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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리스타일, 누군가를 위한 빔프로젝터

안녕, 4K 빔프로젝터 구매 후 영화관을 거의 가지 않는 에디터B다. 삼성전자가 신박한 빔프로젝터를 출시했다. 이름은 ‘더 프리스타일’. 그런데 이 제품에...
안녕, 4K 빔프로젝터 구매 후 영화관을 거의 가지 않는 에디터B다. 삼성전자가 신박한…

2022. 01. 25

안녕, 4K 빔프로젝터 구매 후 영화관을 거의 가지 않는 에디터B다. 삼성전자가 신박한 빔프로젝터를 출시했다. 이름은 ‘더 프리스타일’. 그런데 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다. 119만 원이라는 가격과 그에 걸맞지 않은 영상 스펙을 놓고 보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반응에 공감을 하면서도 몇 가지 비판에 대해서는 ‘아니, 그게 아니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프리스타일은 기존 빔프로젝터와 일대일로 놓고 비교하기엔 사용 목적과 타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4K 빔프로젝터 사용자로서 느끼는 더 프리스타일의 장단점을 간략히 정리했다. 그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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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디자인부터 보자. 외형은 무대 조명을 닮았다. 빔프로젝터 하면 왠지 ‘금방이라도 회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네모나고 투박한 디자인이 떠오르는데, 이건 흔치 않은 원통형 디자인이다. 브런트 공기청정기를 닮았고, 세련된 가습기 같기도 하다. 수직으로 세워두면 스타워즈의 R2D2 같아서 귀엽다.

컬러는 현재 화이트만 판매하고 있지만 CES 2022에서 공개한 걸 보니, 올리브, 핑크, 베이지 등 다양한 컬러가 있더라. 블랙 아니면 화이트였던 느슨해진 빔프로젝터 시장에 긴장감을 주는 컬러 라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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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는 180도 이상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각도 조절이 자유롭다. 그래서 이름도 ‘더 프리스타일’이다. 더 프리스타일이 다른 빔프로젝터와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각도 조절’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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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리스타일은 한자리에 설치해놓고 쓰는 빔프로젝터가 아니다.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사용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게다가 각도 조절도 쉽게 만들어놓았으니 그에 따른 빠른 화면 조정은 필수다. 다행히도 ‘오토 스크린 세팅’이라고 부르는 더 프리스타일의 화면 조정 기능은 정말 빨랐다. 3초 정도면 알아서 초점과 수평을 맞춘다. 수평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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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수평을 맞추는 건 어렵진 않아도 엄청 귀찮은 일이다. 나는 작년 하반기에 집들이를 다섯 번 정도 했는데 침실에 있는 빔프로젝터를 거실로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한 번쯤은 다 같이 아이브-일레븐 교차 편집 영상 정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단 한번도 그러질 않았다. 수평 맞추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더 프리스타일은 말도 안 되는 각도만 아니라면 수평을 재빠르게 보정해준다. 정면에서 투사하지 않으면 여백이 사다리꼴 모양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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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투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빔프로젝터에는 크게 투사형과 초단초점형이 있는데, 초단초점형은 벽에 바짝 붙여야 하기 때문에 천장에 빔을 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투사형도 마찬가지다. 투사형의 경우 보통 천장에 설치를 해놓고 벽에 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프리스타일은 어느 장소에서나 천장에 쉽게 투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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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가 장점이냐, 도대체 왜 천장에 투사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보통 빔프로젝터를 구매하는 사람은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려는 사람이고, 최대한 선명한 화면으로 보려고 스크린까지 사는 사람들인데, 천장에 투사를 하면 선명도가 떨어지니까.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빔프로젝터 사용자와 더 프리스타일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차이가 나온다.

더 프리스타일은 나처럼 영화감상실을 만들어놓고 한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친구 집에서도 보고, 캠핑장에서도 보고, 자기 전에 천장에 투사도 하는 자유로운 감상 스타일에 맞춘 제품이다. 내가 ‘기존 빔프로젝터와 가격과 성능을 놓고 일대일로 비교하긴 어렵다’라고 말한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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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배터리는 없다. 나도 처음에는 이 점이 아쉬웠지만 “이런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자체 배터리를 넣는다면 자체 배터리 사용 시간이 크게 의미가 없을 확률이 높다”라는 에디터H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별도의 배터리팩을 결합하면 되는데, 결국 추가 배터리를 구매해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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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가벼운 편이다. 약 830g으로 들고 다니기에 무겁지 않고, 원통형 디자인에 부피도 작아서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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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빔프로젝터에서 가장 중요한 영상 스펙을 보자. 해상도는 1920 x 1080, 밝기는 550루멘이다. 119만 원짜리 빔프로젝터임을 감안하면 많이 아쉬운 스펙이다. 특히 아쉬운 건 550루멘의 밝기다.

빔프로젝터의 밝기를 표시할 때 루멘을 쓰는 경우도 있고, 안시루멘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안시루멘은 프로젝터를 1m 거리에서 투사했을 때의 밝기, 루멘은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빛의 밝기다. 그렇기 때문에 루멘으로 표시했을 때 수치가 더 높게 표시된다. 더 프리스타일을 낮과 밤에 각각 감상해봤는데, 낮에는 암막 커튼을 치면 가능은 하겠지만 추천하지는 않는 정도였다. 확실히 낮에 사용할 정도의 스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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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쓰기에는 생각보다 좋았다. 집에서 4K 제품을 쓰고 있다 보니 FHD를 살짝 무시했는데, FHD도 충분히 괜찮은 스펙이더라. 물론 화면을 100인치 정도로 키우면 색이 흐릿해지긴 하는데, 60인치 정도로 보는 거라면 굳이 4K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만약 투사할 벽이 그리 크지 않다면 FHD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스크린이 100인치 정도 된다면 4K 프로젝터를 살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스크린이 작을 때는 차이가 미미하지만, 큰 스크린에서 FHD와 4K의 해상도 차이는 확연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만약 FHD를 선택하기로 했다면 그 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영상을 볼 것이냐’라는 문제다. 솔직히 더 프리스타일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스펙이 좋은 제품은 시중에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붙박이로 놓고 볼 거라면 더 프리스타일을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스펙을 양보해도 휴대성, 각도 조절, 오토 스크린 세팅을 놓칠 수 없다면 더 프리스타일을 구매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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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정말 만족스러웠던 건 내장 스피커다. 별도의 외장 스피커나 헤드폰을 연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은 스피커였다. 내가 보유한 140만 원짜리 4K 빔프로젝터에 있는 스피커보다 훨씬 좋다. 소리의 해상도가 좋고, 고음이 선명하다. 우퍼가 없지만 저음도 괜찮다. 소리가 갈라지거나 퍼지지 않고 깔끔하게 정제되어 있는 인상이다. 4K 빔프로젝터 보유자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의 성능이었다. 무지향성 스피커로 공간을 소리로 고루 채우는 느낌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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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좋다는 건 아니고 재밌어서 소개하는 건데, 조명 기능도 있다. 소켓을 전면에 씌워서 조명처럼 쓰는 기능이다. 색 변화가 변화무쌍한 영상을 틀면 그만큼 다채로운 조명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접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램프 수명은 소중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할 기능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더 프리스타일에는 타이젠OS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삼성 스마트TV처럼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애플TV+ 같은 앱을 모두 실행할 수 있다.


총평

더 프리스타일은 재미있는 기기다. 그동안 예상가능하고 평범한 빔프로젝터를 많이 봤는데, 삼성전자의 이런 새로운 시도는 반갑다. 가격을 생각하면 스펙이 아쉽긴 하지만, 자유로운 각도 조절과 빠른 오토 스크린 세팅은 타제품과 비교되지 않는 독보적인 강점이다. 누군가는 “이걸 누가 사?”라고 말하겠지만, 누군가는 “이런 빔프로젝터를 기다렸어”라고 말할 거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