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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취향] 쇼핑? 과소비? 아무튼

안녕, 포브스 선정 소상공인이 좋아하는 에디터B다. ‘옷 같은 거 사지 말고 진작 이거 살걸!’ 반성하게 만드는 아이템이 있다. 오늘은 티셔츠...
안녕, 포브스 선정 소상공인이 좋아하는 에디터B다. ‘옷 같은 거 사지 말고 진작…

2021. 12. 02

안녕, 포브스 선정 소상공인이 좋아하는 에디터B다. ‘옷 같은 거 사지 말고 진작 이거 살걸!’ 반성하게 만드는 아이템이 있다. 오늘은 티셔츠 한 장, 후드 한 장, 운동화 한 켤레 살 돈으로 구매 가능한 실용적인 제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지만 마냥 실용적인 아이템만 가지고 오지는 않았다. 실패한 아이템도 있다. 나의 실패를 보며 타산지석 삼길 바라는 목적이다. 작가 요조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어쩌면 쇼핑을 하고 리뷰를 하는 에디터들도 실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1]
비알레띠 모카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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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홈카페를 꿈꿨다. 프렌치 프레스, 드리퍼, 에스프레소 머신 등 다양한 커피 추출 기구를 써보았는데, 전부 한 끗 차이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캡슐 머신은 캡슐을 써야 한다는 게 싫었고(다양한 원두를 먹어보고 싶었다), 프렌치 프레스는 설거지가 번거로웠으며, 드리퍼는 아이스 커피로 먹기엔 농도가 연했다(나는 아이스만 마신다). 그래서 모카포트에 정착했다.

모카포트의 장점은 바리스타 능력치와 무관하게 준수한 커피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물과 원두의 양만 투입하면 매번 균일한 맛의 커피가 나온다. 물론 이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도 해당되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은 부피가 커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싫었고, 모카포트처럼 아날로그한 맛이 없었다(어느 정도의 멋을 부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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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포트는 열전도성이 좋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쉽게 끓어오른다. 모카포트 아랫부분(물탱크)에 물을 넣고 중간(바스켓)에 갈아 넣은 원두를 넣으면 물이 끓어오르면서 커피층을 통과해 윗부분(포트탑)에 에스프레소를 뱉어낸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위에서 뜨거운 물을 투과 시켜 아래로 추출하고, 모카포트는 아래에서 물을 끓여 위로 추출하는 게 두 기구의 차이다.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는 크레마가 적긴 하지만 어차피 아이스로만 마시니 중요하지 않았다. 모카포트로 내리면 커피가 더 부드럽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마셔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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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정적으로 모카포트를 쓰게 된 이유는 유튜브에서 본 이탈리아인들의 증언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은 밖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집에서는 모카포트를 애용하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모카포트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푸슈치이이익’ 하는 소리가 아침을 깨우는 소리라더라. 정말 그런지 잘 모르지만 알베르토의 말을 믿어본다.


[2]
ouya espresso bar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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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또 이탈리아 얘기를 해야겠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에 에스프레소 혹은 카푸치노를 마신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 털어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고, 카푸치노를 마시면 뱃속이 든든해진다(경험담). 시칠리아 한 달 살기를 할 땐 매일 아침 카푸치노와 브리오슈 젤라또를 먹었다. 요즘 따라 한 달 살기 하던 때가 그리워서 출근하기 전에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려고 잔부터 샀다. 오우야 에스프레소바@ouya_espressobar는 의자가 없는 전형적인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바다. 현재 합정, 종로, 해방촌, 마곡 등에 매장이 있으며 매장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해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특징.

로고가 예쁜 잔과 함께 오우야 블렌드 원두도 주문했다. 매장에서도 마셔보고 모카포트로도 마셔봤는데, 일단 모카포트와는 궁합이 좋지 않았다. 이 원두가 산미가 없고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모카포트로는 바디감을 내기가 힘들었다. 산미가 1도 없어서 취향에 따라 실망할 수도, 환호할 수도 있다. 나는 매장에서 마시는 걸 추천한다. 잔과 소서 세트는 2만 원으로 매장과 온라인 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정신이 번쩍 드는 아침을 위해 에스프레소 잔 하나쯤 구비해두는 게 좋다. 좋아하는 에스프레소바가 있다면 재고 문의를 할 수도 있고, 이탈리안 감성을 내고 싶다면 일리, 라바짜 로고가 박힌 잔을 사도 된다. 링크는 [여기].


[3]
EQL Studio 인센스 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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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 홀더는 예술품과 리빙템 그 사이에 있는 아이템 같다. 본디 홀더라는 녀석은 스틱을 꽂을 수 있는 구멍만 있으면 기능을 다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나 같은 사람). 예쁜 디자인, 유니크한 디자인, 독특한 상상력과 결합하기는 원한다. EQL 스튜디오에서 만든 이 인센스 홀더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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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잔과 소서가 한 세트이며, 잔 내부에는 스틱을 꽂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재떨이 겸용이기 때문에 손잡이 쪽에 보면 담배를 거치할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EQL 스튜디오의 인센스 홀더는 가수 자이언티와 콜라보를 통해 탄생했다. 한국 가요계에서 다양성과 독특함을 보여주는 자이언티답게 인센스 홀더 디자인도 범상치 않다. 가격은 4만 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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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은 좋지 않다. 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인센스 재가 잔 밖에 떨어질 가능성이 99.9%다. 그래서 손은 잘 가지 않더라. 결국 장식용으로 쓰고 있다. 실패한 쇼핑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홀더는 밥그릇이다. 밥그릇 안에 홀더를 두고 인센스를 피우면 1g의 재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구매 링크는 [여기].


[4]
Braun BC0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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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제품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일단 돈이 많아야 하고, 그다음엔 매물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서 사기 어려운 게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제품들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니다. 브라운은 면도기 및 소형 가전을 꾸준히 만들고 있고,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것을 모티브로 비슷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내가 구매한 탁상시계 BC03B은 디터 람스가 80년대 후반에 디자인한 AB1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아마존에서 구매했으며, 가격은 31.9달러. 오늘의집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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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기능이 있고, 조명이 내장되어 있으며, 무소음 시계라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탁상시계와 비교하면 특징이라 말하기엔 민망한 것들뿐이다. 알람 소리는 잠에서 깨기엔 데시벨이 작고, 조명은 약하다.

자랑할만한 장점은 오직 디자인이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오프화이트와 협업하며 이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협업 제품을 보니 전부 예쁘더라. 하지만 브라운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수십년을 인정받은 클래식 디자인이다. 스타벅스도 오프화이트도 클래식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5]
빙그레 분바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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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진리회가 나에게 찾아와 죄를 고하라 한다면,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든 게 나의 죄”라고 말할 것 같다. 나는 매일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이 얘기는 나뿐만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해당될 거다. 빙그레 분바스틱은 페트병을 버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다.

빙그레와 테라사이클이 함께 만든 ‘분바스틱’은 손쉽게 페트병을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페트병의 라벨을 분리할 수 있고, 뚜껑링도 제거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분바스틱은 ‘분리배출이 쉬워지는 바나나맛우유 스틱’의 줄임말인데, 바나나맛우유 공병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아쉽게도 펀딩 리워드로 받은 제품이라 현재는 구매할 수 없다.

1400_26[출처: 테라사이클 홈페이지]

세계 정상들이 모여 기후온난화를 걱정하고, 동참을 독려하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산업화시대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회의적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책을 산다. 그 덕분에 공장은 오늘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지구는 조금씩 뜨거워진다. 나는 며칠 전 블랙프라이데이를 핑계로 기계식 키보드, 테이블 조명,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 탄소발자국을 덜 남기려고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빨대를 쓰지 않지만 물건 하나 덜 사는 걸 실천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지구에 희망이 없다고 너무 씁쓸해하진 말자. 지구는 한낱 지구일 뿐이고, 인간은 한낱 인간일뿐이다. 타노스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종이며, 지구는 하나의 행성일 뿐이다. 우리가 멸종하면 안되는 이유는 없다. 그래도 분리배출은 열심히 하자. 우리가 오염시켰으니 최선을 다해 책임은 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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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