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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프로, 대신 골라드립니다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난 기사를 읽고 왔다면(애플 M1 Pro의 비밀), 칩 이야기는 이제 충분히 한 것 같으니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난 기사를 읽고 왔다면(애플 M1 Pro의 비밀), 칩 이야기는 이제…

2021. 11. 03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지난 기사를 읽고 왔다면(애플 M1 Pro의 비밀), 칩 이야기는 이제 충분히 한 것 같으니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새 맥북 프로, 살 건가요? 그럼 뭘 살까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소비에는 정답이 없고, 소비를 자극하는 요소가 필요보다는 기대와 욕심일 때가 많지요. 제 사용 환경에서도 접해 보지도 않은 신형 맥북 프로가 아니라 기존의 M1 맥북 에어, 혹은 그 전의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맥으로도 전혀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새 맥북 프로의 옵션을 만져 보면서 가격표에 고민을 이어가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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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맥북 프로의 고급형들, 특히 M1 Max 프로세서가 들어간 제품은 ‘살까 말까’ 고민하실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시간이 돈이고,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M1 Max를 두고 고민조차 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히려 이걸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사는데 100만원 정도의 차이라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 맥북 가격보다 현장의 인건비, 시간을 비롯한 전체 비용이 훨씬 비쌀테니까요.

무엇보다 맥북 프로는 고급형으로 갈수록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사는 제품에 가깝습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여러분들이 인코딩, 렌더링, 컴파일, 머신러닝 학습 처럼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을 걸어두고 쉬는 시간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큰 비용이니까요. 회사에서 고성능 컴퓨터를 준다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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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 프리랜서도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죠. 하지만 컴퓨터 구매는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선뜻 비싼 제품을 구입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마 이 글에 기대하고 계시는 부분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고르는 기준은 대체로 풀옵션이 아닙니다. 보통 ‘한 번 사서 오래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다음 모델이 나올 때까지 구입을 미루다가 비싼 옵션을 골라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시간적으로도 낭비일 뿐 아니라 비용적으로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 환경보다는 낫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선에서 제품을 고르고, 그 컴퓨터가 다시 벅차다고 느끼면 다시 그 정도의 기기를 구입하는 식이지요. 자, 누가 덥석덥석 사주는 게 아니라면 이제 맥북 프로, 아니 새 맥을 함께 골라보시죠.


8코어짜리 M1 프로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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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고민해 봅시다. 프로세서와 메모리입니다. 맥북 프로는 기본적으로 3가지 옵션을 둘 수 있습니다. 10코어 CPU에 16코어 GPU가 들어간 M1 Pro가 기준이 되고, 최고 옵션을 통해 GPU가 32코어로 늘어난 M1 Max 모델을 고를 수 있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14인치에 있는 기본형 모델입니다. 여기에는 M1 Pro 칩이 들어가는데 우리가 아는 것과 조금 달라요. CPU는 8코어, GPU는 14코어로 각각 코어가 두 개씩 빠져있습니다.

이전에도 맥북 에어처럼 M1을 쓴 일부 모델에서 GPU 코어가 하나 빠진 모델들이 있었는데, M1 Pro는 CPU의 고성능 코어 두 개가 더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M1에 비해서는 멀티코어가 약 30%정도 성능 향상이 있고, 10코어 M1 Pro에 비해서는 20% 정도 낮은 성능이 나온다고 해요. 하지만 M1을 떠올려 보면 맥OS와 그 안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데에 이 정도 차이는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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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코어 2개의 차이는 딱 2개 만큼, 그러니까 12.5% 정도의 성능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CPU는 20%, GPU는 12.5%의 성능 차이인데 이게 10시간 걸리는 작업이라면 대충 따져서 1시간 30분 정도의 차이를 내니까 적지 않은 차이이기는 하죠. 이런 경우에는 M1 Max를 고민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10분이면 끝나는 짤막한 유튜브 영상 인코딩이라면 1분 30초 정도의 차이지요. 그런데 이 정도 성능으로도 이전에 쓰던 컴퓨터보다 2~3배 빨리 처리한다면 이 정도 성능 차이는 무시할 만할 겁니다. 이게 ‘프로’용 컴퓨터를 선택하는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이 맥북 프로 14인치의 8코어 기본형 모델은 눈높이가 조금 높고, 성능이 좀 더 필요한 개인 이용자들을 위해서 열어둔 옵션 정도로 보면 됩니다. 옵션을 타협했다고 속상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13인치 맥북 프로보다 한참 성능이 높은 데다가 미니 LED와 120Hz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기기입니다. 그리고 배터리도 가장 오래 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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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밝힌 17시간 배터리도 8코어 M1 Pro 모델로 테스트한 결과입니다. 67W 충전기가 조금 답답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충전 속도가 높아진 96W 모델에 비해서 그런 것이고, 이전의 맥북 프로들과 비교해서 충전 속도가 느리지 않을 겁니다.


메모리, 뭘 사야 하냐고 묻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16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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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고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전에 메모리 부족을 겪으셨다면 가능한 큰 메모리를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의 맥북들도 대부분 그랬지만 M1 시리즈의 메모리는 칩 안에 들어가는 통합형 구조이기 때문에 나중에 변경할 수 없습니다.

발표에서는 M1 Pro는 32GB, M1 Max는 64GB를 이야기했지만 이 칩들의 메모리는 각각 16GB, 32GB가 기본이고, 이를 두 배로 늘려서 주문할 수 있는 옵션이 따로 주어지는 식입니다. 용량에 따른 성능 차이는 따로 두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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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이 메모리를 조금 더 풀어보면 M1 Pro와 Max의 메모리는 프로세서 안에 직접 붙어서 작동하고, CPU와 GPU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아도 그 메모리 안에서 처리가 되기 때문에 성능과 효율성, 그리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시스템 퍼포먼스가 높아졌습니다. M1 Pro의 메모리는 200GB/s, M1 Max는 400GB/s의 성능을 냅니다. 이전에 쓰던 PC들의 메모리보다 훨씬 빠르고, GPU가 쓰는 메모리에 맞먹는 성능입니다.

가장 솔깃한 부분은 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 관점에서 보면 메모리가 크고 GPU가 이를 온전히 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작업 내용을 메모리로 불러와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메모리가 더 커야 하겠지만 그래픽 관점에서 보면 엔비디아의 RTX3090이 24GB를 쓰는 것을 따져보면 64GB를 GPU가 끌어다 쓰는 것은 매우 큰 일입니다.

다 떠나서 그럼 뭘 사야 하는가 고민이시죠. 저는 M1 Pro는 기본이 되는 16GB로, M1 Max는 64GB로 선택하는 것이 많은 상황에서 맞다고 봅니다. 일단 M1 Max가 필요한 상황은 조금 극단적인 성능이 필요한 작업 환경일 겁니다. 메모리 값이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미련을 남길 이유는 없는 게 바로 M1 Max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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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M1 Pro는 왜 16GB를 이야기할까요? 성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M1 시리즈의 메모리는 빠르고 효율성이 높아서 기존 x86 구조의 PC 환경에서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쓰는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물론 메모리에 더 큰 파일을 올려야 하는 경우라면 아쉬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또 기대하는 용량 이상의 성능을 보여줄 겁니다.

이는 M1에서 이미 경험했던 부분이니 이와 비교하면 더 쉬울 겁니다. M1 프로의 메모리는 68GB/s 정도의 성능을 내니까 3배나 더 빨라진 것이지요. 여기에 SSD도 7.4GB로 이전보다 두 배 정도 빨라졌으니 SSD에서 메모리로 데이터를 불러오는 속도도 더 빨라졌지요. 이미 시스템 메모리 부족을 겪을 상황이 압도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메모리 선택에 대한 제 진짜 의견은 다소 허무하긴 합니다. M1도 마찬가지지만 메모리를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면 가능하면 큰 메모리를 고르라고 답을 드립니다.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에요. ‘부족하지 않을까? 적어도 32GB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하면 이 컴퓨터를 쓰는 내내 불편이 뒤따릅니다. 그게 맥북 프로를 쓰는 몇 년동안 계속 따라다닌다면 54만원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을 겁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16GB, 하지만 마음이 시키는대로 선택하라’가 제 답이긴 합니다.

저는 그래도 ‘32GB가 필요한가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에게는 16GB를 고르시라고 말씀드릴 겁니다. 왜냐면 정말 32GB가 필요하신 분들은 물으실 이유가 없죠. 이를 물으시는 분들은 대용량 메모리 작업이 없는 경우일테고요.


다시 보는 맥북 에어와 M1 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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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자면 PC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 편집을 다루고 코딩을 하려고 하는 하이 아마추어라면 맥북 프로 14인치의 기본형이 적합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무조건 큰 화면이 필요하다면 16인치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굳이 옵션을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형이 필요한 역할들은 충분히 해줄테고, 아마도 M1을 안 써보셨다면, 아니 M1을 써보셨다고 하더라도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물들을 보여줄 겁니다. 안 써보고 어떻게 아냐고요? 이 프로세서들은 M1의 성능 향상이 아니라 성능 확장 버전이기 때문이에요. 조금 더 ‘찐~한’ M1 맛이라고 보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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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따져볼 게 있습니다. 꼭 14인치, 16인치가 필요한가요? 저는 이 제품들이 발표된 뒤의 흥분 속에서 오히려 M1 맥북 에어의 가치가 더 떠오르더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몇 시간 걸리는 일이라면 그 안에서 1시간을 줄이는 데에 대한 투자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몇 분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면 맥북 에어 기본형과 M1 맥스를 넣은 맥북 프로 사이의 차이는 몇 퍼센트 차이를 떠나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일하다가 뜻밖에 열어본 유튜브에 빠져드는 시간이 더 큰 지체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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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게 맥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회사를 시작하게 된 뿌리이기도 하고,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라 오랫동안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는 자부심이 애플에게도, 또 이용자들에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맥은 전문가용과 일반 이용자 제품 사이의 간극이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맥북 프로가 쉽게 눈에 띌만큼 인기가 많아지고 판매량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다르게 풀어보면 전문가용 컴퓨터가 큰 간극을 벌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맥 프로를 비롯해 전문가 영역의 맥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애플이 미안함을 표한 일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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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구형 제품이 되었지만 2019년 말 애플이 맥북 프로 16인치를 새로 내놓으면서 꺼냈던 이야기가 ‘프로를 위한 프로’였습니다. 실제로 이 맥북 프로는 당시로서는 전문가용 제품이라고 할만큼 확실한 성능 격차를 보여주긴 했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 애플은 자체 프로세서로 전환을 계획하면서 그 격차를 더 벌릴 방법을 반도체로 풀어냅니다. 그 결과가 M1 Pro, M1 Max입니다. 정말 프로페셔널을 위한 제품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주는 가운데 영역이 바로 14인치 기본형일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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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쌉니다. 개인에게는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런 성능을 내는데 이렇게 싸?’라며 성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새 맥북 프로는 그런 제품이라는 것이지요. 일반 이용자들은 성능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PC와 워크스테이션이 다른 목적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많은 현장에서는 그 정도의 명확한 성능 격차를 가진 고성능 컴퓨터는 늘 목이 마릅니다.

M1이 벌써 구형처럼 느껴지신다고요? 물론 미니 LED나 프로모션 등 새 맥북 프로 폼팩터의 요소들은 매우 탐이 납니다. 하지만 M1과 M1 Pro, M1 Max는 같은 세대의 프로세서입니다. 성능면에서는 너무 불편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M2가 나오면 산다고요? 답답하면 지금 바로 새 맥을 구입하시는 게 맞습니다. 언제 나올지 알 수도 없는 칩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창의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손해입니다.

더 넓은 시선으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13부터 14, 16을 함께 바라보시면 가장 적합한 제품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M1은 아직도 가장 빠르고 쌩쌩한 최신 프로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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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