 적당히 볶아주다 토마토 퓌레와 크림을 넣고 볶아주면 끝. 어떤 집은 다른 종류의 소시지를 추가하기도 하고, 피클류를 넣어 조금 더 새콤달콤하게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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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스트로가토프 위에 파슬리를 얹어 마무리했다. 밥과 반찬을 준비해서 완성된 스트로가노프를 함께 먹으면 된다. 나는 밥과 간단히 샐러드를 준비하고, 기다란 콩을 삶아서 함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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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은 저녁 집밥
스웨덴식 미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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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미트볼 아닐까? 이미 이케아에서 스웨덴식 미트볼을 경험해 본 사람들도 많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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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트볼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음식인 것 같다. 한국의 동그랑땡을 어떻게 보면 미트볼이라 할 수 있고 세계 각국에서 지역만의 특색이 담인 미트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식 미트볼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바로 감자와 링곤베리 잼이 꼭 들어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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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으깬 후 버터와 버무린 매시드 포테이토가 전통적인 방식이고 기본값이지만, 삶은 감자나 구운 감자를 써도 상관없다. 나는 으깬 감자로 만들어봤는데, 우선 감자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전분기를 뺀 후에 감자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물에 삶는다. 감자를 다 삶으면 으깨서 버터를 충분히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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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곤베리는 스웨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재료인데 블루베리와 같이 스웨덴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빨간색 베리다. 워낙 떫고 셔서 날것 그대로는 먹지 못하고 이렇게 잼으로 만들어서 음식에 곁들어 먹는다.

영어로는 잼이라고 번역되어서 딸기잼이나 사과잼 같은 맛이나 식감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링곤베리 잼은 절임 종류에 가깝다. 스웨덴어로는 잼이 아닌 다른 로르레르다(Rårörda)라고 분류하는데 이는 과일 종류를 설탕에 버무려 저장하는 형태를 말한다. 보기에는 잼처럼 굉장히 단맛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열매가 워낙 셔서 피클이나 김치처럼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입가심을 해주는 용도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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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요리를 위해 링곤베리 잼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계절상 링곤베리를 구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로컬마켓에서 홈메이드로 만든 링곤베리 잼을 구매했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집 주변에 로컬 농부, 어부가 파는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로컬 협동조합 마켓이 생겼는데, 직접 만든 꿀이나 잼도 있었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만큼이나 신선하고 집밥 느낌이 나는 재료를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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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다진 고기를 빵가루, 우유, 다진 양파와 섞어주고 손으로 모양을 만들면 된다. 고기는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 된다. 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어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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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미트볼이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면서 예쁘게 구워주는 것이다. 동그란 모양이 찌그러지기 쉬워서 미트볼 요리는 손이 어지간히도 많이 간다. 그래서인지 미트볼과 똑같은 재료이지만 햄버거 패티처럼 크고 납작하게 구워서 조금 더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인 발랜베르야레(Wallenbergare)라는 음식도 있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미트볼과 맛은 똑같지만 요리하기 편리한 왈렌베르야레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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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다 익어갈 때쯤 크림 코스를 넣어주면 끝이다. 크림소스는 크림과 고기 육수와 간장을 조금 섞은 소스로 전분을 조금씩 섞어가며 농도를 진득하게 맞춰주는 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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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스웨덴식 미트볼이다. 감자와 미트볼 그리고 링곤베리를 한 접시에 놓고 먹으면 된다. 미트볼도 마찬가지로 파슬리를 잘게 썰어서 위에 얹어주었다.


오늘은 스웨덴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먹는 집밥을 소개해봤다. 혹시 이케아에 가게 될 일이 있다면 쇼핑이 끝나고 스웨덴식 미트볼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면 주말 저녁 스웨덴식 가정식을 직접 요리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만약 더 자세한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댓글로 물어봐도 좋다. 물론 구글에 음식 이름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기는 하다.

namhyu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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