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내가 비스포크를 좋아하는 이유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미디어 업계에서 10년 넘게 에디터로 일하다보니, 항상 트렌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날 선 레이더를 세우게 된다. 트렌드라는 건...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미디어 업계에서 10년 넘게 에디터로 일하다보니, 항상 트렌드가 무엇인지에…

2022. 01. 24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미디어 업계에서 10년 넘게 에디터로 일하다보니, 항상 트렌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날 선 레이더를 세우게 된다. 트렌드라는 건 결국 세상이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파편이다. 어떤 것들은 패션으로 나타나고, 어떤 것들은 언어, 어떤 것들은 거주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2차 산업혁명 이후에 찾아온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개인의 취향이 함몰될 수밖에 없었다. 그 시대의 미덕은 오로지 효율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었다. 각자가 다른 경로로 정보를 취득하고, 획일화된 공산품보다는 나만의 컬러와 취향을 외치는 세상이 왔다.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리고 영민한 사람들은 이 흐름을 재빠르게 캐치해서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그림을 제시한다. 그게 바로 트렌드가 되는 것이다. 

bespoke_floating10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가 좋은 예다. 처음에 비스포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냉장고에 저렇게 화려한 컬러를 입히다니! 심지어 내 마음대로 크기도 정하고 컬러 조합을 바꿀 수 있다니! 온라인상에서 원하는 컬러와 사이즈, 소재까지 바꿔볼 수 있는 간편함도 신선했다. 마치 조립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모듈형 가전은 업계를 술렁이게 할 만큼 파격적인 시도였다. 대형 가전은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최고지”, 그냥 무난한 화이트 컬러가 제일 낫지 않아?”라는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장외 홈런과도 같았다. 홈런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대박을 쳤으니까. 

bespoke_floating13

처음에는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론칭 2년 만에 비스포크스타일이라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냉장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이 비스포크라는 브랜드로 출시될 정도다. 

bespoke_floating20

나 역시 올해 봄에 비스포크 냉장고를 하나 장만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매장에 들어가서, 한 시간쯤 고민했던 것 같다. 소재도 여러 가지인 데다 캐릭터가 조금씩 다르고, 컬러도 각각 3~7가지를 고를 수 있어서 조합이 무궁무진했다. 처음엔 옐로우나 피치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컬러를 고르고 싶었는데, 막상 직접 컬러 조합을 만들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코타 펀 그린코타 차콜의 매치가 마음에 들더라. 차분하면서도 어떤 가전제품에서도 본 적이 없는 컬러 조합이라는 생각에 흐뭇했다. 내 취향내 스타일이 100% 반영되었다는 희열이 있었다. 여태까지 어떤 가전제품을 사면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심지어 나중에 패널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말에 얼마나 설레던지. 이렇게 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가전 브랜드가 있었던가? 

bespoke_floating12

이렇게 비스포크를 통해 디자인 가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던 삼성전자가 얼마 전 특별한 아트 컬렉션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다. 2019년에 진행했던 비스포크 디자인 공모전인 #BESPOKE랑데뷰대상 수상작인 플로팅 링스를 실제 상품화한 것이다. 당시 디에디트 웹사이트에서도 이 공모전을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하는 독자분들이 계실까? (심지어 나도 출품하기까지 했다) 소비자의 취향을 직접 표현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스포크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공모전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총 1,114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2만 8,000여 명이 온라인 공개 투표에 참여하는 등 실제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낸 이벤트이기도 하다. 

bespoke_floating04

대상으로 선정된 조경민 씨의 플로팅 링스’ 라는 작품은 작가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종이나 천이 아닌 을 캔버스로 활용했다는 것부터가 흥미롭다. 물감을 한 방울씩 한 곳에 집중해 떨어트려 수백 개의 동심원을 쌓아가는 방식의 독창적인 마블링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bespoke_floating06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세련되고 근사한 패턴이다. 반복적인 라인으로 구성돼 안정감을 주는 패턴과 네이비, 골드 등 고급스럽고 모던한 컬러를 매치해 인테리어 오브제로서도 훌륭할 것 같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동심원의 반복적인 라인이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비스포크의 직사각형 패널과 강하게 대비된다고. 여기에 메탈릭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인공적인 느낌과 자연의 느낌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사실은 이런 설명을 듣고 보지 않아도, 한 폭의 작품이다. 화이트 인테리어의 주방에 비스포크 플로팅 링스 에디션을 들여놓는다면, 갤러리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bespoke_floating14 bespoke_floating15

이 작품에 활용된 마블링 기법은 수면 위에 물감을 떨어뜨려 패턴을 만들고, 종이나 직물 등에 찍어내는 전통 기법을 말한다. 수백 개의 동심원을 하나하나 그려 넣는 전통적인 기법과 가장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인 냉장고의 만남이 아이러니하고 재밌다. 이런 기법은 작업자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취향에 맞춘 가전을 커스텀할 수 있는 모듈가전 비스포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bespoke_floating16 bespoke_floating17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스포크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해 조합하거나 디자인해서 나만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마블링 작업 역시 같은 물감과 재료를 가지고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비스포크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개별적으로 분리해도 어색하지 않고, 다른 모듈과 조합하면 새로운 패턴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공통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bespoke_floating03

나는 삼성전자가 대상 수상작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가치에 굉장히 많은 비중을 뒀음을 흥미롭게 해석했다. 실제로 비스포크 플로팅 링스 에디션은 딱 30대 한정판으로 판매될 예정. 사진을 보는 순간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손에 넣기는 어렵겠다. 한정 수량만 판매되는 방식 역시 예술 작품을 대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이런 모든 과정 자체가 함께 취향을 찾아 나가는 과정”인 것이지,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1차원적으로 사람들이 혹할 만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수상자를 뽑아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철학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개인의 취향을 발굴하기 위한 여정이었던 셈. 개인적으로 비스포크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이후로 보여주고 있는 진정성이 퍽 마음에 든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트렌드는 영민한 판단력과, 순진한 진정성에서 나온다. 요즘 소비자들은 어떤 게 진짜 매력적인 브랜드인지 금세 알아보니까 말이다. 그래서 비스포크가 크게 사랑받고 있는 거겠지. 

*이 글은 삼성전자의 유료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